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린 시절 반려동물을 키워보지 못했다. 막연하게 동물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었지만, 실질적인 지식은 갖고 있지 못한 그야말로 ‘초짜’인 이유다. 그런 내가 고양이에게 ‘입덕’한 것은 운명이었을까. 어떤 날 선물처럼 고양이가 찾아왔고 우리 가족이 됐다.
고양이는 세 살 난 성묘였고, 세 번의 파양 경험이 있어서인지 소심했다. 물론 나는 초보 집사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 당시 5살 난 남자아이가 있는 우리 가족을 보며 입양 담당자가 조금 불안해했던 것은 사실이다. 소심한 집사와 소심한 다섯 살 난 아이, 그리고 소심한 고양이가 친해지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했을까?
처음에 우리 집에 들어선 고양이는, 탐색할 것도 말 것도 없이 쏜살같이 달려가 침대 밑에 숨었다. 그리고는 하루를 꼬박 나오지 않았다. 다음 날에는 우리가 다 자는 밤이 되자 혼자 이곳저곳을 구경했는지, 밥도 먹고 화장실도 다녀온 흔적이 보였다. 그리고 세 번째 날, 처음으로 거실에 빼꼼 모습을 비췄다.
물론, 처음부터 내 무릎에 털썩 주저앉아 골골댄 것은 아니다. 멀리서 있는 듯 없는 듯 서로를 탐색하던 우리는 온종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했다. 내가 조금 다가가면 한 발짝 멀어지고, 고양이가 다가오면 내가 하던 일을 멈추고 굳어버리는 놀이. 그렇게 서서히 서로를 알아가던 차였다.
하지만 다섯 살 난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상황은 달라졌다. 반 발짝, 한 발짝 다가오던 고양이의 마음이 아이의 등장으로 세 발짝쯤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고양이도 사람 아이는 처음이었다. 전에 살던 집에서는 어른밖에 없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아이도 고양이가 처음이다.
조용한 성격의 아이지만 그래도 아이는 아이가 아닌가. 아이는 고양이를 발견하자 즉각 다가가고 싶어 했다. 먼발치에서 보고 있던 고양이는 아이가 궁둥짝을 들썩임과 동시에 구석으로 숨어들었다. 그때만큼 아이가 야속했던 적이 없었다. 어떻게 좁혀 놓은 거리인데!
아이가 걸어 다니고,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사이에는 고양이는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그리곤 어린이집으로 간 아침이 되면 슬금슬금 밖으로 나와서 다시 탐색하고 나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했다. 답답하고 길게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아이는 아이대로 고양이가 자신에겐 오지 않는다고 시무룩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서로를 겉돌던 시간, 그렇게 두 아이는 서로를 알아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아이 모습만 보면 줄행랑을 치기 바빴던 고양이는, 아이를 봐도 놀라 도망가지 않았고, 아이가 주는 간식을 받아먹기도 했으며, 아이 역시 밖에 나갔다 집으로 돌아올 때는 고양이부터 찾았다.
함께 한지 일 년 남짓. 이제는 서로의 적정거리를 알아낸 듯하다. 아이는 더는 고양이를 보고 다가가지 않고, 고양이도 아이 옆에서 태연하게 그루밍을 한다. 아이는 동물에게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함을 이해하게 됐고, 고양이 역시 아이가 귀찮을 때면 조용히 캣폴 위에 뛰어 올라가 쉬었다. 둘이 공을 주고받으며 노는 일은 없지만, 아이와 내가 책을 읽을 때나, 그림을 그릴 때나 무엇을 하든 옆으로 다가와 가만히 앉아있었다. 때론 아이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 종이 위에 올라앉아서 티격태격 싸우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정말로 가족이 됐다.
가끔 고양이가 자는 아이 침대로 올라가, 머리에 슬쩍 자신의 머리를 비비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뭉클해진다. 동물과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 뜨겁지도, 너무 느슨하지도 않은 서로의 적정거리를 본다. 각자의 모습을 갖고 함께 살아가는 법,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면서 느낀 첫 번째 감정이다.
*칼럼니스트 이유하는 6살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다. 새로운 것들을 찾아 방황하고, 여행하기도 좋아한다. 사람들에게 솔직하고, 공감되며,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다. 그놈의 ‘나’를 찾기 위해 공부하고, 기회가 되는 대로 여기저기에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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