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맞벌이 학부모인데, 왜 나만 다 챙겨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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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맞벌이 학부모인데, 왜 나만 다 챙겨야 하지?
  • 칼럼니스트 최은경
  • 승인 2018.02.1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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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한번 해봤어]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 신청서에 아빠 연락처 남기기

2월 초, 봄방학을 앞둔 큰아이가 다음 학년 방과 후 수업 신청서에 사인을 해달라고 서류를 내밀었다. 그때다. '올해 입학하는 둘째 아이 방과 후 돌봄교실 신청서는 언제 내는 거지?' 문득 궁금했다. 그제야 지난 1월 예비소집일에 취학통지서를 내고 받은 안내문들이 생각났다. 그런데 헉, 거기 돌봄교실 신청서가 떡 하니 들어 있는 게 아닌가. 

"뭐야? 이게 마감이 1월 26일이었어? 뭐야. 어떡해."

신청서 제출 기한이 벌써 일주일도 넘게 지난 거다. 외마디 비명 소리에 놀란 남편이 와서, "그걸 지금 확인하면 어떡해"라며 힐끗 쳐다보고 가는 걸 나는 봤다. 그렇게 눈치 안 줘도 내 잘못인 거 나도 안다고! 그런데 정말 어떡하지? 머릿속이 하얘졌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급한 마음에 어린이집 친구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째요. 둘째 학교 돌봄교실 신청서를 지금 봤네요. 근데 마감이 열흘 가까이 지났네."

"아, 나도 오늘 그걸 알아서 하루 종일 우울했어요. 직장 다니는 엄마들이 다 그렇지 뭐."

'나만 잊은 게 아니구나'라는 위안은 1도 되지 않았다.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싶은 마음뿐이었다. 죄책감이 엄습했다. 모자란 엄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아이와 차별하지 않고 키우겠다는 다짐은 말뿐이었던 건가. '학부모가 되는 맞벌이 부부에게 가장 중요한 돌봄 신청을 잊다니 제정신이냐' 자책하면서 동시에 둘째 아이를 그동안 너무 방치한 게 아닌가 싶어 괴로웠다. 그러다가 한편으론 이런 마음도 들었다. 

'아니 남편과 나, 둘 다 회사에 다니는데 왜 나만 아이들 학교 대소사를 다 챙겨야 하는 거지?'

아니 남편과 나, 둘 다 회사에 다니는데 왜 나만 아이들 학교 대소사를 다 챙겨야 하는 거지? ⓒ최은경
아니 남편과 나, 둘 다 회사에 다니는데 왜 나만 아이들 학교 대소사를 다 챙겨야 하는 거지? ⓒ최은경

억울한 마음이 고개를 들었다가 바로 꼬리를 내렸다. 어쨌든 서류를 처박아 놓고 살피지 않은 건 나니까. 남편은 서류의 존재조차 몰랐으니까. 하긴 모르긴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엄마가 할 일을 제대로 못했다는 자책은 계속됐다. 다행인 건, 돌봄 교실 신청은 이미 마감이 지났지만 1학년 방과 후 수업 신청 기한은 아직 지나지 않았다는 거다. 

둘째 아이가 듣고 싶어 하는 세 과목을 신청하고 보호자 이름을 적으려는 그때. 습관적으로 적던 학부모 이름 칸에 내 이름 대신 남편 이름과 연락처를 적었다. 앞으로 수업과 관련해서 나한테 오던 문자가 남편에게 갈 거다. 그럼 오늘처럼 모든 문제가 나 때문인 것 같은 일을 일어나지 않겠지. 내 죄책감은 덜할 거고, 남편에게 괜한 눈초리를 받을 이유도 없을 거다. 아이 문제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연대의식이 싹 틀 수 있는 기반을 닦아 놓은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러면서도 한번 속상한 마음은 좀체 가라앉지 않았다. 이럴 때는 경험상 빨리 잠드는 게 남는 거다. 어차피 지금은 고민해봐야 할 수 있는 것도 없으니까. 빨리 날이 밝아 학교에 빈 자리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잠이 오질 않았다. 엎치락뒤치락... 몇 번의 뒤척임 뒤에야 겨우 잠이 들었다. 다음날 오전 9시가 어찌나 길던지. 9시 땡 하고 학교 교무실로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어머니, 괜찮아요. 다행히 정원이 다 안 찼어요. 빠른 시일 내에 부모님 재직증명서 내주시면 될 것 같아요."

오, 하늘이시여. 그제야 안도감이 들었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속보로 알려줬다. 그날 오후 남편에서 카톡 하나가 날아왔다. 

"애 학교에서 '목공미니어처 됐다고 수강 신청 확인 답문자 달라'는 문자가 왔어. 뭐라고 해?"

"아, 방과 후 수업 학부모 연락처에 당신 전화번호 적어놨어. 앞으로는 당신 앞으로 올 거야. 잘 챙겨요."

"그런 거야?"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일에 바빠 남편에게 미처 다 보내지 못한 카톡 내용은 이렇다. 짬나면 꼭 보내줘야지.

"네, 그런 거예요. 나도 나이가 드는지, 뭔가 하나를 새로 기억하려고 하면 기억하고 있던 뭔가가 빠져나가는 기분이에요. 회사 일도 아이들 돌보는 것도 다 잘 하고 싶지만 몸이 안 따라 주네요. 그래서 당신 역할이 필요해요. 아이는 나만 키우는 게 아니고 우리가 키우는 거니까요. 당신도 잘할 수 있을 거예요. 혹시 당신이 뭔가를 깜빡 잊더라도 욱 하며 화내지 않을 게요. 다시 말하지만, 육아는 부부 공동의 책임이니까요."

*칼럼니스트 최은경은 오마이뉴스 기자로 두 딸을 키우는 직장맘입니다.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 연재기사를 모아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2017년 5월 1일)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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