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못 받아!’ 유리지갑 피해가는 보육지원
‘나는 왜 못 받아!’ 유리지갑 피해가는 보육지원
  • 권현경 김재희 기자
  • 승인 2018.02.2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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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국가가 키워라①] 중위소득 가정도 못 받는다… ‘선별복지’ 높은 장벽

【베이비뉴스 권현경 김재희 기자】

‘상위 10% 제외.’ 아동수당 추진에서 보편복지-선별복지 논쟁이 재연됐다. 보편복지의 확대는 저출산에 어떤 영향을 줄까?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복지의 성격과 역할을 살펴본다. - 기자 말

<기사 싣는 순서>

① ‘나는 왜 못 받아!’ 유리지갑 피해가는 보육지원
② “금수저-흙수저 해체하려면 복지 통한 재분배 필수”
③ 보편복지=사회주의? “한국경제 역동적 발전에 영향”
④ ‘왕자도 아동수당 받는다’ 스웨덴식 보편복지

육아비용을 줄이기 위해 임신출산육아박람회로 쇼핑을 나온 육아맘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육아비용을 줄이기 위해 임신출산육아박람회로 쇼핑을 나온 육아맘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돈 벌어도 나라에서 다 가지고 가는데 왜 우리는 이런 혜택을 못 받냐고!” (페이스북 이용자 이*임)

“이러니 혜택이 없어요~ 수급자 중 혜택을 받을 수 있단다. 그 수급자 안 받는 사람들도 힘들고 빚도 지고 하는데.” (페이스북 이용자 박*리)

베이비뉴스는 ‘엄마돈보기’ 시리즈를 통해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서 받을 수 있는 각종 경제적 혜택들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페이스북에 게재된 ‘쌀쌀해진 날씨, 난방비 정부지원 받는 법’ 편에는, 이 같이 혜택을 받을 거라 기대했던 사람들의 ‘실망에 찬’ 댓글로 가득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함께 복지국가를 표방했다. ‘저출산 해결’이라는 목표 아래 보육정책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특히, 0~5세 모든 아동에게 월 10만 원씩 조건 없이 지급하겠다던 아동수당은 도입과 동시에 보편복지 시대를 열 것으로 국민의 기대를 모았다. ‘국가가 모든 아동을 책임지겠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된 정책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의지와는 다르게, 현행 보육지원 제도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허들’이 많다. 베이비뉴스는 30대 부부와 0~5세 사이 영유아 자녀 두 명으로 구성된 4인 가구 네 가족을 설정했다. 이들이 소득수준에 따라 보육지원 제도의 혜택을 얼마나 받고 있는지 알아봤다.

◇ 중위소득 4인 가구, 7개 선별지원 항목 중 아동수당밖에 못 받아

A 가족은 매달 225만 원의 소득으로 살고 있다. 이 금액은 4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 50%에 해당한다. 두 번째 B 가족은 매달 331만원의 소득이 발생한다. 이 금액은 2018년 기준 30대 남성 평균소득이다.

C 가족은 매달 451만 원을 번다. C 가족 월소득은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2018년 4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D 가족은 맞벌이로 가정했다. 매달 331만 원과 263만 원(2016년 30대 여성 평균소득)을 벌어, 이 가족의 총 월소득은 594만 원이다. 

육아정책연구소의 ‘저출산 대응정책의 생애주기별 정합성 분석 연구’에 따르면 돌봄지원 분야 주요사업에서 31개 항목 중 23개 사업 혜택이 5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한다.

이 중에서 해당 연령 아동 모두가 수혜 대상이 되는 가정양육수당·시간제보육·보육료 지원 등 8개 항목과 장애아동·한부모가정·다문화가정 등 특정 조건이 필요한 항목을 제외하면 6개 항목이 남는다. 여기에 9월부터 시행될 아동수당을 비교 항목에 포함했다.

소득수준이 가장 낮은 A 가정이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다. 그럼에도 기저귀·조제분유 지원과 영유아 건강검진 사업은 받지 못한다. 이 두 사업은 4인 가구 중위소득 기준 40% 이하를 대상으로 한다. 4인 가구 최저생계비가 181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두 사업은 사실상 저소득층 지원 사업이다.

2018년 4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을 받는 C 가족과 30대 평균소득 맞벌이 부부인 D 가족은 올 9월 시행 예정인 아동수당밖에 받지 못한다. 현재 시행 중인 6개 비교 항목 중에서는 아무 혜택도 받지 못하는 것이다.

◇ 적은 예산으로 ‘백화점식’ 지원사업… 선별지급으로 실효성 ↓

기저귀·조제분유 지원 사업은 보건복지부가 중위소득 기준 40% 이하 영아(0~24개월) 가정에 육아 필수재인 기저귀 및 조제분유를 제공하는 것으로, 경제적 부담을 경감하고 아이 낳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기저귀·조제분유 지원에 예산 230억 원을 할당했다. 보건복지부의 지난해 예산 57조 6628억 원 가운데 0.04%에 불과하다.

중위소득 기준 하위 40%를 대상으로 하는 영유아 건강검진 사업 예산의 비중은 고작 0.0017%에 불과하고, 중위소득 기준 하위 80%를 대상으로 하는 신생아·산모 건강관리지원사업의 예산 비중도 0.07%에 그쳤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아동가족 관련 지출 비율은 1.4%에 불과하다. 2013년 기준 OECD 평균인 2.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아동수당과 같은 현금지원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0.2%로, OECD 평균인 1.2%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족 관련 지출 중 ‘서비스지원 비중’이 가장 높고 ‘현금지원 비중’이 가장 낮다. 서비스 비중이 72%을 차지하며, 13.6% 정도만 현금지원에 해당한다. OECD 평균 현금 지원 비중은 51.4%다.

전문가는 한국의 보육지원 정책을 ‘있을 건 다 있다’고 평가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지난 1월 발간한 ‘보건복지포럼’에서 김종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그간의 저출산·고령화 대책이 (복지 지원 대책 위주로) 백화점식, 병렬식 정책 나열에 그쳐왔다”고 지적했다.

종합하자면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비교해 아동가족 지원 예산도 부족하고, 그마저도 선별적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국민들이 실효성을 느끼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백화점식’으로 존재하는 다양한 지원사업들을 찾아보기도 어렵고, 알아보고 나면 나는 지원대상이 아닌 경우가 많아서 불만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영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2일 베이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소득수준에 따라 복지를 제공하면 혜택을 못 받는 입장에서는 세금은 내고 혜택이 없으니 (복지제도를) 불신하게 된다”며, “그 때문에 선별주의적 국가인 우리나라나 미국은 조세저항이 심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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