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폭력을 가르치는 스마트폰과 TV
아이들에게 폭력을 가르치는 스마트폰과 TV
  • 칼럼니스트 권장희
  • 승인 2018.02.1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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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육아 지혜바구니] 필터링 없는 영유아기의 '뇌'

초등학교 4학년들에게 ‘시어머니’라는 단어를 제시하고 떠오르는 이미지를 기록하게 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렸다. '나빠요', '못됐어요', '심술 맞아요', '며느리를 괴롭혀요', '신경질적이에요' 등등.

이어서 아이들에게 자신의 할머니에 대한 이미지도 기록하게 했다. 이번에는 모든 아이들이 긍정적인 이미지를 기술했다. '사랑이 많으세요', '친절하세요', '용돈을 잘 주세요', '칭찬을 많이 해주세요', '이야기를 잘 들어주세요' 등등.

그리고 아이들에게 다시 물었다. 

"너희들의 할머니가 엄마에게는 누구일까?" 

"시어머니요."

이렇게 대답하면서 아이들은 선생님의 의도를 깨닫기 시작하고 스스로 놀라기도 한다. 

부모는 아이들이 보는 모든 영상에 대해 세심한 관심을 갖고 살펴봐야 합니다. ⓒ베이비뉴스
부모는 아이들이 보는 모든 영상에 대해 세심한 관심을 갖고 살펴봐야 합니다. ⓒ베이비뉴스

◇ 가상의 이미지, 현실과 동일시

현실에서 만나고 경험하는 자상하신 할머니, 그리고 엄마에게도 잘해주시는 할머니가 시어머니로 다가올 때 동일한 인물임에도 아이들의 생각 속 이미지는 왜 모두 부정적일까? 아이들이 드라마 속에서 자주 마주쳤던 시어머니는 늘 괴팍하고 이해 안 되는 행동을 했었다. 그것이 그들에게 시어머니 상을 부정적으로 각인하게 했다. 

영상을 통해 관찰하는 가상의 이미지들은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현실과 동일하다. 대략 열 살 이전의 아이들은 가상과 현실을 구별할 정도로 뇌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곱 살 유아들에게 텔레비전 모니터 속에 와인 잔이 들어있는 장면을 보여주고 물어봤다. 

"텔레비전 모니터를 옆으로 기울이면 모니터 속의 와인 잔은 어떻게 될까?"

모든 아이들이 이렇게 대답한다.

"와인이 쏟아져요." "와인 잔이 깨져요."

텔레비전 모니터 속의 와인 잔은 단지 가상의 이미지일 뿐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눈앞에 있는 현실의 와인 잔과 다르지 않게 인식되고 있다. 

이와 같이 유아들이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을 통해 보고 있는 영상의 이미지들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과 동일하게 인식된다. 그렇기 때문에 유아들의 뇌 속에서는 화면 속 가상의 모든 사건과 행동이 눈앞에서 일어나는 실제의 사건과 동일하다. 따라서 부모를 따라하며 배우듯이 영상의 이미지를 따라하며 배우게 된다. 보이는 그대로 삶의 방식이며, 규범이고 자신들이 습득해야할 규칙이 되는 것이다.

◇ 아이들은 본대로 모방했을 뿐

이를 증명하는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 

먼저 유아들을 세 그룹으로 나눴다. 아이들에게 노트북으로 영상을 하나 보여줬다. 커다란 인형이 가운데 세워져 있는 방에 선생님이 들어가서 인형에게 특정한 행동을 하는 서로 다른 영상이었다.

첫 번째 그룹의 아이들이 본 영상은 선생님이 방에 들어가 중앙에 놓여진 커다란 인형을 때리고 학대하고 발로 차는 등의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영상이었다.

두 번째 그룹의 아이들은 선생님이 인형을 쓰다듬고 껴안는 등의 인형에게 친절한 행동을 하는 모습의 영상을 봤다.

세 번째 그룹의 아이들은 선생님이 방에 들어가 인형에게는 무관심한 영상이었다. 선생님은 방에서 책을 읽거나 방에 있는 소품들을 만지며 시간을 보냈다.

영상을 본 다음 각 그룹별로 영상에서 본 동일한 방에 들여 보냈다. 그리고 방에서 아이들의 행동을 관찰해봤다.

먼저 인형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장면을 본 아이들 한 명씩 차례대로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은 영상에서 본 동일한 방에 들어온 것을 신기해하며 방 안을 살펴봤다. 그리고 공격적인 영상을 봤던 9명의 유아들 중에서 7명은 영상에서 본 것과 같이 인형을 때리거나 발로 차는 등 공격적인 행동을 모방했다. 

다음으로 선생님이 인형에게 친절하게 행동하는 것을 영상을 통해 관찰했던 아이들도 차례대로 방으로 들어갔다. 그들도 영상에서 선생님의 행동을 본 그대로 인형을 껴안는 등 인형에게 친절한 행동을 따라했다. 그들 중 단 한명도 인형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인형에게 무관심한 행동의 영상을 본 아이들이 방으로 들어갔다. 가운데 커다란 인형이 있었음에도 아이들은 인형에 무관심했다. 앉아서 책을 읽거나 주변의 여러 소품들에게 관심을 보였다. 이 그룹에서도 인형에게 폭력적인 행동을 보인 아이는 단 한명도 없었다.

왜 아이들의 행동이 달랐을까? 그들이 이 방에 들어오기 전에 본 것이 달랐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본 그대로 행동했다. 인형에게 폭력적인 행동을 보인 아이들은 그들의 선생님이 폭력적인 장면을 연출한 것을 본 그대로 따라했을 뿐이다. 아이들은 이유 없이 인형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본대로 모방했을 뿐이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동료 친구들에게 쉽게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집에서도 형제간에 다툼이 잦고 주먹이나 발길질 등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이 많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거창하게 성악설까지 들먹일 필요는 없다. 

그들의 뇌 속에 폭력은 정당한 것이고 필요에 따라 손과 발을 사용해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는 것을 반복적으로 학습한 프로그램이 심겨져 있을 뿐이다. 그럼 순진하고 착한 우리 유아들에게 누가 이 악마의 프로그램을 심었단 말인가? 그들이 빠져들어 보고 있는 영상들을 주의해 살펴보라. 그곳에 폭력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있을 것이다.

◇ 필터링 없는 영유아기의 뇌

영유아기 뇌에는 눈으로 들어온 정보에 대해 가상과 현실을 구별하는 필터링 장치가 없다. 이러한 필터링 장치는 뇌가 발달하는 과정을 통해 대략 열 살 이후에 사고력과 분별력이 발휘되는 시냅스가 만들어져야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이 보는 영상이미지는 시각적 각인효과까지 더해서 강력한 교사이며 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다. 특별히 폭력적인 애니메이션이나 영상물, 게임물들은 부모들의 시각에서는 귀엽고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폭력을 가르치는 교사이다.

유명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의 주인공인 카우보이 인형 ‘우디’는 악을 무찌르는 정의로운 행동으로 아이들에게 각광을 받는다. 이 영웅의 행동을 통해 아이들은 권선징악을 배우기 이전에 폭력의 아름다움을 먼저 배우게 된다. ‘우디’를 좋아하는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자신도 영웅적인 ‘우디’처럼 주먹을 내질러 친구의 얼굴을 가격했을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살펴보면 아이들이 보고 있는 많은 영유아용 애니메이션의 해악은 적지 않다.

특히 '짱구는 못 말려'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이 아이들의 인성에 미치는 악영향은 심각하다. 애니메이션 속에서 짱구는 엄마를 골탕 먹이기 위해 별 짓을 다한다. 이러한 장면을 재미있게 깔깔거리며 본 아이들은 반드시 동일한 방식으로 엄마를 화나게 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 아이들은 웃자고 한 행동에 엄마가 죽자고 화를 내는 것을 보면서 자신을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이상하다고 느낄 뿐이다.

좀 더 확장해 영유아들이 하는 컴퓨터 게임들을 살펴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예를 들어 '메이플스토리'라는 온라인 게임을 살펴보자. 

점수를 얻고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 자신의 캐릭터 앞에 있는 몬스터를 최선을 다해 도검류를 사용해 공격하고 죽여야 한다. 그것이 기쁨이고 즐거움이다. 왜냐하면 많이 죽여야 점수를 얻고, 아이템을 얻고 레벨을 올려 칭찬을 받기 때문이다. 가상과 현실 구별능력이 부족한 영유아기 아이들에게 폭력적 행동은 칭찬받는 행위일 뿐이다. '메이플스토리' 게임은 한 때 1500만 명이 접속하는 국민 게임이었고, 이 게임 내용을 책으로 만든 만화 ‘메이플스토리’는 2016년 기준 1800만 부 이상 판매됐다. 

주니어네이버 같은 영유아들의 인터넷 놀이터에서 서비스되는 많은 플래시게임들이 생명체를 때리고 죽이는 것으로 점수를 얻는 것들이다. 심지어는 도검류를 이용해서 살상을 하는 플래시게임도 아이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할 수 있다.

◇ 부모의 꼼꼼한 모니터링이 중요

정리해보자. 최근 개봉된 영화 '다운사이징'에는 178cm의 주인공이 12.5cm로 축소돼 살아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이즈가 작아진 사람들에게는 개미나 벌도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빗방울을 바로 맞으면 그 자리에서 즉사한다. 따라서 그들이 살아가는 마을은 보통의 인간들에게는 하찮은 벌레들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특별한 울타리가 필요하다. 하늘에는 빗방울의 크기를 줄여주는 섬세한 망사천막을 쳐야 한다. 

이와 같이 영유아기 아이들이 보고 있는 것들은 부모들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닐지라도 자녀의 성품과 가치관을 배워가고 학습하는데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들이 보고 있는 모든 영상에 대해 세심한 관심을 갖고 살펴보아야한다. 묘사되는 언어와 폭력적인 행동들, 선정적인 장면들, 그리고 부모를 거역하고 불순종하는 모습을 미화하거나 희화화하는 등의 윤리적인 문제가 어떻게 묘사되고 있는지에 대해 꼼꼼하게 모니터링해서 접하게 도와야 한다.

부모는 아이가 영상을 볼 때, 부모는 가능한 옆자리에 앉아 있어야하고 만일 아이 혼자 보게 된다면 영상을 본 다음에 자신이 본 내용을 부모에게 말하게 해 잘못된 가치를 학습하지 않도록 필터링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칼럼니스트 권장희는 교직생활을 거쳐 시민운동 현장에서 문화와 미디어소비자운동가로 청소년보호법 입법을 비롯해, 셧다운제도 도입,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활성화, YP활동(청소년스스로지킴이, 미디어교육활동) 개발 보급 등을 해왔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 게임 스마트폰 중독예방을 위한 민간교육기관인 사단법인 놀이미디어교육센터를 설립해 기쁘게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 아이 게임절제력」, 「인터넷 게임세상 스스로 지킨다」, 「게임 스마트폰 절제력」, 「스마트폰으로부터 아이를 구하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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