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데리고 갈 곳이 없어요” 엄마 손으로 만드는 마더센터
“아이 데리고 갈 곳이 없어요” 엄마 손으로 만드는 마더센터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8.03.12 10:54
  • 댓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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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관악구 마더센터 조례제정 추진’ 김한영 행복마을마더센터 대표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11일 오후 서울 신림동 도림천 둔치에서 ‘관악구 마더센터 설치 조례제정 추진본부’가 서명운동을 벌였다.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나온 한 시민이 서명에 참여하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11일 오후 서울 신림동 도림천 둔치에서 ‘관악구 마더센터 설치 조례제정 추진본부’가 서명운동을 벌였다.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나온 한 시민이 서명에 참여하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엄마들이 모여서 정보도 공유하고 쉬기도 하고 아이들을 놀게 할 수도 있는 공간이 전혀 없더라고요. 마더센터 얘기를 들었는데 정말 필요한 공간 같아요.” - 10개월 아이 엄마 김송미 씨(서울 조원동)

“애들 데리고 갈 데가 너무 없어요. (마더센터를) 지금 처음 알았는데 한번 가보려고요. 저희 동네에도 있으면 좋겠어요. 아기 엄마들한테 꼭 필요한 곳이잖아요.” - 14개월 아이 엄마 김윤영 씨(서울 신원동)

11일 오후 서울 신림동 도림천 둔치에서 만난 엄마들의 이야기다. ‘관악구 마더센터 설치 조례제정 추진본부’는 이날 봉림교 아래 도림천 둔치에 나온 시민들을 상대로 서명운동을 벌였다. 김송미 씨와 김윤영 씨를 비롯해, 기자가 가 있던 한 시간 남짓 동안에만 100명이 넘는 주민들이 조례제정 서명에 동참했다.

올해 2월 시작한 관악구 마더센터 설치 조례제정 운동. 지난해 2월 서울 신림동에 문을 연 ‘행복마을마더센터’를 중심으로, 관악구 지역의 인터넷 맘카페와 품앗이 육아모임들이 힘을 모아 추진본부를 결성했다.

비영리단체인 행복마을마더센터는 ‘엄마와 아이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고 있다. 세계 100여 곳으로 확산된 독일의 마더센터를 모델 삼아, ‘품앗이 육아’를 위한 열린 공간으로 마련됐다. 어린이책과 ‘방방’ 놀이시설, 카페 등의 시설을 갖추고, 교육과 놀이 프로그램들도 운영한다. 한마디로 “아이를 데리고 가도 눈치 보지 않고 커피 한잔,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곳”이다.

이와 같은 마더센터를 관악구의 21개 모든 동에 만들자는 것이 이들의 요구다. 엄마들이 힘을 모아 마더센터 조례제정에 나선 것은 전국 최초. 하지만 조례안을 구의회에 상정하기 위해서는 주민 9000여 명의 서명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서명에 동참한 주민들은 7000여 명. 6월 지방선거 전 마지막 구의회가 4월 초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 3월 20일까지 적어도 2000명의 서명을 더 확보해야 한다.

막바지 서명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김한영 행복마을마더센터 대표와 잠시 따로 인터뷰를 했다. 마더센터의 출발부터 조례제정 운동의 의미, 그리고 마더센터의 궁극적인 목표까지 두루 들을 수 있었다. 인터뷰 도중에도 서명운동 참여 문의 전화가 와서 인터뷰를 잠깐씩 멈춰야 했던 점이 퍽 인상 깊었다.

김한영 행복마을마더센터 대표.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김한영 행복마을마더센터 대표.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아이와 엄마 위한 공간을 '유모차 끌고 갈 수 있는 거리' 안에

Q. 행복마을마더센터는 어떻게 해서 시작하게 됐나요?

“이 동네 엄마들은 놀이터가 없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하세요. 아이들을 뛰어놀게 해주자 싶어서, 엄마들이랑 ‘학교야 놀자’라는 프로그램을 했어요. 엄마들이 다 자원봉사자로 참여해서 다섯 번 정도 했죠. 그때 공간이 없다보니 복지관에서 많이 도와주셨는데,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안정적인 실내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마더센터에 카페를 만든 것은, 무슨 프로그램이 있고 모임이 있고 이유가 있어야 오는 데가 아니라 누구나 올 수 있는 열려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Q. 교육이나 놀이 프로그램도 여러 가지 운영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프로그램들이 있나요?

“영유아 대상 통통체조교실, 엄마 대상 도자기 공예, 캘리그라피, 수공예, 초등학생 대상 전래놀이와 보드게임 등의 프로그램들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가장 우선하고 있는 건, 엄마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품앗이 육아모임을 하는 공간으로 열어두고 권유하고 있어요. 독박육아를 하다가 품앗이 육아모임을 하면서 다른 엄마들을 만나고 친해져서, 서로 집에도 가고 의지하는 언니-동생이 되고들 하더라고요.”

Q. 품앗이 육아모임은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 건가요?

“서울시나 자치구에서 공동육아 활성화를 위해서 품앗이 육아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어요. 엄마들이 돌아가면서 선생님을 맡기도 하고, 숲 체험 등 프로그램을 스스로 기획하기도 해요. 엄마들은 우리 아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제일 잘 아니까 참 좋죠. 잘 되면 서로 친해져서 의지도 하고요. 그런데 품앗이 육아모임을 하면 아이들을 데리고 가야 하는데 그럴 만한 공간이 없는 거예요. 찻집에서 하다가 쫓겨나고, 집은 너무 좁고, 공공도서관에서는 시끄럽게 할 수가 없고. 그런 모임들이 마더센터에 와서 품앗이 육아를 하는 거죠.”

Q. 그런데 일단 공간을 운영하려면 돈이 듭니다. 행복마을마더센터는 어떻게 유지하고 계신가요?

“카페 수익금과 후원회원들의 후원금인데, 당연히 모자라죠. 인건비는 안 나오는데, 그나마 카페라는 공간이 있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장점은 있는 것 같아요. 민간에서 비영리단체로 운영하다보니 어려움이 있죠.”

Q. 관악구 마더센터 조례제정 운동을 올해 2월부터 시작하셨습니다. 조례안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첫 번째는 엄마와 아이들이 갈 수 있는 공간을 유모차를 끌고 갈 수 있는 근거리 내에, 동별로 하나씩 만드는 거예요. 기존의 공동육아나눔터 같은 것들이 있는데, 그런 곳들은 자치구에 하나 있거나 둘 있으면 많은 거라서 너무 부족하죠. 두 번째는 운영상의 문제인데, 엄마들이 스스로 운영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된다고 봐요. 주민들이, 엄마들이 운영할 수 있도록 열어놔야 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서명운동에 나선 ‘관악구 마더센터 설치 조례제정 추진본부’ 회원들. 조례 상정을 위해서는 9000여 명의 서명이 필요하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서명운동에 나선 ‘관악구 마더센터 설치 조례제정 추진본부’ 회원들. 조례 상정을 위해서는 9000여 명의 서명이 필요하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엄마들이 스스로 함께 실현하는 것’이 마더센터의 목표

Q. 관악구에서 마더센터 조례가 제정되는 것,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보십니까?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아이 데리고 갈 곳이 없다’는 말에 이렇게까지 공감할 줄은 몰랐어요. 마더센터를 만들고 나서, ‘엄마들이 커피 한잔 편하게 마실 수 있는 곳이 없는데 (마더센터가) 정말 좋다’, ‘2호점은 안 내느냐’, ‘엄마들의 성지, 핫플레이스다’ 이런 말들을 들었어요. 그러면서 지자체에서 이걸 정책화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죠. 서명을 받으면서도 확실히 알 수 있는 건, 당사자들은 정말 절박하다는 거예요. 엄마들이 본인들이 원하는 것을 직접 나서서 만들어간다는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관악구 21개동에 모두 마더센터를 만든다면, 예산은 어느 정도나 들지 추산해보셨나요?

“세부적으로 추산해보지는 못했지만, 독일의 사례도 그렇고, 임대료와 한 명 정도의 인건비만 있으면 된다고 봐요. 한 곳당 연간 5000~7000만 원 정도라면 엄마들이 자발적으로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한번은 서울시의 다른 자치구에서 여길 찾아왔어요. 가정복지 담당자가 ‘엄마들이 능력이 너무 많더라, 엄마들에게 예산을 열어주면 얼마든지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하면서 마더센터를 보러 온 거예요. 아주 많이 잡아도 1억 원 정도면 충분히 운영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Q. 9000여 명의 서명이 필요한데 현재 7000명 정도가 참여하셨습니다. 향후 추진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일단 9000명 서명을 받아야죠. 제출과 동시에 구청장 면담을 요청하고, 4월 구의회 마지막 회기에서 통과시켜달라고 구의원들을 만나러 다닐 계획입니다. 현재는 여기까지가 계획이에요. 독일의 마더센터도 먼저 민간에서 시작하고 그 뒤에서 정치인들을 찾아다니면서 설득했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결국 힘이 있어야 말을 들어주는 거니까, 의원들부터 먼저 만나기보다는 서명을 많이 받아놓고 나서 의원들을 만날 겁니다.”

Q. 지방선거가 석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만약 이번 회기에서 처리가 안 된다면 지방선거라는 장을 활용해서 이슈를 만드는 방법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계획들도 아직은 없는 건가요?

“엄마들과 논의를 할 생각이에요. 제일 좋은 건, 엄마들이 직접 선거에 나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당사자들이 가장 절박하고, 자기한테 필요한 것을 가장 잘 아니까. 조례제정 운동을 하면서 그걸 정말 느껴요. 엄마들이 원하는 것들이 여러 가지 있는데, 당사자가 아니면 잘 모르는 것들이거든요. 9000명의 서명을 받는다는 건 사실 기적 같은 거예요. ‘엄마들이 절박하게 필요로 하는 것을 꼭 그렇게 어려운 과정을 통해서 얻어야만 하는가’ 하는 측면에서 보면,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도 들어요.”

Q. 마더센터를 만들어 운영하시고, 조례제정 운동까지 하고 계십니다. 궁극적으로 마더센터를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궁금해집니다.

“마더센터에서 ‘공동체적 가치관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 하는 것은 여전히 고민해야 할 몫으로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작년에는 정신없이 보내느라 그런 부분을 잘 살리지 못했는데, 독일의 마더센터가 애초에 내건 기치 자체가 ‘스스로 함께 실현하는 것’이거든요. 엄마들이 단순히 소비자로서 수혜를 받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함께 꾸미고 함께 만들어갈 것인지 고민하고 있어요.”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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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frhkek**** 2018-03-24 02:40:55
스스로함께 실현하는것 이말이 가장와닿는 글귀네요. 우리 서로가 함께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이 듭니다. 공동체적인생활 너무너무중요하죠??!!!!!

poiu**** 2018-03-23 17:40:10
이런게 많이 생기면 좋겠네요ㅎㅎ

hjsj**** 2018-03-23 16:58:06
노키존이 많아지듯 엄마들끼리 같이공유하며 맘편히 있을수있는공간이 많이생기길바래요 ^^

o10**** 2018-03-22 21:32:23
정말 공감돼요. 그래도 서울수도권은 비싸긴해도 키즈카페라도 있는데 친정쪽에는 그런 곳도 적거든요. 육아맘 인구수도 적어서 비슷한 사업을 벌이기도 힘들 것 같어요

lys70**** 2018-03-22 20:39:55
맞아요,, 예전엔 안그랬던것 같은데... 요즘은 밥집이나 카페 같은 곳도 노키즈존이 많더라구요.. 엄마들은 어디를 가라는건지..ㅠㅠ 속상하더라구요,,,,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나눔 할 수 있는 곳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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