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서 나는 아이를 낳지 않기로 했다”
“… 그래서 나는 아이를 낳지 않기로 했다”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8.02.02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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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늘도 비출산을 다짐합니다’ 송가연 작가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지난 29일 서울시 마포구 한 카페에서 '오늘도 비출산을 다짐합니다' 송가연 작가를 만나 '여성이 출산을 고민할 때 무엇을 고려하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29일 서울시 마포구 한 카페에서 '오늘도 비출산을 다짐합니다' 송가연 작가를 만나 '여성이 출산을 고민할 때 무엇을 고려하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저출산 시대, 여성들은 출산을 고민할 때 무엇을 가장 고려할까? 과연 여성들에게 임신과 출산의 선택권이 있기는 한 걸까?

정부는 10년 동안 100조 원이 넘는 돈을 쓰고도 저출산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자, 무엇이 문제였는지 원인을 찾고자 토론회를 열고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머리를 맞댄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 송가연 작가는 우리 사회에서 겪는 ‘엄마의 입장’, ‘아이의 입장’을 낱낱이 파헤쳐 “이런 데 어떻게 아이를 낳을 수 있겠느냐”고 ‘오늘도 비출산을 다짐합니다’(갈라파고스)라는 책을 내고 “그래서 아이를 낳지 않기로 했다”고 주장한다.

송 작가로부터 가임기 여성이 출산을 고민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우리 사회에서 어떤 것들이 고려됐을 때, 아이를 낳을 수 있을지에 대해 29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송 작가와의 일문일답이다.

◇ “여성의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선택이다”

Q. ‘오늘도 비출산을 다짐합니다’ 책 제목에서 강한 의지가 느껴져요. 혹시 오늘도 다짐하셨어요?

“다짐이라기보단 당연한 것 아니에요? (웃음) 이런 사회에 어떻게 아이를 낳죠? 공기와 같은 당연한 것. ‘절대 아이를 낳지 않겠다’라고 혼자 결정할 수는 없죠. 결혼해서 남편과 의논해야겠지만 저는 독박육아, 독박가사, 사교육 등 많은 이유로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얘기하고 남편의 의견이 설득이 된다면 낳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생각이 바뀌지 않을 것 같아요.”

Q. 혹시 아이를 싫어하진 않으세요?

“저는 아이를 정말 좋아해요. 어릴 땐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동생 보느라 친구도 안 만났어요.  한부모 가정 아이들 돌보는 봉사활동을 찾아서 하기도 했는데 ‘애 잘 키우겠다’는 말, ‘애 잘 본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제 일을 하는 데 지장만 없다면 낳고 싶지만 100% 지장이 있을 것 같아 낳고 싶진 않네요. 제발 저를 설득했으면 좋겠는데 설득이 잘 안 돼요.”

Q. 이 책을 쓰게 된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겨울에 한 날 출근길에 ‘이놈의 자궁을 떼어내야지’란 말이 툭 튀어나온 거예요. 자궁이라는 말이 내 입에서 나오다니 사실 놀랐어요. 제가 잠을 못 자면 예민한 편인데 당시 예민해져 있어 말이 격하게 나온 상황이라 스스로도 놀랐죠. 그때 돌아보게 됐어요.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연애도 못 하고 결혼도 못 하고 그럼 애도 못 낳네’, 이런 생각을 책으로 써 볼까? 하고 그게 촉발이 됐어요.”

Q.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뭔가요?

“‘이런 선택도 있어’라고 알려주고 싶었어요. 출산을 당연히 해야 하는 게 아니라 ‘비출산이라는 것도 있으니 생각해 보는 게 어때?’라고요. 출산을 결심하더라도 자기중심을 잡고 자기 삶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해요. 아이를 낳고 난 이후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 생각해 보길 바라요. 낭만적이지만 않다는 것. 아이를 보면 귀엽고 좋긴 한데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송가연 작가는 "아이는커녕 나 하나도 버티기 어렵다"고 녹록지 않은 현실을 이야기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송가연 작가는 "아이는커녕 나 하나도 버티기 어렵다"고 녹록지 않은 현실을 이야기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아이는커녕 나 하나도 버티기 어려워요”

Q. 책에서 ‘아이는커녕, 나 하나도 버티기 어렵다’고 하셨어요. 어떤 이유 때문인가요?

“아이를 낳아 키울 시간이 없다는 것에서 출발했어요. 이전 회사 다닐 때 야근하고 돌아오면 잠잘 시간조차 부족했어요. 책을 침대서 읽다 잔적도 있어요. 이렇게 책 한자 읽을 시간도 없는데 애를 낳는 건 사치라고 생각했죠. 지금은 인터뷰할 시간도 있고…. 사실 애 둘을 키울 시간도 있을 것 같은데 시간이 있다고 해서 아이를 낳진 않을 거예요. 이 시간은 개인적인 시간으로 쓰고 싶어요. 이렇게 하고도 시간이 남으면 애를 낳아볼까? 생각하겠지만요.”

Q. 혼자도 시간이 부족한데 가정 내 남녀 가사 분담률 차이도 크죠?

“가사 부담률 통계를 보면, 외벌이 가정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남성은 47분, 여성은 6시간 16분이에요. 맞벌이 가정의 여성 가사노동 시간은 3시간 14분으로 확연히 줄어드는데 남성의 가사노동시간은 놀랍게도 40분으로 나와요. 맞벌이 일 때 남성 가사노동 시간이 7분 더 적어요. 그에 비교해 여성의 가사부담률이 너무 높죠.”

Q. 결혼하고 나면, ‘왜 아이 안 낳아요?’라는 질문을 많이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그렇게 질문하는 분께 ‘아이를 왜 낳느냐’고 되묻고 싶어요. 별다른 생각이 없었겠죠. 생각해 보면 아이를 낳는 게 당연한 게 아니에요. 대부분 비출산을 다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여자입장에서 말하지만 저는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아이가 태어나고 싶었을까?’, 빠르면 2세부터 늦어도 5세부터는 사교육이 시작됩니다. 스피치 강의 등 사교육비도 1년에 33조나 들어간다고 해요. 입시지옥, 취업난, 저임금, 야근이 일상화된 삶, 노후 문제 등 아이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아이가 한국에서 태어나길 원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미안해서 못 낳겠어요. 어떤 사람은 아이가 노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또 애를 낳아야 이혼을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렇게까지 결혼 생활을 유지해야 하나 싶기도 해요. 그런 상황이라면 아이가 없더라도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Q. 아이를 낳아 키운다고 생각하면 어떤 게 가장 두려우세요?

“제일 두려운 거요…. 아이를 낳아 키우면 제 삶이 없어질 것 같은 느낌.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상이 없어질 것 같아요. 저는 공연 보는 것도 좋아하고 책 보는 것도 좋아하는데 전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제 삶에서 더 이상 송가연으로 살아갈 수 없고 엄마의 삶만 남게 되겠죠. 저 자신의 삶을 살고 아이도 키울 수 있다면 하겠지만 그럴 수 있을 것 같진 않아요.”

송가연 작가는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우리 사회에 입시지옥, 왕따 문제, 아동 성폭력 등 아이는 ‘왜 한국에서 태어났을까’ 하는 생각을 할 텐데, 그렇게 물으면 정말 답을 못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송가연 작가는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우리 사회에 입시지옥, 왕따 문제, 아동 성폭력 등 아이는 ‘왜 한국에서 태어났을까’ 하는 생각을 할 텐데, 그렇게 물으면 정말 답을 못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엄마는 왜 하필 나를 한국에서 낳았어?”

Q. 책 표지에 ‘왜 아이를 안 낳느냐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나의 모성애다’라고 돼 있어요. 그런가요?

“출판사에서 좀 더 자극적으로 표현한 것 같아요(웃음). 저는 사실 아이의 관점에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아이를 좋아해서, 낳지 않으므로 해서 아이의 고통을 없애주는, 또다른 차원에서 아이를 사랑하는 방법을 택한 거죠.”

Q. 아이가 한 번쯤 ‘엄마는 나를 왜 한국에서 낳았어?’라고 물을 것 같다고요?

“세월호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 나라에서 아이를 낳으면 저렇게 되는구나. 아이의 시신을 꺼내자는 부모한테 저렇게 대하는구나’ 보면서 참담했어요. 그 사건은 정말….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우리 사회에 경쟁도 심하고 입시지옥, 왕따 문제, 아동 성폭력 등 아이는 ‘왜 한국에서 태어났을까’ 하는 생각을 할 텐데, 그렇게 물으면 정말 답을 못할 것 같아요.”

Q. ‘아이를 낳게 하려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요?

“성 평등이 먼저 돼야 해요. 책을 다 쓰고 돌아보면서 ‘그러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성 평등’인 것 같더라고요. 성 평등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임금격차, 가사 분담률 등 성 평등을 이루기 위해 여성은 출산휴가, 남성은 육아휴직을 쓰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시간제 근로, 여성 파트타임근무는 맘에 안 들어요. ‘육아도 하고 일도 하겠다면 이 정도 일만해’ 이런 느낌이에요. 육아는 국가에서 맡아주고 여자들도 전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해주는 게 필요해요.”

Q. 여성은 출산휴가, 남성은 육아휴직을 말씀하셨는데 이유는 뭔가요?

“여성이 임원으로 많이 올라가야한다고 생각해요. 여성이 육아휴직해서 1~2년 쉬게 되면 쉬지 않고 일해 온 남자보다 승진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어요. 출산휴가를 여성이 쓰면, 육아휴직은 남자가 써야 승진 심사에서 대등하지 않을까요? 여성 임원 비율이 너무 낮아서 공기업에는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곳도 많아요. 암담하죠. 여성 사원 비율은 높은데 팀장부터 확 떨어져요. 그런 것 보면서 여성들이 계속 일을 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아이를 낳지 않아야 하는구나. 여성들 경력단절이 많은 게 임신·출산 시기에 현격히 떨어지잖아요. 40대 다시 일을 시작한다고 해도 질이 높지 않고요.”

◇ “먹고 살기 편하고 안정적이면 애 낳거든요”

Q. 그동안 정부의 저출산 정책 가장 큰 문제점은 뭐라고 보시나요?

“그동안 100조 원 넘게 날린 게 ‘돈만 주면 낳겠지’ 피상적으로 생각한 것 같아요. 돈 얼마 줘서 낳게 할 순 없죠. ‘아이를 낳으면 행복해요’ 이런 피상적인 말 안 믿죠. 주변에선 안 행복한 게, 아이 키우느라 죽어나는 게 보이는데…. 아동수당 10만 원은 좋다고 생각해요. 주택 수당 등, 다른 수당들도 생겼으면 좋겠고요. 아동수당 10%를 빼고 주는 건 아니죠. 아동 모두가 누려야 할 아동의 권리라고 생각해요.”

Q.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이 시행되면 '아이 한 번 낳아봐야겠다' 생각이 들까요?

“국공립 어린이집 증설되고 교사 처우 개선됐으면 좋겠고, 사교육 좀 잡아줬으면 좋겠어요. 공교육이 탄탄해져서 아이를 낳아 키우면 교육 문제에 대해선 고민하지 않도록. 통계를 보면, 남성 육아휴직 정말 저조한데 의무화 됐으면 좋겠어요. 육아휴직 임금 보존율이 높아져야 하고요, 상한이 너무 낮아요. 아이 키우면 돈이 더 많이 들어가는데, 그 돈 가지곤 생활이 어려워 추천하지 못하겠어요. 무엇보다 아이를 낳아도 내 삶이 전혀 변화가 없다면 낳겠어요. 그런데 가능할까요?”

Q.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데 바람이 있다면요?

“궁극적으로 출산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고민하지 않고 ‘애가 생겼네’, ‘당연히 낳아야지’, 임신을 축복으로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왔으면 좋겠죠. 다른 나라는 어떤 제도가 좋으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다른 나라라고) 특별한 것은 없었어요. 특별한 것이 없다는 건 먹고 살기 편하고, 안정적이기만 하면 애는 낳거든요. 그렇지 않으니까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이고, 이건 문제가 심각하다는 거죠. 저도 이런 책을 쓰고 싶진 않았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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