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7살 아이의 엄마입니다. 아이가 그림을 그릴 때면 자기 그림이 마음에 안 든다며 지우개질을 수십 번 반복합니다. 자꾸만 틀렸다며 짜증을 내요. 결국 완성되는 그림은 별로 없습니다. 어떻게 해줘야 할까요?
◇ 불안한 마음의 지우개질
가르치던 A와 B 아이가 있었습니다.
A는 그림을 그릴 때 조금이라도 틀리면 그림을 다 지워버립니다. 늘 자신의 그림에 자신감이 없습니다. 선을 그어 무언가를 그리는 횟수보다 지우개질하며 고치는 횟수가 더 많은 아이입니다. 그림을 끝까지 완성하지 못하고 머뭇거립니다.
B는 언제나 자신감에 차서 그림을 그리지만, 제 뜻대로 그림이 그려지지 않으면 울먹이며 그림을 지우고 그것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림을 구겨버립니다.
두 아이에게 그러한 행동의 이유를 물어보면, A는 "잘 못 그리겠어요. 안돼요. 원래 못 그려요"라고 대답하고, B는 "틀렸어요. 다른 사람이 보면 안돼요. 나 못 그렸어요"라고 말하곤 합니다.
왜 그럴까? 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 욕구가 있거나 꼼꼼한 성격의 아이라면 그림을 그릴 때 대부분 지우개질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A와 B처럼 불안한 마음으로 지우개질을 한다면 평소의 다양한 이유로 자신감이 결여되었거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평가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우일 수 있습니다. 혹은 어떠한 인물이나 신체의 특정 부위, 사물을 그릴 때만 지우개질을 많이 한다면 그 대상에 대한 스트레스가 내재돼 있을 수 있습니다.
◇ 어떻게 해줄까?
▲ 그림에 자신감이 없는 아이에게 볼펜 쥐여주기
연필로 그림을 그리게 되면 자꾸 틀린 부분을 지우려고 합니다. 그럴 때 지울 수 없는 볼펜(혹은 매직펜이나 색연필)을 줍니다.
"볼펜으로 그리면 지울 수 없어. 그래서 틀리면 오히려 멋진 그림이 나오는 게 바로 볼펜이야"라고 말하면 아이들은 호기심을 보입니다.
그러다가 그림이 틀렸다며 당황해서 지우려고 한다면, "괜찮아. 틀리니까 더 멋진데? 꼭 OO처럼 보여. 어떻게 그린 거야?", "그럼 이 틀린 부분을 이렇게 바꿔볼까?"라고 말하며 그림을 완성한 후 뿌듯함을 느끼도록 해줍니다.
▲ 평가받는 것이 두려운 아이에게 일부러 어려운 그림이라고 말하기
"이건 원래 어려운 그림이야. 언니들이나 형들이나 하는 건데 한번 도전해볼래? 틀려도 괜찮아. 해보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야." 원래 어려운 그림(주제)이니 틀려도 괜찮다고 미리 말을 해줍니다.
아이가 '그럼 어디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끝까지 도전하게끔 유도해주세요. 중간중간 아이가 힘들어하면 "괜찮아, 우와! 이만큼 했네", "어려우면 도와줄게. 어떤 걸 도와줄까?"라고 말하며 완성된 그림을 스스로 만족할 수 있게끔 해주세요.
▲ 다양한 재료로 스트레스 풀어주기
도장 찍기, 식재료로 그림 표현하기, 빨대로 물감 불기, 칫솔에 물감 묻혀 그리기 등등, 다양한 재료로 자유롭게 형태를 표현하고 틀에 갇혀있지 않은 그림을 그림으로써 그림을 꼭 잘 그려야만 한다는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세요.
※ 이것만은 조심하세요! = 아이의 그림이 잘못 그려진 곳이 있거나 보기에 이상하다고 허락 없이 아이의 그림을 지우지 마세요. 아이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미취학 아동의 그림이 완벽하지 못한 것은 당연합니다. 지적보다 칭찬을 많이 해주세요.
*칼럼니스트 안린지는 경희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졸업하고 그림 속 아이들의 생각이 궁금하여 미술학원 강사로 2년간 근무하면서 미술심리상담 공부를 지속했다. 모든 아이가 행복한 꿈을 갖기를 진심으로 희망하며 소설 및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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