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이들에게 명절을 선물하셨나요?
설날, 아이들에게 명절을 선물하셨나요?
  • 칼럼니스트 장성애
  • 승인 2018.02.19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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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질문공부] 미래의 인재는 전통문화에서 선물받는다
설 명절을 앞두고 전통시장을 찾은 아이들이 조금은 추운 날씨에도 웃으면서 만두를 빚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설 명절을 앞두고 전통시장을 찾은 아이들이 조금은 추운 날씨에도 웃으면서 만두를 빚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해마다 설날이나 추석이 되면 곤란한 기사가 먼저 납니다. 시월드라고 지칭하는 고부간의 갈등이나 부부간 갈등, 노동절이라고 하는 웃지 못할 용어도 낯설지 않습니다. 그런 마음 고단한 젊은 시절을 지난 필자도 공감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한 번 살펴봐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명절인데도 명절의 유래나, 축제의 기쁨에 대한 글들이 한 편도 실리지 않고 갈등문제들만 부각되는 것은 어찌된 일일까요?

필자가 어릴 때는 명절이 기쁘고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6남매에 가난한 집에서 어머니는 그날만은 새 옷을 장만해 주셨고, 군것질을 함부로 할 수 없었던 시절이라 명절마다 준비하는 음식들은 며칠 동안이라도 우리에게 행복함을 잔뜩 안겨주었습니다. 설날에 장만하는 쌀강정, 깨강정, 옥수수강정들은 어머니께서 큰 장독 안에 넣어두면 머리를 거꾸로 박고 대롱대롱 휘저어서 끄집어내어 먹던 그 시절에는 무척이나 기다려지는 날이었습니다. 동네에는 아이들이 쏟아져 나왔고 늘 놀던 놀이들이지만 새 옷을 입고 만나던 아이들은 더욱 깔깔거리며 추운 겨울이 무색하리만큼 함께 뛰어 놀았습니다. 널뛰기를 하던 언니들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널 사이에 앉아 균형을 잡아보기도 했습니다. 직접 만들어서 내기하던 제기차기는 당연히 재미있는 놀이였지요.

그때는 왜 행복했을까?

인성과 창의성을 위한 질문교육을 하는 필자는 유대인들이 자기들의 명절을 아직도 귀하게 여기고 지켜나가는 것을 발견하고는 의아했습니다. 왜 그런지를 찾아보았고 거기에 그들의 정체성을 지키려고 하는 간절한 염원이 수 천년동안 지속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소한 조상들의 의식에도 의미를 부여하면서 자손들에게 끊임없이 전수하려고 한 이유는 자기가 누구인지에 대한 답을 찾게 함이었습니다. 유대인들의 의식중 하나인 안식일은 한국사람들도 체험하고 싶어 하는 매주 실시하는 가족의 명절입니다.

우리는 우리 것에는 무관심하려 하면서 영재교육을 위해서는 유대인들의 의식문화에는 관심이 많습니다. 그들이 명절을 지키려고 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우리가 명절을 지켜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이유를 찾게 되겠지요.

내가 겪은 어릴 때 명절은 왜 행복했을까? 모든 것을 집에서 손수 해야만 했던 어머니는 불행했을까? 이런 질문에 답을 찾아보면서 우리가 아이들에게 얼토당토 안한 이유로 빼앗고 있다는 것도 깊은 반성과 함께 다시 찾아줘야 한다는 책임감도 가지게 됐습니다.

그때는 명절이 아이들 중심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신났고, 어른들도 아이들과 함께 했습니다. 지금처럼 명절가사노동에 시달리는 어머니(며느리)와 TV를 보면서 놀고 있는 아버지로 이분화 되지 않았고, 어떻게 하면 명절을 아이들에게 행복한 날을 만들어 줄까 고민하셨던 것 같습니다.

지금 명절은 아이들이 빠져있습니다. 노동과 갈등만 남아있습니다. 어른들의 기싸움에 밀려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밀려 뒷전이고, 방에서 컴퓨터 게임이나 폰을 들여다보면서 조용히만 있어주면 됩니다.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는 명절은 조만간 사라질 확률이 높습니다. 우리는 유대인들의 성과를 부러워합니다만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고 싶어 하지는 않습니다. 질문만 한다고 유대인들처럼 창의가 저절로 샘솟을까요?

유대인들은 조상의 일들을 알고 싶어 하고 열심히 공부합니다. 그래서 더욱 그들의 절기문화를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최첨단을 달리는 사람들이 왜 오랜 시간 전의 것을 그토록 열심히 공부할까요? 실은 그 공부의 역사가 탈무드입니다.

아이들에게 명절을 돌려줘야 합니다. 명절을 돌려주기 위해서는 설날에 설날의 이야기들이 있어야 합니다. 아빠가 어릴 적에 지냈던 명절날 추억을 소환해보세요. 그리고 아이들에게 전해주세요. 제사지낸다면 제사에 모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를 찾아서 아이들에게 들려주세요. 때로는 엄숙한 제사시간을 아이들에게 같이 지내면서 왜 그렇게 엄숙해야 하는지, 잠깐이지만 절차가 까다로운지도 아이들에게 이런 것은 돌이 지난 아이에게도 참여를 권합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엄숙한 자리에 초대를 하면 훨씬 더 자부심을 가지고 함께 참여하는 것을 대단하게 여기게 됩니다. 아이들을 명절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가는 것은 이런 것에서 시작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께도 미션을 주십시오. 할아버지 할머니 어릴 적 이야기를 손자들에게 전해주는 시간을 만들어주세요. 어린이집에는 일부러 동화책 읽어주는 할머니, 이야기하는 할머니 시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자리는 어떤 값비싼 영어캠프에 보내는 것보다도 더 값진 자리가 됩니다. 명절의 의미는 우리가 교육적으로 만들어 가야 합니다. 원래 우리의 의례(儀禮)는 아이들에게 정체성을 가르치고 사회화를 할 수 있는 교육적인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명절은 문화를 만들고 문화를 계승해 전수하는 자리입니다. 이런 문화를 몸에 흡수한 아이들은 다릅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나라사람인지 분명하게 체득하고 있습니다. 그런 정체성이 분명한 아이로 만들어 갈 수 있는 3대에 걸친 문화전수라고 하는 소중한 기회를 우리는 스스로 박탈하고 있습니다. 이런 감사한 하루라면 부모들은 기꺼이 아이들과 가족들을 섬기는 하루로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합니다. 외가 집에 가도 역시 외가 집의 문화를 아이들에게 전수해야 합니다. 전통시대에는 친가, 외가를 전부다 소중히 했습니다. 아이들이 어릴수록 아빠는 아이들에게 정체성교육의 습관이 자리 잡는 명절로 만든다면 아이들이 자랄수록 명절날을 그리워할 것입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날이 되겠지요. 우리의 손자대에도 이런 문화를 전수할 것입니다.

명절은 우리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유대인 랍비가 한국에 와서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왜 한복을 입지 않습니까?' '한국 사람들은 왜 삼국유사나 삼국사기를 읽지 않습니까?'

이제 이런 질문도 할 것 같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왜 한국의 명절을 싫어합니까?'

*칼럼니스트 장성애는 경주의 아담한 한옥에 연구소를 마련해 교육에 몸담고 있는 현장 전문가이다. 전국적으로 부모교육과 교사연수 등 수많은 교육 현장에서 물음과 이야기의 전도사를 자청한다. 저서로는 「영재들의 비밀습관 하브루타」, 「질문과 이야기가 있는 행복한 교실」, 「엄마 질문공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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