【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며느리들은 고부갈등을 다룬 영화를 본다는 설렘을 안고 극장으로 들어갔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분노감에 범벅된 채로 퇴장했다. 심지어 한 며느리는 맛있게 먹은 점심이 올라온다며 끝을 보지 못하고 중간에 뛰쳐나갔다. 지난 19일, 베이비뉴스는 며느리 세 사람과 함께 서울 중구에 위치한 대한극장에서 영화 <B급 며느리>를 관람했다. 이 가족의 무엇이 그녀를 토하게 했을까.
모든 것이 실제상황이다. 남편이자 이 영화 감독인 선호빈 씨가 부인 김진영 씨와 선 씨의 어머니 조경숙 씨에게 직접 카메라를 들이대 만들었다.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말이 항상 엇갈리는 게 싫었던 남편, 그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이 기록을 시작했다.
영화 속 부인은 명절에 가지 않고, 시어머니의 전화도 받지 않는다. 어머니 조 씨는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 속상함을 쏟아낸다. 남편이고 아들인 선 씨는 속수무책 터지는 새우등 같지만, 오히려 남들에게 “자신의 불행을 팔겠다”고 말하면서 이 영화의 투자를 받아낸다. 의사도 “아주 전형적인 고부갈등”이라고 진단한 이 가족의 이야기가 영화 <B급 며느리>다. 영화 관람 후 두 시간 여의 성토장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패널 소개>
ㆍ대추생강차 = 39세. 5살과 3살 된 아이 엄마. 결혼 7년차. “어머니, 남편은 남의 편이잖아요.”
ㆍ연희댁 = 33세. 결혼 3년차, 아이는 없다. “고부갈등, 그게 뭐예요? 먹는 거예요?”
ㆍ브라우니 = 34세. 결혼 4개월 된 신혼. “어머니를 보면 남편 얼굴이 떠올라요”
기자: 영화는 어땠어요?
대추생강차: 답답했어요. 좀 현명하지 못해서.
연희댁: 보다가 체해서 40분 만에 나왔어요. 못 보겠더라고.
대추생강차: 진짜 토할 거 같더라고. 그 얽혀 있는 상황이.
브라우니: 저도 화를 안 내는 이유가 그런 상황 만드는 게 너무 싫잖아요. 맨날 천날 싸우고 소리 지르고. 나는 그런 상황이었으면 결혼 안했을 거 같아요.
대추생강차: 애가 생겨서 결혼했다잖아.
브라우니: 나라면 영화처럼, 결혼하기 전에 시어머니한테 전화 와서 ‘키우던 고양이 다른 사람한테 보내라’는 얘기 들었으면 듣자마자 “네, 알겠습니다. (결혼) 안하겠습니다” 하고 끊었을 거 같아.
연희댁: 그 사건에서 시어머니 성격 파악되고, ‘아, 이런 곳에서 부딪히겠다’ 각이 나오잖아.
◇ 결혼식장보다 먼저 들어가게 된 파워게임의 세계
내가 시부모한테 잘못했어, 뭐를 했어? (며느리 김진영)
기자: 파워게임이잖아요. 다들 결혼하기 전에 시댁하고 파워게임 하셨어요?
대추생강차: 나는 결혼식을 어디서 할 건지 때문에 한번 해봤어요. 결혼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아주버님하고 시누랑 다 같이 밥 먹는 자리에서 결혼 얘기가 나왔어요. 어머니가 ‘원래 결혼식장은 남편이 잡는 거니 강원도에서 해야 된다’는 식으로 얘기하셨어요. 내가 생각하기엔 어머니가 원하신 건 아녜요. 어디서 한다고 해도 오케이 하실 분인데. 어쨌든 그 때 제가 바로 발끈했어요. “지금 저도 남편도 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데. 저희 부모님 편찮으셔서 강원도 못 내려 가세요”라고 딱 그랬어요. 그 이후로 어머님이 ‘쟤 성격이 보통 아니다’ 딱 그 얘기하시면서 기분이 좀 안 좋으셨던 거 같긴 한데, 그때 잘 넘어갔기 때문에 결혼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브라우니: 우리 집은 혼수며 다 문제였어요. 결혼식장도 그렇고. 남편이랑 예단 금액 서로 맞춰서 그만큼만 드리기로 서로 약속했어요. 그 금액이 적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님이 갑자기 명품백이랑 화장품이랑 봉투를 해주시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 예단 안하기로 했다고 하니까 “아니, 여행 갔다가 너 주려고 산거야” 하시면서 주시는 거예요. 그래서 받았는데 되게 부담스럽더라고요.
기자: 예단 안한다는 사실은 어머니가 알고 계셨어요?
연희댁: 그냥 준 거 아냐?
브라우니: 아니었어요. 저는 엄마한테 가서 ‘엄마, 시댁에서 이거 줬는데, 돈 다 줘’라고 말 못하겠는 거예요. (눈물) 그런데 그걸 바란다고 전해 들었거든요. (일동 ‘흘렸구나!’) 남편도 제 눈치를 보는 거예요. ‘미안한데, 엄마가 바라고 계신 거 같은데 우리가 사서 드리면 안 될까’ 하는 거예요.
대추생강차: 그럼 또 해드려야지.
브라우니: 남편한테 ‘난 엄마한테 돈 달란 소리 못하니까 우리 돈으로 하든가 아님 때려 치자’고 했어요. 그거 말고도 많아요. 눈물 날 거 같아서 참 (말을) 못하겠네. 얼마 전에 웨딩 사진이 나왔어요. 그런데 우리 엄마 한복을 결혼 일주일 전에 세탁소에서 태워먹은 거야. 이거 큰일이잖아요. 그래서 엄마가 부랴부랴 (한복을 새로) 했는데, 시골이니까 촌스럽고 그럴 수 있잖아요. 저도 속상했어요. 그런데 시어머니가 사진 보시다가 “어쩐지 좀 그렇더라” 하시는 거예요. 그 얘기 듣고 집에 돌아와서 체했잖아요.
◇ 좋은 시댁은 존재할 수 있을까
며느리 뭐라 그럴 거 없어. 남의 집 애를 뭘 뭐라 그래. (시어머니 조경숙)
기자: ‘좋은 시댁’이라는 말은 ‘소리없는 아우성’ 같은 느낌이에요.
연희댁: 저는 원하는 시부모의 모습이 있어서 그런 자리를 찾아서 시집을 갔어요. 무조건적인 사랑을 내려주고 사회적 상식을 잘 지켜주는 시부모가 필요했어요. 원래 친구한테도 할 말 없는데도 전화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시어머니가 먼저 말씀하시더라. “나도 시어머니께 그게 안 되더라. 나도 안하는 성격이어서 네가 안 해도 이해한다.” 시어머니께 “제가 안부도 못 물어보고 살갑지도 못해서 죄송해요”라고 하니까 “상관없다”고 하는 쿨한 시어머니예요. 잘 이해를 해주세요.
기자: 한 번도 싸운 적 없어요?
연희댁: 싸울 일이 없죠. 사랑만 해주니까. (일동, 감탄과 박수)
브라우니: 그럼 연희댁 님은 시댁에 가는 게 부담스럽거나 싫지가 않겠네요.
연희댁: 그럼 맨날 가고 싶죠. 가까이 살아서 좋고 자주 보고 싶고. 오히려 신랑이랑 있는 것보다 시어머니나 시아버지랑 있는 게 더 좋아요.
대추생강차: 전 시댁이 강원도인데 멀리 살 땐 안부전화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했어요. 작은 거 잠깐만 신경 쓰면 티도 나고 저한테 돌아오는 것도 많았어요. 2014년에 첫 애 낳고 출산휴가 3개월 쓰고 복직하면서 아기를 어머니가 봐주셨어요. 어머니가 오후 6시 퇴근을 하고 싶다고 하셔서 집 근처 사는 결혼 안한 손위시누 집에서 어머니가 출퇴근하세요. 그래도 많이 부딪히게 되더라고요. 저희 어머니도 할 말 다 하는 성격이에요. 본인은 뒤끝 없다고 하는데 나는 그 말 안 믿어 (일동 “나도 안 믿어”) 본인은 편하자고 다 이야기 하는데 나는 상처 받을 대로 다 받고…
연희댁: 그럼 대추생강차 님은 뭐라고 안 해요?
대추생강차: 해요. 나도 “(시)어머니, 나도 이럴 땐 속상해요” 하면서 얘기해요. 그런데 가장 최근에는 시어머니랑 싸우고 속상해서 있다가 소주 두 병 사들고 닭발 배달시키고 집에 들어가서 시어머니랑 소주 마시면서 얘기했어요. 아이를 시어머니가 봐주기 때문에, 애와 관련한 사항은 전적으로 시어머니한테 맡겨요. 웬만한 거는 그냥 시어머니 맞춰드리고 그런 편이예요.
◇ ‘나는 이 사람들 가족일까’…며느리의 위치를 생각하다
손님이 아니야 며느리는. 최하야. 며느리는 시집가면 하인이야. (선호빈 씨 고모)
브라우니: 전 결혼한 지 얼마 안됐잖아요. 결혼하면서 하인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에요.
연희댁: 아직도 그런 사고를 하는 사람이 있다니. 2018년인데.
브라우니: 너무 많아요. 요즘 여자들이 사회진출도 많이 하고 일·가정 양립 하라고 정부에서도 질타하고 관리·감독도 하지만, 가정 안에서는 사적으로 해결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아직도 너무 옛날같은 게 너무 많아요. 시어머니는 내 아들이 밥을 굶고 다닐까 전전긍긍해요. “가면 집에 국은 있니? 뭐 먹었니?” 하고. 저는 직장 다니는 데도 음식 해주거든요. 저녁에 하고 아침에 먹고 갈 수 있게 다 해놔요.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불려가요. 경조사도 있고. 영화랑 똑같아요. 경조사 챙겨야 하고, 행사도 있고 뭐 있으면 가야하고 크리스마스 때도 가야 되고. 집에 돌아오면 항상 체해요.
기자: 크리스마스 때는 왜 가요?
브라우니: 가는 것만 있으면 말을 안 해요. 조카 선물을 왜 안 사오냐 마냐 이런 얘기 또 나와요. 이걸 직접 나한테 말하는 게 아니라 이게 돌려서 오니까 어머니께 말을 할 수가 없는 거예요.
기자: 내가 조카 선물 안 사왔다고 하셨다면서요? 이 얘기를?
브라우니: 내가 산타할아버지도 아니고… 귀엽고 예쁘면 챙겨줄 수 있는데, 안 챙겨줬다고 질타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 게 많아요.
대추생강차: 그리고 그걸 챙기려면 남편이 챙겨야지. 자기 조카잖아. 남편이 먼저 ‘챙겨야 하지 않을까’ 얘기를 하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고. 결혼을 하고 나서 남편이 못 챙기던 거를 며느리한테 바라니까 문제인거지 (일동 ‘맞아!’) ‘너는 삼촌이 조카 선물도 안 사오냐?’이렇게 얘기하면 차라리 되는데. 그래도 살다보니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게 많아지는 거 같아요. 한 5년차 넘어가니까 그게 되더라고요. 브라우니 님은 결혼한 지 얼마 안됐으니까 다 상처로 다가오는 건데, 지금 저는 그러려니 하고 마는 게 있어요.
브라우니: 자주 안 부딪히는 게 제일 좋죠.
대추생강차: 남편이랑 결혼 전에 연애하면서 여름휴가 때 시댁으로 놀러간 일이 있어요. 그때 가서 느꼈던 시어머니는 자유스럽고 내가 왔다고 해서 일을 시키지도 않더라고요. 그때 남자친구였던 남편이 ‘네가 설거지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눈치 줘서, “나 손님이야. 내가 이 집 며느리도 아닌데 내가 왜 해”라고 말했어요. 우리 어머니도 지금껏 말도 안하고 기억도 못 하실 거고.
연희댁: 그게 상식이죠.
브라우니: 기본 베이스로 며느리를 정말 우리 가족으로 생각 하느냐 안 하느냐 문제 아니에요?
대추생강차: 문제는 딸이 ‘엄마 쫌!’ 이러면 기분이 안 나쁜데, 며느리가 ‘어머니 좀!’ 그러면 화나고 기분 나쁜 거지. 가족인데, 딸은 되고 며느리는 안되는 거죠. 서로 예의는 지켜줘야 하고.
사진기자: 가족 ‘같은’ 사람이지 ‘가족’은 아니지. 피를 나눈 건 아니잖아요.
대추생강차: 맞아. 어머니와 나는 가족 같은 사람이지.
◇ 끝없이 이어지는 평행선, 며느리와 시어머니…접점은 있나
피하자, 피해. 비겁하게 한 번 해봐. 피하자, 싸움이다 피하자. 여기서 뭐 해서 뭐하냐. (남편 선호빈)
브라우니: 대추생강차 님은 살가운 며느리잖아요. 왜 며느리는 항상 살가워야 하나 궁금해요.
대추생강차: 그건 성격인거 같아요. 내가 불편한 게 싫은 거예요.
브라우니: 저는 결혼 전에 제일 많이 들었던 얘기가 시어머니랑 싸우지 말고 ‘네’라고 대답만 하고 하지 말래요. “이거 왜 있니, 복 안 들어온다. 치워라”고 하면 “네~” 하고 말고, “너 이거 아직도 안 치웠니?” 하면 “네~”하고 하다보면 포기하실 거래요.
연희댁: 성격 있는 사람은 '네네' 안하지.
브라우니: 그럼 부딪히고 싸우는 거지. 그런데 네네 하는 며느리는 괜찮은 거고, 안된다고 하는 며느리는 안되는 거잖아. 보통 어머니들은 근데 또 못 참으시니까. 되바라졌다고 하지.
기자: 영화 속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브라우니: 해결할 수 있을까요? (하하하) 저는 이 영화 결말이 궁금해서 왔거든요.
대추생강차: 시어머니는 결국 바뀌지 않잖아요. 내가 바꿀 수도 없고. 그런데 신랑은 바꿔야 나랑 살잖아. 계속 이렇게 살진 못하니까. 남편을 잘 구슬리고 교육시켜야지.
브라우니: 게으르고 무능력한 남편이자 아들. 사차원이지만 자기 의견이 분명한 며느리, 그리고 고지식하고 옛날 스타일의 어머니. 영화 속 세 사람 중에 변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대추생강차: 살려면 내가 바꿔야 하잖아요. 계속 ‘내가 편하게 살 거니까 네가 편하게 살아’하면 싸움 밖에 안 날 거 같아요.
기자: 영화 마지막에 힌트가 있었다고 봐요. 남편이 돈을 잘 벌면 돼. (일동 “맞아, 맞아!”)
대추생강차: (김진영 씨는) 돈 없어서 저금통 털어서 ‘5만 원 있다’면서 행복해 했던 부인이잖아요. 남편은 시어머니한테 가서 돈을 빌려야 하니까 짜증만 나는 상태인거지. 그런데 남편이 돈을 딱 벌어왔어. 부인이 시아버지 생일상도 차리고, 먼저 시댁에 가자고 얘기한 거부터가 남편 사정이 불안하지 않으니까 그런 거잖아요. 부인은 남편이 유명한 감독되고 이런 거 안 중요하다고 했잖아요. 고정적인 월급이 꽂혔으면 좋은 거지. 처음에는 부인도 시어머니가 잘 챙겨주니까 좋다고 하잖아요. 살다보니 내 아이한테 다른 옷 자꾸 입혀 보내는 게 짜증나고, 그런 게 쌓이고… 남편이 돈을 안 벌어오고 하니까 다 싫은 거지.
브라우니: 저는 오기 전에 영화 리뷰에 달린 댓글을 봤어요. 그 중에 하나가 ‘결국 돈 문제네’라는 말을 봤어요. 과연 이게 돈 문제일까 하는 생각을 하긴 했거든요.
연희댁: 애초에 처음부터 아이 옷 문제를 부인이 3년을 참을 필요가 없었던 거 같아요. 처음에 아니다 싶을 땐 긴가민가할 수 있어. 또 그러면 싸우자는 게 아니라 “어머니, 아이가 너무 추워 보여요?” 또는 “어머니는 어떤 아이 옷 스타일을 좋아하세요? 옷 좀 사주세요”라고 의도를 물어볼 수 있잖아요. 초장에 갈등이 안 생기게 할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남편이 부인이 이상한 사람이라 고부갈등이 생겼다는 식으로 영화 내내 말하잖아요.
기자: 남편이 영화 속에서 투자자 앞에서 발표할 때 ‘전형적인 고부갈등’이라고 말하잖아요.
브라우니: 예고편에서도 “나는 이상한 여자와 결혼했다”라고 말하잖아요.
대추생강차: 영화 제목 ‘B급 며느리’라는 거 자체가 시어머니 입장에서 본거잖아요. 남편인 본인 입장에서.
기자: 그래서 이 영화 제목은 ‘내가 죄인입니다’라고 지었어야 한다니까요.
대추생강차: 아니면 ‘우리 엄마는 알고 보니 B급 시엄마’라고 짓던가.
브라우니: 자꾸 왜 며느리를 A급이니 B급이니 평가를 해요?
연희댁: 자기 부인을 까려고 만든 느낌이에요. 아내만 까는 시선으로 만들고. 본인이 제일 문젠데.
대추생강차: 자기는 제일 죽겠다고 했는데, 사람들이 좋아해, 그걸로 돈도 벌어.
기자: 이 영화가 잘 되는 게 남편한테 독일 거 같아요.
연희댁: 욕 먹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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