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맞춤 못하는 아이… 혹시 내 아이도 ‘정서적 흙수저’?
눈맞춤 못하는 아이… 혹시 내 아이도 ‘정서적 흙수저’?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8.03.0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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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 저자 최성애 HD행복연구소 소장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2월 14일 서울 부암동 HD행복연구소에서 ‘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 저자 최성애 소장을 만났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2월 14일 서울 부암동 HD행복연구소에서 ‘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 저자 최성애 소장을 만났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인생의 성공과 행복은 금수저냐 흙수저냐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어떻게 태어나느냐가 아니라 어떤 관계 속에서 양육되느냐가 중요합니다. 부모의 충분한 보살핌과 지지를 받으며 안정된 애착 속에서 커야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수인 기본 신뢰감이 형성됩니다.”

HD행복연구소 공동소장인 최성애 박사와 조벽 숙명여대 석좌교수가 함께 쓴 책 ‘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해냄, 2018년) 21쪽에서 찾은 말이다.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와 흙수저로 나뉘는 사회. 하지만 최성애 소장은 자조감을 낳는 금수저-흙수저라는 경제적 구분보다 애착으로 대표되는 정서적 풍요가 더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정서적 수저라는 “사람의 미래를 좌우하는 ‘수저’가 하나 더 있다”(12쪽)는 것이다.

정서적 수저의 색을 결정하는 ‘애착’이란 도대체 뭘까? 최 소장은 발달심리학자 메리 에인스워스의 정의를 인용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깊고 지속적인 유대감”(37쪽)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애착손상이란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나 중요한 욕구가 있을 때 돌봄을 기대한 대상(부모 등 양육자)으로부터 외면당하거나, 거부당하거나, 버림받은 상처”(39쪽)를 말한다.

지난 2월 14일 서울 부암동 HD행복연구소에서 최 소장을 만났다. 영유아기 애착 형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최 소장은 애착손상과 정서적 빈곤이 개인과 가족 차원의 불행에 그치지 않고 국가 차원의 문제를 야기한다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을 애착 형성을 위해 우리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 그리고 대한민국을 ‘애착사회’로 만들기 위해 무엇부터 해결해야 할까. 다음은 최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Q. ‘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라는 책 제목이 인상적입니다. 제목에 얽힌 이야기부터 듣고 싶습니다.

“부모가 돈, 지위, 명예 모든 것을 다 갖춘 사람인데도 굉장히 불행하고 힘들게 사는 젊은이들이 엄연히 있거든요. 반면 부모가 돈이 많은 것은 아닌데 굉장히 희망적이고 행복하게 사는 젊은이들도 많이 봤어요. 경제적 차원뿐 아니라 정서적 차원을 같이 봐야 하는 거죠. 그리고 경제적인 면에서는 아무래도 대물림에 의한 결정론적인 얘기를 할 수 있겠지만, 정서적인 면에서는 이 순간부터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희망을 얻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흔히 요즘 쓰는 금수저-흙수저라는 용어에다가 새로운 차원을 하나 덧붙인 거죠.”

Q. 물질적 금수저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하는 와중에 아이들이 정서적 흙수저가 돼 버리는 비극이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도 공통적으로 일어났거나, 일어나고 있다 하셨습니다. 어떤 이유인가요?

“우리보다 앞서서 산업화, 도시화, 핵가족화 등의 현상이 일어났던 나라에서는, 애착손상의 후유증이 그 사람의 일생 전반의 삶의 질과 직접 연결된다는 것이 장기적인 연구를 통해 검증됐어요. 예전에는 부모들이 애착이 뭔지 잘 몰랐다고 해도 공동체의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체계가 구축돼 있었어요. 엄마아빠가 바쁘더라도 할머니나 언니오빠들, 이웃집 아주머니, 일가친척들이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공동체 안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체계였죠. 지금은 그 체계가 무너진 상태라서 애착손상의 문제가 더 부각되는 거죠.”

최성애 HD행복연구소 소장은 아이의 애착형성에 부부 사이의 관계가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최성애 HD행복연구소 소장은 아이의 애착형성에 부부 사이의 관계가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아이에게 독이 되는 부모… ‘독친’ 되지 않으려면

Q. 내 아이가 혹시 정서적 흙수저는 아닌지, 부모가 알아차릴 수 있는 대표적인 징후는 무엇인가요?

“첫째로 아이가 눈맞춤을 잘 못하는 거죠. 다음으로 아이가 표정이 별로 없다면 애착손상을 입지 않았나 생각해봐야죠. 왜냐면 아이들은 자신의 상태를 표정으로 나타내거든요. 애착손상을 입은 아이들은 늘 화가 나거나 찌푸린 얼굴, 아니면 시무룩하거나 무표정한 얼굴을 많이 보입니다. 세 번째는 낯가림 시기를 제외하고,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굉장히 불안해하거나 기본 신뢰감을 보이지 않는 것이죠. 그게 가장 대표적인 증상들이고요, 그 외에도 심한 아이들은 집중력 저하나 틱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Q. 저도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이에게 독이 되는 부모라는 ‘독친(毒親)’에 대해 설명하신 부분을 아주 집중해서 읽었습니다. 독친이 되지 않기 위해서 한국 부모들이 가장 많이 경계해야 할 항목은 무엇일까요?

“아이를 독립된 존재로 보지 못하고 혼동하는 경우가 많죠. 그리고 아이한테 부모를 돌보라고 하는 경우가 참 많거든요. ‘엄마 아프니까 호야 해줘~.’ ‘엄마 맘마 먹여줘~.’ 굉장히 위험한 겁니다. 역할의 도치라고, 심리발달에 해가 될 수 있어요. 그런데 부모는 ‘얘가 이렇게 착해요’라고 자랑하죠. 또래와의 관계나 놀이에 더 집중하지 않고 부모를 더 걱정하게 하면 독친이 됩니다. 아이의 정상적인 발달을 역행하게 하니까요.”

Q. 아이들의 애착형성에 부부 사이의 관계가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요?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부부 관계가 안 좋아지면, 우선 서로 경쟁적으로 아이한테 잘해줍니다. ‘엄마가 더 좋지?’ ‘아빠가 더 좋지?’ 아이에게 상당한 부담과 혼란을 줍니다. 반대로 배우자에게 갖는 분노를 아이한테 투사하는 경우도 있어요. ‘꼭 제 엄마 닮아서 저런다.’ ‘아빠도 그러더니 너도 그러네.’ 아주 위험한 거죠. 마지막 경우는 서로에게 육아의 책임을 전가하는 거예요. 아이는 이중으로 버림받는 거라서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아이는 인간관계의 원형을, 부모가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데서 배울 수 있거든요. 그러면 친구들과도 세상과도 긍정적인 마음 태도로 대할 수 있으니까, 몇 겹으로 더 좋은 유산을 주는 거죠.”

Q. 책에서, 억압적이고 기계적인 행동주의 육아법을 비판하셨습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아버지 역할과 일맥상통하는 느낌도 있는데요, 지금의 젊은 아빠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젊은 아빠들이 경험한 아버지는 거의 산업화 시대에 ‘밖에 나가서 돈만 벌어오면 된다’고 생각했던 아버지들이 많죠. 또 하나가 수직적이고 경직된 군대문화고요. 아빠들의 관심사는 ‘아이가 세상에 나가서 잘 생존할 수 있을까’예요. 그 마음은 이해되지만 그걸 전달하는 방식이 위압적이거나 처벌주의적이면, 아이는 아빠가 굉장히 멀게 느껴지거나 혼란스러울 수 있죠. 감정코칭의 대가 존 가트먼 박사는 ‘아이를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랑하는 방식도 배워야 한다.’라고 했는데, 사랑하는 방식이 군대식이면 안 된다는 거죠.”

최성애 HD행복연구소 소장은 애착손상이 개인 차원의 불행에 그치지 않고 국가 차원의 문제를 야기한다고 경고했다. 경고의 의미로 노란 딱지를 들어보인 최 소장.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최성애 HD행복연구소 소장은 애착손상이 개인 차원의 불행에 그치지 않고 국가 차원의 문제를 야기한다고 경고했다. 경고의 의미로 노란 딱지를 들어보인 최 소장.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정서적 금수저 키우는 교육, 교사도 함께 변해야 한다”

Q. 영유아기 애착손상을 막기 위해 부모교육 제도를 제안하셨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습니다.

“가트먼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출산 뒤 첫 3년 동안 부부의 67%가 급속도로 관계가 나빠진대요. 그 직격탄을 맞는 것이 아이들이거든요. 가트먼 박사의 부부코칭 방식을 한국에서 ‘행복씨앗’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전국에서 수천 명을 대상으로 해왔어요. 억압형·방임형·축소전환형 부모가 이틀간의 교육으로 감정코칭형으로 변하는 것을 정말 많이 봤거든요. 그런 변화가 지속적으로 일어난다면 해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은가 해요. 또 참 마음 아프게도 요즘 친부모에 의한 아동학대 사례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잖아요, 그런 사건으로 인한 여러 사회적 비용을 생각하면 부모교육이야말로 안전하고 효과 높은 정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책에서, 정서적 금수저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상과도 연관이 있다 하셨습니다. 어떤 이유인가요?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거든요. 인간의 적응력에는 회복탄력성이 포함돼 있어요.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 애착이 거기서 굉장히 중요하죠. 그리고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동시다발적으로 세계가 움직이는데, 문제 또한 동시다발적으로 풀어야 해요. 소통과 협업이 굉장히 중요하게 돼죠. 집단지성을 갖춰야만 풀 수 있는 문제들이 계속 나올 텐데, 애착형성이 안 돼서 공감과 소통을 못하는 사람은 도태될 수 있죠. 인간관계에 대한 신뢰, 자기 자신에 대한 안정감. 그건 달달 외워서 시험 치고 끝나는 능력이 아니거든요. 애착의 뿌리가 단단한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는 질적으로 달라지게 되죠.”

Q. 에필로그를 통해서 애착사회를 위한 여섯 가지 희망사항을 열거하셨습니다. 바로 ▲산모를 특별하게 보살피는 사회 ▲화목한 가정 ▲친가정 정책을 펼치는 정부·기업 ▲일터마다 보육시설이 운영되는 최적의 보육환경 ▲어린이집·유치원에 대한 선진화된 재정정책 ▲정서적 금수저를 양성하는 교육제도인데요, 그 가운데 가장 갈 길이 멀다고 평가하시는 것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정서적 금수저를 양성하는 교육제도’ 같아요. 우리 교육제도가 얼마나 많이 달라졌습니까. 그럼에도 계속 제자리걸음 하는 것이 안타까워요. 교육은 제도만 달라져서 될 게 아니고, 교사도 함께 변해야 하거든요. 지금의 교사들은 성적 위주, 필기시험 위주로 뽑힌 사람들이에요. 아이들의 다양한 감정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실력에 대한 검증은 없는 상태로 교사가 된 거죠. 애착손상을 입은 아이들을 감당할 준비가 돼 있지 않기 때문에 교사들도 힘들어해요. 교사들을 바꾸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느냐, 그게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Q. ‘독자들이 이것 하나만큼은 기억해주면 좋겠다’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다시 한번 짚어주시면 좋겠습니다.

“트라우마 치료의 대가인 반 데어 콜크 박사는 ‘안정적인 애착이야말로 모든 정신건강의 가장 훌륭한 예방제다’라고 얘기해요. 첫째로 그 말을 인용하고 싶고요, 둘째는 인간의 뇌는 가소성이 있기 때문에 언제라도 좋은 쪽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드리고 싶어요. 애착 회복은 죽을 때까지 언제라도 가능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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