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구급대원의 최대 골칫거리는? '비만 환자 병원 이송'
미국 구급대원의 최대 골칫거리는? '비만 환자 병원 이송'
  • 칼럼니스트 박창희
  • 승인 2018.02.0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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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희의 살과 사랑이야기] 비만의 주범으로 낙인 찍힌 패스트푸트

비만의 주범으로 패스트푸드가 낙인이 찍힌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인은 필자에게 따지듯 묻는다. 햄버거의 구성인 고기, 채소, 밀가루 등은 평상시 우리가 먹는 음식일 뿐인데 왜 그런 오명이 붙었는지 알 수 없다고 말이다. 필자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자 고무된 그는 덧붙인다. 그 범주에서 빠져있는 떡이나 밥은 살 안 찌느냐고 말이다. 정확한 지적이며 일리 있는 얘기다.

하지만 패스트와 푸드 사이에 서비스라는 단어를 붙이면 어떻게 될까. 패스트서비스푸드가 된다. 항변하듯 말을 내뱉던 그의 기세가 조금 누그러진다. 종류별로 갖춰져 손님의 취향에 따라 빨리 내어 주면 패스트서비스푸드라 정의할 수 있다. 그냥 줄여서 패스트푸드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지인과의 대화는 끝이 났다.

말 그대로 쫓기듯 내어주고 허겁지겁 먹는 음식이다. 한 끼니를 때우거나 어쨌든 배를 채워야 하는 상황이라 먹는 음식인데 맛이 좋다고 느끼는 것이 공교롭게도 값이 싸다 보니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비만의 원인을 묻는 말에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이라 답한다면 질문자의 얼굴에 화색이 돌 것이다. 서구화된 식습관의 중심에 다소 혼란스러운 단어인 패스트푸드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에서 비만이 일으키는 각종 사회적 문제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구급대원들에게 가장 골칫거리는 거대한 몸집의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일이다. ⓒ베이비뉴스
미국에서 비만이 일으키는 각종 사회적 문제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구급대원들에게 가장 골칫거리는 거대한 몸집의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일이다. ⓒ베이비뉴스

손수 차려낸 엄마표 밥상과 모든 가공식품은 자연에서 올라온 신선한 먹거리로 시작한다. 문제는 그 끝이 확연하게 다르다는 거다. 만인의 취향과 더불어 보존과 유통을 전제로 한 가공식품은 음식보다는 화학제품에 가깝다. 도축장으로 걸어 들어간 돼지가 살코기로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것과 햄이 되어 오르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 큰 차이가 있다는 거다. 극도의 가공을 거친 패스트푸드 역시 가지고 있던 먹거리 본래의 모습은 찾기 힘들다.

값이 저렴하다지만 매장에서 판매하는 단일 상품의 경우일 뿐이다. 자극적인 맛을 즐기기 위해 음료나 감자튀김 등을 추가하면 가격은 금세 올라 식당의 밥 한 그릇 값을 능가하기도 한다. 영양 밀도는 희박해지고 열량 밀도는 잔뜩 높아진 정크푸드에 우리가 탐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크푸드의 지배를 받는 이면에는 사회, 경제적 문제 등, 개인의 힘으로 극복이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담겨있다. 여기서 패스트푸드 천국이자 비만 원조 국가인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사방이 뚱뚱한 사람들로 넘치는 미국에서 비만이 일으키는 각종 사회적 문제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구급대원들에게 가장 골칫거리는 거대한 몸집의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일이다. 0.5t의 환자를 옮기기 위해 그가 쓰러져 있던 화장실의 벽을 부순다든지, 건축자재를 운반하는 지게차로 침대를 옮기기도 한다. 기중기를 쓰기 위해 집의 천장을 뚫었음은 물론이다.

체중이 수백 kg에 달하는 환자들은 들것으로 옮기거나 구급차에 태울 수도 없다. 고층에 거주하는 환자를 옮기는 과정에서 고가 사다리가 무너져 환자와 소방대원이 추락하기도 한다. 도대체 자유와 풍요의 상징, 미국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몇 년 전 다이어트 강의를 위해 필자가 뉴욕을 방문했을 당시의 일이다. 맥도널드 매장 안에서 한 남성이 빅 사이즈의 햄버거를 먹고 있었는데 필자는 유리 벽을 사이에 두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볼 수 있었다. 뚜껑처럼 덮여있는 빵을 열고 각종 소스를 듬뿍 뿌려댄 특대사이즈의 햄버거를 그 남성이 먹어 치우는데 채 몇 분이 걸리지 않았다.

슈퍼사이즈의 콜라를 들고 매장을 나오던 그 남성은 밖에서 자신의 식사를 관람하던 내게 익살스러운 미소까지 지어 보였다. 넉넉한 몸집과 달리 그 흑인 남성이 여유로운 식사를 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경비원 복장의 그는 아마도 근무교대 시간에 쫓겼을 것이다. 비만 역시 가난처럼 사회적 약자에게 대물림되는 것은 아닐까. 그 미소 뒤에 숨겨진 비만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다음 호에 좀 더 들여다보자.

*칼럼니스트 박창희는 전산과 체육학을 전공한 다이어트 전문가로서 다이어트의 필요성과 방법을 알리는 강사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비만 사회운동가로서 비만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바라보고 비만을 일으키는 사회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그는 현재 광고대행사와 방송 스튜디오의 대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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