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들이 ‘저출산’ 해결 위해 머리 맞댄 이유는?
변호사들이 ‘저출산’ 해결 위해 머리 맞댄 이유는?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8.02.02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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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법제도적 개선방안 심포지엄 열려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1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주최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법제도적 개선방안 심포지엄’이 열렸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1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주최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법제도적 개선방안 심포지엄’이 열렸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사례1] “제 아내도 변호사입니다. 출산 2주 전까지 일하고 출산휴가 90일만 쓰고 출근했는데, 그해 인사평가를 최하로 받았어요. 퇴출이죠. 우여곡절 끝에 결국 퇴출은 철회됐지만 그게 현실입니다.”

[사례2] “변호사 개업 직후에 둘째를 임신했어요. 이혼소송을 하나 수임했는데 그분이 ‘혹시 제 사건 하시다가 아이를 낳게 되면 제 사건은 어떻게 되나요?’라고 묻더라고요. 다른 변호사가 이어갈 수 있어서 전혀 문제없다고 설명을 했는데도 결국 그분은 수임을 철회하셨어요. 그때 ‘셋째는 못 낳겠구나’ 결심했죠.”

[사례3] “아이 키우느라 모임에 오랫동안 못 나가다가 오랜만에 참석한 날이었어요. 선배 변호사들이 각자 자기가 잘하는 전문 분야로 자기를 소개하는데, 저는 그냥 ‘아직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했죠. 그랬더니 옆에서 한 남자 선배 변호사가 ‘자네는 애 보는 거 잘하잖아’ 하더라고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주최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법제도적 개선방안 심포지엄’에서 나온 이야기들이다. 1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심포지엄. 현장에는 30여 명의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들과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했고, 좌장은 조현욱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이 맡았다.

변호사들이 ‘저출산’ 심포지엄을 연 이유는 뭘까?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저출산 대책이 일회적이고 시혜적인 정책에서 벗어나 현상의 원인에 대한 체계적 분석에 기반해 정책의 뚜렷한 방향성을 확립하고, 정책이 구체적인 법률과 제도로 정착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해 심포지엄을 개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저출산 대책이 일회적인 정책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법률과 제도로 정착돼야 한다”고 심포지엄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저출산 대책이 일회적인 정책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법률과 제도로 정착돼야 한다”고 심포지엄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저출산 대책, 일회적 정책에서 벗어나 구체적 법제도로 정착돼야”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저출산 문제에 대한 비교법적 검토와 그 해결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성 교수는 먼저 프랑스, 독일, 스웨덴, 일본의 저출산 대책들을 소개했다.

특히 대표적인 저출산 극복 사례로 언급되는 프랑스의 경우 ‘혼외출산의 증가’가 가장 큰 특징임을 짚었다. 그리고 1999년 프랑스 정부가 PACS(민간연대결약) 법률 제정으로 이를 지원했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PACS에 대해 “이성 혹은 동성 간의 두 성인이 결혼 이외의 방식으로 영위하는 공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법적 권리를 일부 인정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프랑스가 대통령 직속기구로 ‘인구 및 가족정책 고등위원회(HCPE)’를 두고 대통령 주재 하에 효과적인 출산장려 정책을 추진한 점을 높이 평가하며 “우리나라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있으나 그동안 저출산 대책 추진이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어 비효율성이 높았다”고 평가했다.

성 교수가 또 중요하게 언급한 국가는 일본. 성 교수는 일본의 ‘1억 총활약 플랜’을 소개하며 “기존의 보육 지원, 일·가정 양립 정책뿐 아니라 임금과 가계소득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1억 총활약 플랜’의 세부 정책 가운데 ‘여성의 경제참여율 제고’와 ‘지방 활성화’ 정책은 “우리나라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부분”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성 교수는 “프랑스, 스웨덴, 독일의 경우 국공립 어린이집을 90% 이상 확보하고 있는 점은 너무나 부러운 현실”이라며, “아이를 낳기만 회사 눈치를 볼 것도 없이 국가에서 잘 키워 돌봐준다는 인식이 확립되면 맞벌이 부부들은 최소한 둘 이상의 아이를 낳을 것이 자명하다”고 국가보육체계의 확립을 강조했다.

첫 번째 발제자인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저출산 문제에 대한 비교법적 검토와 그 해결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첫 번째 발제자인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저출산 문제에 대한 비교법적 검토와 그 해결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획일적 가족 가치관 교육으로 국민에게 출산 강요해선 안 돼”

두 번째 발제의 주제는 ‘저출산 대응을 위한 법제도적 개선방안’. 발제자는 유해미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이었다. 우선 저출산 현상의 원인과 특수성에 대한 이야기로 발표를 시작했다. 유 연구위원은 유럽 국가들과 다른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저출산 원인은 ‘장시간 근로 관행’과 ‘교육제도’라고 짚었다.

유 연구위원은 “장시간 노동은 장시간 보육을 초래해 보육료 지원의 효과를 상쇄시킬 수 있고, 최종학력이 직업 선택이나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는 결정적인 변수이므로 대학 입학 경쟁으로 과도하게 내몰리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는 일본과 굉장히 유사하지만 “일본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노동시장의 변화에 보다 서둘러 집중했다”고 차이점을 밝혔다.

그리고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 대한 비판도 들을 수 있었다. 유 연구위원은 해당 법이 ‘가족생활에 대한 합리적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인구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에 대해 “가족생활의 영위 방식은 개인의 선택의 문제이므로 법률에 명시된 ‘합리적인 가치관’이 무엇인지, 그리고 교육 대상이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유 연구위원이 강조한 것은 패러다임의 변화. 즉 ‘저출산 정책은 누구에게 집중돼야 하는가’라는 문제였다. 유 연구위원은 “저출산 현상은 단지 출생아 수의 감소가 아니라 ‘희망하는 수만큼 자녀를 출산·양육하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한다”며, “저출산 대책은 획일적인 가족 가치관에 의한 교육을 통해 국민에게 결혼과 출산을 강요하는 방식이 아니라, 결혼과 출산을 희망하는 이들에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그 대상은 “결혼을 통한 자녀 출산을 희망하는 청년층(예비부부), 자녀 출산을 희망하나 첫 자녀 출산 시기를 미루고 있는 가구(예비부모), 두 자녀 이상 출산을 희망하나 첫째 자녀 출산 이후 추가출산을 포기하려는 가구”라고 설명했다.

유해미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가운데)은 ‘저출산 대응을 위한 법제도적 개선방안’을 주제로 두 번째 발제를 진행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유해미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가운데)은 ‘저출산 대응을 위한 법제도적 개선방안’을 주제로 두 번째 발제를 진행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양성평등 확립 강조… ‘혼외출산 인정 법안 필요’ 발언도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 김영미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양성평등의 확립’을 강조했다. 김 이사는 “국가의 미래, 고령화 사회 대비를 위해 출산을 해야 한다고 장려하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며,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는 것과 반비례하게 여성에 대한 편견과 유리천장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태에서 여성에게 경력단절과 사회적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기적의 아빠 육아’ 저자인 황성한 작가는 ▲양육 스트레스 상담 시스템 ▲생애주기별 맞춤 부모교육 시스템 ▲육아기 단축근무 보편화 ▲육아기 정시퇴근 의무화 등을 제안했다. 또한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겠다는 단기적인 목표보다는, 출산과 양육이 즐겁고 행복한 일이 될 수 있고 보통의 사람들이 살기 좋은 나라와 환경을 만들기 위한 국가정책을 실행한다면 자연스럽게 출산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왕미양 서울지방변호사회 윤리이사는 특히 프랑스의 저출산 극복 사례에 주목했다. 혼외 출산 인정과 장려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왕 이사는 “우리나라도 혼외 출산에 대한 따가운 시선을 없애고 비혼 또는 법률혼이 아닌 상황에서도 당당하게 자녀를 출산해 양육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며, “먼저 제도가 만들어지고 국민의식이 변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 법안 마련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토론자인 배경택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총괄과 과장은 기존의 저출산 대책에 대한 반성과 문재인 정부의 정책 목표를 소개했다. 배 과장은 “출산율 숫자로만 평가되는 정책과 구조적인 접근의 부족, 그리고 컨트롤타워가 부재했다는 반성들이 있다”며, “문재인 정부에서는 우선 출생아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인권에 관련된다는 점에서 사람 중심의 양육 대책을 세우고자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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