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흙수저 해체하려면 복지 통한 재분배 필수”
“금수저-흙수저 해체하려면 복지 통한 재분배 필수”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8.02.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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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국가가 키워라②] 최영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터뷰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상위 10% 제외.’ 아동수당 추진에서 보편복지-선별복지 논쟁이 재연됐다. 보편복지의 확대는 저출산에 어떤 영향을 줄까?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복지의 성격과 역할을 살펴본다. - 기자 말

<기사 싣는 순서>
① ‘나는 왜 못 받아!’ 유리지갑 피해가는 보육지원
② “금수저-흙수저 해체하려면 복지 통한 재분배 필수”
③ 보편복지=사회주의? “한국경제 역동적 발전에 영향”
④ ‘왕자도 아동수당 받는다’ 스웨덴식 보편복지

22일 오후 서울 흑석동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최영 교수 연구실에서 최 교수를 만나 아동수당과 같은 보편적 복지가 왜 중요하고, 필요한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22일 오후 서울 흑석동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최영 교수 연구실에서 최 교수를 만나 아동수당과 같은 보편적 복지가 왜 중요하고, 필요한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아동수당 지급대상이 축소된 지난해 12월, 사회복지정책 관련 학회에서는 ‘아동수당 축소 및 지급연기를 규탄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참여 학회 중 하나인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 연구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영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베이비뉴스 특별기고를 통해 “아동수당 예산은 재원이 부족한 게 아니라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꼬집고 ‘보편적 아동수당 도입 필요성’을 전한 바 있다.

최 교수는 2010년부터 아동수당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피력해왔다. 최 교수는 지난해 4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기획 주제 발제 글에서 “소득을 기준으로 대상아동을 선별하는 방식은 국가나 사회가 모든 아동의 양육을 함께 책임진다는 사회적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라며 “납세자와 수혜자를 분리해 사회통합이라는 사회정책의 근본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 7일에도 최 교수는 사회복지 관련 학회 공동주최로 열린 ‘보편적 아동수당 도입 방안 정책 토론회’에서 ‘한국형 아동수당제도 도입방안’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진행하는 등 보편적 아동수당 도입과 관련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2일 오후 서울 흑석동 중앙대학교에 있는 연구실에서 최 교수를 만나 아동수당과 같은 보편적 복지가 왜 중요하고, 필요한지 경제정책과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아동수당 지급은 경제정책과도 연결… 내수 소비 촉진”

Q. 지난해 아동수당 도입 논란으로 복지서비스의 성격에 대한 논쟁도 촉발됐습니다. 우선 아동수당이란 제도는 언제, 어떻게 나오게 된 건가요?

“먼저 선별적 복지는 ‘가장 가난한 사람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라는 고민에서부터 나왔습니다. 그런데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발달하면서 극소수 대상만을 돕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기 시작했어요. 흑사병, 흉년, 흉작 등으로 인한 대량 빈곤이 사회불안 요소가 되자, 범위를 넓혀 공적 부조로 만든 게 1601년 영국에서 나온 엘리자베스 구빈법입니다. 국가가 가난한 사람을 선별하고 지역 단위로 행정관을 파견해 도움을 주도록 했어요. 이후 산업혁명이 일어나 산업사회로 바뀌면서, 도시로 옮겨간 노동자들이 생활할 수 없는 상황이 됐을 때, 그런 위험에 대한 대비가 사회보험제도로 발전하게 되고, 그 중간에 사회수당(아동수당)이 나온 겁니다. 노동자들을 저임금 상태로 유지하려다 보니 가족이 많은 상황에서는 생계유지가 안 됐기 때문에, 임금보전 형태로 자녀 한 명당 얼마의 수당을 주기 시작한 구빈제도의 하나였던 거죠.”

Q. 아동수당의 보편적 지급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있었습니다. 국가경제를 악화시키는 이른바 ‘퍼주기’ 정책이라는 비판이 있었는데요, 보편적 아동수당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까요?

“아동수당 지급과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정책과 연결돼 있습니다. 경제와 복지는 상호보완 관계입니다. 복지 시스템은 경제성장을 침해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도움을 줍니다. 아동수당을 주게 되면 아이들이 커서 유능한 산업인력이 될 수 있고, 여성도 노동시장에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등 사회정책이 경제성장과 연결됩니다. 그리고 비정규직의 낮은 소득은 낮은 소비로 이어져 내수시장을 침체시킵니다. 내수가 죽어 있는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문제, 모기지 사태 등을 겪을 때 그 충격으로 나라 경제 전체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출은 수출대로 하면서 내수를 키워야 합니다. 그러려면 중소기업을 키워야 하죠. 임금이 낮아 소비를 못 하니 임금을 높이자는 게 최저임금 인상이고요. 또 아동수당을 통해 소비를 촉진시키면, 내수가 살아나고 중소기업이나 내수용 기업이 버틸 체력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일본이나 중국 경제가 (외부의 충격을) 잘 견디는 이유는 내수시장이 탄탄하기 때문이에요. 그 과정에 복지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주장하는 소득주도성장이 여기와 맞닿아 있어요.” 

Q. 아동수당은 현금을 직접 지원하겠다는 겁니다. 현금지원을 늘리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현금지원만으로는 안 됩니다. 공공성이 강한 재화는 국가가 관리하는 것을 전제로 수당제도를 만들어가야 해요. 교육, 돌봄, 의료 등을 시장에만 맡기면 서비스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갑니다. 국민들한테 매달 300만 원을 줘도 해결이 안 됩니다. 미국 의료가 그렇잖아요. 필수 시스템 일부는 국가가 제공해야 합니다. 지금 아동수당을 만 5세까지 지급할 계획인데, (지급 연령이) 더 확대되면 원래의 목적과는 맞지 않게 사교육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먼저 교육서비스를 바로잡아 공교육이 튼튼해진 상황이라야 현금지원을 하더라도 문제가 안 됩니다. 영국의 경우 보건의료 서비스는 국영화 형태로 진행하고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소득보장을 아무리 해줘도 적정 수준의 생활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최영 교수는 '보편적인 복지제도가 많아지면 세금을 내는 데 불만을 줄일 수 있다'며 '아동수당이나 보편적 서비스를 정부가 제공하고, (더 많은) 제도가 필요하니 만들어가자고 설득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최영 교수는 '보편적인 복지제도가 많아지면 세금을 내는 데 불만을 줄일 수 있다'며 '아동수당이나 보편적 서비스를 정부가 제공하고, (더 많은) 제도가 필요하니 만들어가자고 설득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복지는 YES, 증세는 NO! 눔프족이 많아지는 이유"

Q. ‘눔프(Not Out Of My Pocket)족’이라고 하죠. 복지가 더 향상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복지를 위한 세금을 늘리는 데는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소득 수준에 따라 복지를 제공하면 혜택을 못 받는 입장에서는 세금은 내고 혜택이 없으니 불신하게 됩니다. 선별주의 제도 중심의 복지제도를 운영하는 우리나라나 미국은 조세저항이 심한 편입니다. 반면 보편적인 복지제도가 많아지면, 세금을 내는 데 불만을 줄일 수 있습니다. 유럽 국가는 수입의 50% 정도를 세금으로 내더라도 조세저항은 적은 편인데, 국가가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 시민이 누릴 수 있는 하나의 권리로 제공하니 반발이 적은 것입니다. 새로운 사회적 위험과 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욕구는 있는데 저소득층 일부에게만 혜택을 제공하니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에게는 서비스가 제한적이었습니다. 방과후 돌봄이나 교육서비스 등 시장가격이 비싸다 보니 복지 욕구는 커지는데 정부 혜택은 없어요. 아동수당이나 보편적 서비스를 정부가 제공하고, (더 많은) 제도가 필요하니 만들어가자고 설득하는 게 필요합니다.”

Q. 보편적 복지가 소득재분배에도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승자독식 사회가 되면서 부가 상류로 몰려 기업은 많은 이윤을 남깁니다. 비정규직의 삶은 팍팍해지고 양극화가 심화되죠. 경쟁은 심하고 임금은 낮고 노동은 불안정하고, ‘부모 잘 만나 부자인 사람을 쫓아갈 수 없구나’ 생각하게 되니 금수저 흙수저 이야기가 나오게 됩니다. 고소득층에 몰리는 소득을 거둬 중산층 아래로 풀면 재분배가 되지만 복지 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 기업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빈익빈 부익부가 고착화됩니다. 이를 해체하는 방법은 복지제도를 통해 재분배 시스템을 활성화시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고소득층에게 혜택은 안 주고 세금만 내라고만 할 수 없기 때문에 보편적 복지가 필요합니다.”

Q.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세계적인 추세는 어떤가요?

“후기산업사회로 들어오면서 핵가족화가 진행되고 기존 가족제도가 노인과 어린이의 돌봄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돌봄 서비스는 보편화된 서비스로 확대됐습니다. 사회보험제도, 수당제도들은 보편적인 것입니다. 서비스 쪽도 저소득층 위주였다가 중산층까지 확대됐고, 보육은 전체 지원 형태로 바뀌고 있습니다. 유럽은 1970년대 오일쇼크 등을 겪으면서 항목에 따라 (보편적 복지를) 줄이는 경향도 있습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 (보편복지가) 축소되고 있다는 근거로 내세우기도 하지만 계속 보편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 교수는 '아동수당이 기본소득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보편주의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최 교수는 '아동수당이 기본소득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보편주의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우리나라 복지는 미국 원조로부터 시작된 선별적 복지”

Q.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나라는 미국식 선별주의적 복지시스템이 많이 이식돼 있는데요, 그것에는 어떤 배경이 있나요?

“유럽 국가들은 농경사회-산업사회-자본주의를 겪으면서 갈등 과정에서 복지 시스템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넘어가기 전에 일제강점기, 미군정, 한국전쟁 등을 겪으면서 자생적으로 발전할 수 없었습니다. 미군정 이후 구호물자가 들어오고 미국 원조기관들이 들어오면서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 중심으로 지원하는 형태로 미국식 복지시스템이 들어왔어요. 우리나라에서 복지는 김대중 정부 이후 압축적으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저출산고령화도 우리나라는 10~20년 사이 훅훅 일어났습니다. 유럽은 100~150년 사이 겪었던 것을 우리는 50~60년 사이 다 겪고 있어요. 1987년 이전까지 복지는 국소 지원, 요보호 어린이와 노인을 시설에 보호하는 수준에서, 1987년 이후 유럽식 복지제도로 확대 됐습니다. 사회사업학과에서 사회복지학과로 바뀐 게 80년대 이후예요.”

Q. 최근 학계에서는 보편적 복지와 관련해 어떤 논의들이 있나요?

“대표적으로 기본소득과 관련된 논의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유럽식으로 선진 복지국가를 따르면서 우리나라의 것을 만드는 경로에 있습니다. 기존에는 복지가 산업구조와 맞물려 돌아가도록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사회보험 제도는 노동자들이 노동을 해서 보험료를 내야 유지되는데, 비정규직 형태가 많아지고 노동시장이 유연화 되다보니 한 일자리에서 평생 일하는 경우가 없어졌습니다. 기여금을 낼 수가 없어졌어요. 사회보험에 돈 낼 사람이 적어지는데, 다른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나온 게 기본소득입니다. 국가가 환경세나 토지사용료, 자본세 등의 재원으로 노동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기본 생계가 가능하도록 소득을 지급하는 것입니다. 비용이 크다 보니 실현 가능하겠느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스위스에서 논의되고 있는데 외국인들에게 관광세와 같은 것을 거둬 국민들에게 300만 원 정도씩 보장하겠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에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청년배당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동에게 가정의 소득과 관계없이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아동수당이 기본소득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보편주의 제도가 중요합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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