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좋은 엄마인가?' 죄책감에 사로잡힌 엄마들
'난 좋은 엄마인가?' 죄책감에 사로잡힌 엄마들
  • 칼럼니스트 박지훈
  • 승인 2018.02.0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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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부모, 현명한 부모] 좋은 엄마의 자격

Q. 이제 막 3살이 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둘째는 아직 없습니다. 잘 자라주는 아이를 생각하면 정말 사랑스럽고, 행복합니다. 그런데, 내가 과연 좋은 엄마일까라는 고민을 많이 해요. 저도 사람인지라 육아에 지쳐, 때론 아이에게 짜증이나 화를 내는 경우들이 생기게 되더라고요. 좋은 엄마 되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부담감과 죄책감을 걷어내고 보면 당신은 이미 중분히 좋은 엄마입니다. ⓒ베이비뉴스
부담감과 죄책감을 걷어내고 보면 당신은 이미 중분히 좋은 엄마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엄마’는 어떤 사람일까? 한 육아 카페에서 ‘좋은 엄마’와 관련된 글이 수 천 건이 게시된 걸 보면 엄마들은 거의 대부분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좋은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는 글보다 그렇게 되고자 하는 무거운 책임감과 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죄책감에 관한 글들이 대부분이다. 왜 ‘좋은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는 찾기가 어렵고 부담감과 죄책감들이 달을 가린 구름처럼 가득할까?

한편 아빠들의 육아 카페의 게시글을 살펴보면 엄마들의 책임감과 죄책감에 관한 게시글과 달리 ‘좋은 아빠’가 되고자 한다는 가입인사가 대부분이다. 아빠들이 양육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만큼 엄마들이 육아로 인해 고통을 많이 경험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영혼까지 탈탈 털린 기분을 한번이라도 느껴본 엄마들이 육아로 인해 지친 마음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육아에 관한 비합리적 신념을 다루고자 한다.

비합리적 신념은 비합리적 사고, 인지적 왜곡, 역기능적 사고 등으로 불리는데, 일반적으로 비현실적 처리를 통해 외부세계를 잘못 해석하여 스트레스를 가져오는 신념, 가치, 태도 등을 말한다. 이러한 비합리적 신념은 타당한 근거는 없지만 ‘반드시 ~해야 한다’와 같이 표현되는 비논리적이거나 비현실적인 생각, 믿음, 판단 등을 말하고 대부분이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부정적 신념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라고 김정호가 한국심리학회지에서 밝혔다. 엘리스(Ellis)는 이러한 비합리적 신념이 A(Adversity 역경)-B(Beliefs 신념)-C(Consequences 결과)의 과정으로 나타나고, 융통성, 현실성, 유용성이 결여돼 있어 D(Disputation 논박)-E(Effect 효과)의 과정을 가진 합리적 정서행동치료(REBT)를 통해 비합리적 신념으로 인한 심리적 어려움을 치료하고자 하였다.

◇ 육아과정에서 어떤 생각들이 비합리적 신념에 해당될까?

엄마의 책임에 대한 대부분의 사회적 통념들이 비합리적 신념으로 작용한다. 가령, 모유수유하기, 재료부터 손수 준비한 이유식 먹이기, 아이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항상 사랑과 관심으로 아이의 욕구를 채워주기 등등 사회적 통념들을 모아보면 엄마는 무조건적 사랑을 주고, 햇살과도 같은 존재여야 한다. 그래서 주변에는 육아지침, 요령, 기법, 십계명 등이 넘쳐나고 엄마들은 이에 맞추어 자신을 희생하여 헌신한다. 그러나 자신의 부족함으로 인해 자동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고통은 자신의 헌신에 대해 자부심을 주기보다 오히려 죄책감을 덧붙인다.

육아과정에서의 비합리적 신념은 아주 사소한 일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결과는 치명적일 수도 있다. 별 문제 없이 잘 지내는듯하다가 느닷없이 나타난 문제로부터 그간의 노력이 헛수고였다는 생각이 들면서 앞으로도 희망이 없어 보이는 경우가 그렇다. 이때 무기력하고 우울한 감정과 더불어 ‘난 아무래도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이러한 감정과 생각이 의욕상실의 침체기인 ‘슬럼프’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엘리스(Ellis. 합리적 정서행동치료를 창시한 미국의 심리학자)의 ABC이론에 근거하여 살펴보면, 엄마는 사소한 문제(A)로 부터 ‘난 아무래도 안 될 것 같다’는 생각(B)을 떠올리게 되고, 결국 의욕상실의 침체기인 슬럼프(C)를 겪게 된다.

◇ 무조건적 사랑을 주고 햇살과도 같은 엄마되기는 왜 비합리적인가?

사실 엄마가 고단하면 아이가 울어도 걱정보다는 짜증이 먼저 난다. 그리고 아이가 아프면 마음을 굳게 먹고 치료하다가도 겁이 덜컥 나고 내가 잘 보살피지 못해 그런 것 같은 죄책감이 자신을 갉아먹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하루하루가 치열한 육아과정에서 죄책감으로 인한 슬럼프는 수시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때로는 깊고 치명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깊이와 빈도에 있어 차이는 날 수 있지만 이러한 과정은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것이지 엄마의 부족함 때문만은 아니다.

육아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신과 주변 세계에 대한 부정적 해석은 융통성, 현실성, 유용성이 결여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엄마도 한 인간으로써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기 위해 늘 아이 곁을 지키려는 노력은 비현실적이며 엄마의 유연성을 어렵게 한다. 또한 유용성의 측면에서 볼 때, 엄마가 아이의 유일한 양육자가 되기보다, 여러 명의 보조양육자와 함께 육아를 분담하는 것이 아이에게도 더 좋은 영향을 준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비합리적 신념을 극복하는 방법은 논박(D)를 통해 합리성을 회복하는데 있다. 가령 왜 아이의 이유식은 재료부터 손수 준비해서 먹여야 하는가?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는 것이 육아의 목표이지 무조건적 사랑을 주는 엄마가 되는 것이 목표는 아닐 것이다. ‘완전한 엄마’가 아니라 ‘좋은 엄마’가 목표라면 ‘반드시’, ‘항상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의 현실적 대안도 있을 것이다. 완전한 것이 아니라 부족함을 좀 덜하게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엄마’는 규격화 할 수 있는가? 아이는 자신만의 발달 시계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한다. 그 동안 문제가 되었던 것이 어느 순간 아무 문제가 안 되기도 하고, 문제가 아니던 것이 새로운 문젯거리로 나타나기도 한다. 어떠한 양육방식과 처방들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아이의 성장에 따라 양육자는 계속해서 그간 익숙해진 양육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양육방식을 아이가 부모의 품을 떠날 때까지 익혀야 한다. 차라리 아이에게 무조건적으로 집중하기보다 자신을 조금 더 아끼고 자신에게 조금 더 너그러운 엄마가 되어도 충분히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을 아껴서 건강하고, 여유가 있는 모습을 가지면 분명히 아이가 모방하기에도 더 좋은 엄마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이런 기준이라면, 더 많은 엄마들이 수월하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부담감과 죄책감을 걷어내고 보면 당신은 이미 충분히 ‘좋은 엄마’임이 더 뚜렷히 보일 것 같다.

*칼럼니스트 박지훈은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2009년 부터 한국가이던스 연구원으로 심리검사 및 진단도구의 개발을 기획하고 관리하였으며 심리검사를 활용한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담당해왔다. 또한 성격심리, 심리검사, 전산통계, 인적자원관리와 관련한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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