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사가 돈 밝히지 마라”…영유아교사 무급 노동 관행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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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교사가 돈 밝히지 마라”…영유아교사 무급 노동 관행 '심각'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8.02.02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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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출근' 시켜놓고 임금 지급은 '제멋대로'...관계 부처는 '나몰라라'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 매일 평균 밤 10시에 퇴근했습니다. 당연히 야근수당은 없습니다. 저희 유치원은 원장이 집에 안 가면 일이 없어도 집에 못가는 상황이 자리 잡혀 있었습니다. 초임인 저는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습 기간엔 1월 중순부터 무급으로 일했습니다. ‘설날이니 세배해보라’고 해서 세뱃돈으로 5만 원을 준 것이 전부입니다. 

# 제가 다닌 어린이집은 9월에 개원했습니다. 개원 2주 전부터 아침 9시에 출근해 저녁 10시까지 일했습니다. 돈을 챙겨준다고 하셨으나 2주 간 받은 돈은 5만원이 전부였으며 그마저도 추석 상여금처럼 주셨습니다. 시간외 근무수당도 주지 않았습니다. 이에 불만을 가진 교사와 달라고 이야기한 교사 4명을 모두 잘라서 올해 2월까지만 근무하기로 한 상태입니다.

# 저는 2년 전 초임으로 일을 시작한 유치원 교사입니다. 일을 미리 배워보는 게 좋겠다고 해서 거절하지 못하는 마음에 미리 나가서 일했습니다. 처음에는 일이 많지 않았지만 두 달 먼저 일하게 되면서 반 청소는 당연히 제 몫이 됐습니다. 두 달 동안 행사에는 다 참여했습니다. 오히려 청소가 미흡하다며 면박을 주셨습니다. 급여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지만 두 달이 지난 뒤 설날 떡값이라도 줘야 한다며 30만원을 건네 주셨습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들이 정식 임·채용 전이나 새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최저임금도 안 되는 돈을 받거나 무급으로 근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사전 출근’은 인수인계나 근무지 환경 파악 등을 이유로 관행처럼 교사에게 요구됐다. 교사들은 “교사가 아니라 농노 같다. 하루빨리 이런 문화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살려달라”며 부당하고 열악한 처우에 신음하고 있었다.

2일 베이비뉴스는 페이스북 페이지 ‘영유아 교사에 관하여’가 진행한 '영유아교사 사전출근 실태조사' 설문 결과를 단독으로 입수했다. 지난달 11일부터 25일까지 14일 간 익명으로 진행된 설문에는 총 635명이 응했으며, 이 중 유치원 교사는 400명,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235명이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9%에 해당하는 378명이 사전 출근 기간 중 임금 지급 여부와 기준을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측으로부터 설명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사전 출근 기간의 급여를 지급해 줄 것을 요청한 교사에게 “교사는 교육자다. 돈 밝히지 말라”고 말한 유치원 원장도 있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들에게 무급 또는 저임금 사전 출근이 관행처럼 요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윤영 기자 ⓒ베이비뉴스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들에게 무급 또는 저임금 사전 출근이 관행처럼 요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윤영 기자 ⓒ베이비뉴스

◇ 사전 출근 경험자 절반이 무급, ‘교통비’라도 받으면 다행

사전 출근 기간 중 급여를 못 받았다고 응답한 교사는 305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48%에 달한다. 유치원 교사는 응답자 400명 중 39%(155명)가 급여를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해당 문항이 주관식으로 조사됐기 때문에 “언질이 없었다”거나 “언급을 하면 안 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등 대답을 포함하면, 무급 노동 경험이 있는 교사의 비율은 높아진다.

근무 대가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소액에 불과했다. ‘교통비’를 받았다고 응답한 교사는 전체 29%(187명)에 달했다. 특히, ‘교통비’를 받은 경우가 어린이집 보육교사(43명)에 비해 유치원 교사(144명)가 훨씬 많았다. 이외에도 일급이나 시급으로 정산 받았다거나, 명절상여를 이유로 원장이 돈을 지급했다는 답변도 있었다. 반면, 한 달 기준으로 100만 원 이상을 받았다는 응답자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틀어 단 5명 뿐이었다.

베이비뉴스가 만난 한 어린이집 전직 교사는 사전 출근을 “관행처럼 당연하게 이뤄진다”고 표현했다. 그는 “(이 기간 중에) 적은 돈이라도 받게 되면 본인이 ‘운이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응답자 중에는 “2012년 3월 입사 당시 2월부터 출근했으나 급여를 받지 못했다”는 답변도 있었다. 한 달분 급여를 지급해달라고 민원을 넣었으나, ‘누가 민원을 넣었냐’며 원장에게 취조를 당했다는 경험을 적었다. 

주관식 응답 문항으로 확인한 사전 출근 기간은 짧게는 1주, 길게는 두 달 정도였다. 새학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 실제 근무가 시작되는데, 12월부터 2월 사이에 사전 출근이 시작되는 셈이다. ‘언제부터 출근요청을 받았나’라고 묻는 객관식 질문에 ‘2월(부터 출근)’을 선택한 사람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합쳐 337건(53%)으로 가장 많았다. ‘1월’은 259건(41%), ‘12월’은 38건(6%)이었다. 

베이비뉴스가 단독 입수한 영유아교사 사전출근 실태조사 설문결과.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 635명이 이번 조사에 응했다. 김재희 기자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가 단독 입수한 영유아교사 사전출근 실태조사 설문결과.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 635명이 이번 조사에 응했다. 김재희 기자 ⓒ베이비뉴스

◇ 돈은 안 주고 업무는 그대로…교사들 “살려달라”

교사들은 사전 출근 기간에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학기가 시작되기 전에는 인턴이라는 이유로 월급이나 돈을 주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라거나 “유치원 리모델링을 한다며 교사에게 무급으로 청소를 시킨다”는 답변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한 응답자는 “누리과정 보조교사 월급 받고 밤 10시까지 근무하고 아침당직에 차량에 정담임이 하는 일을 다 했다”고 적기도 했다. 이외에도 환경구성(교실이나 활동실 등을 단장하는 일)이나 신규 유치원·어린이집 개원 준비 등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사전 출근’은 초임교사처럼 ‘처우가 부당하다’는 인식을 잘 하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직 어린이집 교사라고 밝힌 한 응답자는 “초임 땐 원장님 말이 당연한 건 줄 알았다”며 “‘안주는 원도 많은데 선생님은 특별히 30만 원을 챙겨준다’는 말에 다 속지 않고 챙겨 받으면서 일하셨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한 응답자는 “다른 직업에 비해 대우도 못 받고, 월급도 일한 노동에 비해 너무 적다. 국가가 정한대로 안 준다. 이 부분은 국가가 나서서 도와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며 교원 처우 개선에 책임이 있는 관할 기관의 미진한 태도를 지적했다.

◇ 교육부·교육청 "근로계약은 고용노동부 관할" 발뺌

교육부는 사전 출근과 관련한 내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1일 베이비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유치원 교사 업무 특성 때문에 사전 출근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 “과도한 저임금이나 임금 못 받는다는 점은 지도점검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임금과 관련한 부분은 “고용노동부에서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교육부 관계자는 “국립유치원만 담당할 뿐 공립과 사립 유치원은 해당 지역 교육청에서 지도 감독한다”고 말했다. ‘교육청에서 지도 감독한 일을 교육부에 보고하는 절차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절차는 없으며 교육부와 교육청은 각자 처리한다”고 답변했다. 

설문 종료 후, ‘영유아 교사에 관하여’ 측은 유치원 교사 제보 400건을 해당지역 교육청에 전달했다. ‘영유아 교사에 관하여’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관계자는 “해당지역 유치원에서 수습기간이라는 이유로 신입교사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않고 업무를 시키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해당지역 원에 대한 감사를 요청한다는 내용을 담은 민원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설문 응답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기관명은 명시하지 않았다.

유치원 사전 출근 사례가 많았던 곳은 경기도로 122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1일 경기도교육청은 민원 접수 이후 어떻게 조치되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무급 근로 민원에 대한 내용을 확인했다”며 “(경기도 내) 유치원 전체로 시정권고 공문을 발송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또한, “(무급 또는 저임금 근로를)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판단해 문제가 발생한 유치원을 파악하기보다 전체 유치원을 대상으로 지도 감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도 교육부와 마찬가지로 “근로계약은 고용노동법에 의거하기 때문에 고용노동부의 일”이라며, “교육청은 지도감독 기관이고, 조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형사처벌 또는 행정처분을 내릴 수 없다”고 답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전 출근’ 관행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어떤 입장일까? 고용노동부 담당자는 “(사전 출근이) 근로 계약 기간에 포함한다면 임금은 최저임금 이상 지급돼야 한다”며 “근로기간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일상 업무와 같은 내용으로 근로가 발생했다는 증거가 있다면 처벌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유치원이라도 임금 체불이나 최저임금 미달 지급은 고용노동부에서 조치가 가능한가’라는 기자의 질문에는 “고용계약과 관련한 사항이면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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