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발달이 느린 것을 알게 됐을 때
내 아이의 발달이 느린 것을 알게 됐을 때
  • 칼럼니스트 배소윤
  • 승인 2018.02.2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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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교육 현장에서] 발단지연 혹은 장애를 받아들이는 방법

2013년인가 강서구의 어느 어린이집에 현장 순회지원을 나갔을 때 일이었습니다. 현장순회지원은 장애통합어린이집 혹은 일반어린이집에 장애아나 발달지연 영유아가 있을 때 이를 교사가 지도하는 방법에 대해 개별교육 방법을 제시하고 안내해 주는 슈퍼바이저 역할 혹은 함께 연구하고 지원해주는 역할을 하는 업무입니다.

의뢰된 발달지연 유아를 관찰하고 있는데 그 유아 이외에 유난히 눈에 띄는 남자아이가 있었습니다. 혼자서 중얼중얼대며 양말을 벗었다 신었다를 반복하고 눈에 초점이 없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식사 시간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만 5세 반 유아였습니다.

넌지시 물었습니다. “선생님 저 아이 혹시...”라고 하자마자 바로 그 옆의 교사도 이야기를 해 줍니다. “그렇죠? 선생님. 선생님이 보시기에도... 그렇지만...”하고 말을 흐리는 것을 보니 분명 부모가 전혀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거나, 어린이집에서 부모에게 말을 하지 않았다거나 하는 어떤 알지 못하는 사연이 있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숫자읽기와 쓰기에 매우 능한 유아여서 사칙연산 중 특히 더하기와 빼기에 매우 능하며 암산까지 어른의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발달영역인 언어, 인지, 사회성 등은 정말 만 1세반 영아들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원장님께서는 해당 유아의 부모님께 유아의 현재 수준 및 상황에 대하여 말씀을 드렸답니다. 처음에 유아의 부모는 “다른 건 조금 느려도 숫자는 정말 잘해요. 이것만 봐도 우리애는 똑똑한거예요”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이후엔 유아의 아버지가 찾아와서 화를 내며 “우리애는 아무렇지도 않는데 왜 이리 극성이냐”고 말을 하더랍니다.

담임교사가 “큰 병원 가서 발달에 대해 조금 검사를 받아보는 게 ○○이를 위해 좋을 것 같다”라고 의사를 전달했을 때는 일가족이 모두 어린이집을 찾아와 “우리애 똑똑한데 여기서 왜 이리 난리들이냐. 보건복지부에 신고하겠다”라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특히 조부모님은 노발대발하시며 “우리 손자가 얼마나 똑똑한데”라고 불같이 화를 내셨다고 합니다. 결국 유아는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부모 또한 유아에게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아이의 발달지연이 의심될 때는 병원, 치료센터, 육아종합지원센터에 방문해 조기선별검사 및 상담을 통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베이비뉴스
아이의 발달지연이 의심될 때는 병원, 치료센터, 육아종합지원센터에 방문해 조기선별검사 및 상담을 통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베이비뉴스

이렇듯 내 아이가 발달지연인 상태이거나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상생활에서 또는 어린이집에서 누군가가 내 아이에게 발달이 느리다, 언어가 느리다,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등의 말을 했을 때는 이미 부모도 자녀가 발달이 지연된 것에 대해서 인지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부모는 내 아이가 가면 갈수록 다른 또래 아이들과 발달의 격차가 벌어지거나 혹은, 다른 아이들이 하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우리 아이가 왜 저런 행동을 할까? 혹시 장애가 아닐까’하고 고민을 하게 되고 애써 외면하려고 합니다. 혹은 그러한 행동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지난날에 대해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게 타인으로부터 평가 아닌 평가(?)를 듣고 나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명확한 답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내 아이’를 교육하고, 보육하는 교사 및 전문가들은 결코 ‘내 아이’가 그들이 걱정하는 모습 그대로 성장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어린이집에서 교사들이 많이 문의해 오십니다. “발달이 조금 지연된 유아가 있는데 어떻게 지도를 해줘야 할지 모르겠어요”, “부모님한테 잘 말씀드려서 좀 더 나은 방법으로 유아를 대하고 싶은데 그 방법을 알려주세요”, “어느 병원에 가서 어떻게 치료를 받도록 도와줘야 할까요?”라는 질문들을 많이 하십니다.

본인이 맡은 아이를 어떻게든 도와주려하고 지원해주려고 하고, 퇴근하고 찾아와서도 조기선별검사를 통해 유아의 발달 상황을 파악하고 부모님께 전달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부모님이 방문을 하셔서 조기선별검사를 받고, 치료기관이나 병원으로 연계를 해 스스로 자녀의 발달을 위해 노력하시는 첫 발걸음을 딛게 됩니다.

◇ 내 아이가 발달지연(혹은 장애)인 것을 알게 됐을 때

1. 절대 부모 본인의 탓이 아님을 아셔야합니다. 늦게 알게 되어도 그 순간이 가장 빠른 순간입니다. 바로 더 나은 자녀의 발달을 위해 출발하실 수 있습니다.

2. 교사나 전문가가 이미 부모님께 말씀을 드린 것은 그들의 객관화 된 데이터베이스를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제의하는 것입니다. 부모님께 전달하기까지가 매우 어려운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그들의 뜻을 헤아리고 일단, 경청을 하십시오.

3. 아무리 생각해도 ‘내 아이’가 교사가 말하는 발달지연이 아닌 것 같다! 라고 생각이 되시면 일단 화를 내기보다는 병원이나 치료센터, 육아종합지원센터로 방문하시어 조기선별검사 및 상담을 의뢰하시고 정확한 검사결과를 바탕으로 확인하시면 됩니다. 그리해 교사의 시각과 다르게 나온 경우 그것을 제시하시고 교사와 상담을 하시기 바랍니다.

4. 무턱대고 화를 내거나 부정하는 것은 교사들의 기운을 빠지게 합니다. 개별교육을 접하게 될 때 어떻게 하면 우리아이에게 좀 더 나은 개별교육방법을 진행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교사의 이야기와 제의에 협조를 하는 것이야말로 자녀의 발달에 가장 큰 도움이 됨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칼럼니스트 배소윤은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현재 서울시 자치구 육아종합지원센터 특수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학교, 복지관, 장애통합 및 전문어린이집에서 특수교사로 재직하며 쌓은 임상 경험을 토대로 발달지연 영유아들의 조기선별검사와 관련된 개별화교육 계획수립 지원, 교사 및 가족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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