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해도 끝이 없는, 개미지옥같은 실전 쌍둥이육아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개미지옥같은 실전 쌍둥이육아
  • 칼럼니스트 전아름
  • 승인 2018.03.1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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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트윈스 육아일기] 산후조리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날

병원에서 퇴원한 후 산후조리원에 갔다. ‘산후조리원 천국’이라기에 내심 기대를 했지만, 도무지 왜 이곳이 천국인지 그땐 알 길이 없었다. 더위를 많이 타는 내게 산후조리원은 너무 더웠다. 감염 위험 때문에 외출도 쉽지 않았다. 답답하고 지루했고 심심해 남편을 졸라 주말 밤에 몰래 집에 다녀오기도 했다. 그나마 낙을 찾는다면 수유콜이 울릴 때 수유쿠션을 탄피처럼 허리에 메고 수유실로 가는 것이었는데 그것도 밤 10시 이후에는 부르지도 않았다. 밤이 어찌나 길고 지루하던지.

신생아실 선생님들께 “선생님, 저 새벽에도 잘 안자니까 새벽에도 수유콜 해주세요”라고 말하니 선생님들 왈 “쌍둥이엄마(한숨), 쉴 수 있을 때 쉬어요. 지금 자기 푹 자야 돼”라던 것 아닌가. 그땐 왜 선생님들이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 그리고 조리원을 나오고 나서 하루 만에 왜 그곳이 산모들의 ‘천국’이라 불리는지, 신생아실 선생님이 왜 한숨을 쉬었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가장 고통스러운 새벽 3시 수유, 둘이 동시에 울땐 저렇게 수건에 비스듬히 젖병을 대 입에 물리고 다 먹을때까지 잠깐 눈을 붙였다. 나름의 노하우지만 사실 안전한 방법은 아니다. ⓒ전아름
가장 고통스러운 새벽 3시 수유, 둘이 동시에 울땐 저렇게 수건에 비스듬히 젖병을 대 입에 물리고 다 먹을때까지 잠깐 눈을 붙였다. 나름의 노하우지만 사실 안전한 방법은 아니다. ⓒ전아름

◇ 분유포트 물마를 날 없고 내 눈에 눈물 마를 날 없던 쌍둥이육아

조리원에서 집에 올 때 까지만 하더라도 쌍둥이들은 차 안에서 얌전하게 잘 자고 있었다. 나는 머릿속으로 집에서 해야 할 일들을 정리했다. ‘우선 점심을 맛있게 먹고, 그동안 쌓인 육아용품 택배 정리해놓고, 남편하고 둘이 누워 쉰 다음 아기들 목욕을 시키고 밤에 푹 자야겠다’고… 그 생각은 집에 도착한지 한 시간도 안돼서 산산조각났다. 아기침대에 눕히자마자 아기들은 낯선 환경이 적응되지 않는다는 듯 거칠게 울어댔다.

“얘들 왜 우는거야?”

“모르겠어!”

“뭐지? 배고픈가? 조리원에서 나오기 전에 먹지 않았어?”

“먹었어!”

“뭐지?”

갓난아기 둘이 한꺼번에 우니 집이 쩌렁쩌렁 울렸다. 혼란스러운 듯 우리는 “어 뭐지 얘들 왜 이래”라는 말만 반복했다.

“배고픈 것 같은데...”

“먹여볼까?”

“그래도 되나?”

아기에게 언제 맘마를 줘야 하는지도 몰랐던 초보부부는 애들이 깨나 오래 운 뒤에야 분유를 먹였다. 꿀떡꿀떡 어찌나 맛나게 먹던지…

밥 먹이고 트림시키고 재우고 나면 쉴 수 있는 시간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아기들이 잠깐 자는 사이에 집 정리를 해야 했다. 그러는 사이 아기들은 또 깨서 집이 떠나가라 울어댔다. 나는 애들을 먹이고 트림시키고 기저귀 갈고 재우고 잔뜩 늘어난 젖병을 닦아 말려야 했다. (그땐 수유텀이 1시간에서 2시간 사이라 젖병 16개를 하루 종일 돌려썼다. 젖병소독기 램프 꺼질 틈이 없었고, 분유포트에 물마를 날이 없었다.) 청소, 어른 빨래, 어른 설거지같은 최소한의 집안 살림도 해야 했다. 쌍둥이 육아는 도무지 쉴 틈이 나지 않았다. 문제는 밤이 돼도 아기들의 패턴은 똑같았다는 것이다. 출근해야 하는 남편은 침실에서 쿨쿨 자고 나 혼자 매일 밤 아기 둘의 보초를 서는데 둘이 동시에 울어도 힘들고, 둘이 따로 울어도 힘들었다.

둘이 동시에 울면 동시에 먹일 수가 없으니 한 녀석 먹이다 말고 잠깐 눕혀놓고 울고 있는 한 녀석에게 또 분유통을 물리고, 그러면 먼저 먹은 녀석은 기껏 먹은 분유를 게워내고 또 배고프다고 앙앙대고 울었다. 따로 울면 먼저 운 놈 먹이고 트림시키고 재우면 되니 쉽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또 그렇지 않았다. 먼저 운 놈 먹이고 재우면 그 사이에 나중에 운 놈이 배고프다고 울었다. 그러면 그 울음소리에 한 놈이 또 잠이 깨고 나는 애 둘을 먹이지도, 재우지도 못한 채 땀만 뻘뻘 흘렸다. 아직 늦더위가 물러가지 않았던 9월, 애들 감기 걸릴까봐 에어컨도 못 틀고 매일 밤 피 땀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보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남편과 나는 주말부부였는데 월요일 새벽만 되면 나는 남편이 ‘도망치듯’ 출근한다고 생각했다. 나중에야 들은 이야기지만 남편도 그때 너무 힘들어 나와 아기들을 ‘방치’했다고 고백하고 반성했다.

밤마다 못자니 삶의 질이 떨어졌다. 낮에 산후도우미가 오면 자느라 아무것도 못 먹었다. 하루 종일 한 끼도 못 먹고 지나갈 때가 많았다. 이러면 안 된다 싶어서 임신 때 먹고 남은 영양제만 겨우 찾아 먹으며 목숨을 연명했다. 새벽에 졸면서 분유 먹이다가 젖병 젖꼭지를 애기 입이 아닌 콧구멍에 넣은 적도 있었고, 분명히 젖병을 물린다고 생각했는데 내 검지를 애 입안에 넣은 적도 있었다. 애를 안고 재우다가 내가 먼저 잠들어 떨어트릴 뻔 한 적도 수십 번이고 그때마다 너무 놀라서 엉엉 울었다.

어떤 날엔 해도 해도 너무 하다 싶을 정도로 애들이 안자고 울어 나도 모르게 “너 이놈 확 갖다버릴까” 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 그 말을 뱉자마자 내가 무슨 말을 한건가 싶어서 미안하다고 울었다. 차례대로 왔으면 내가 하루 종일이라도 안아 키웠을 텐데, 둘이 한꺼번에 오는 바람에 제대로 안아주지도 못했다.

나나 남편같이 부모 될 자격 없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렇게 귀한 놈들이 왔나, 그냥 애초에 출산도 결혼도 하지 말걸 그랬다는 생각과 후회가 반복됐다. 산후우울증이 비켜갈 틈 없이 나는 아기가 주는 행복감보다 우울감에 먼저 빠져있었다. 산후도우미가 퇴근하는 6시면 나는 아기 침대 옆에 숨죽이고 앉아있었다. 도우미가 겨우 재워놓은 애들 내 숨소리 때문에 깨면 어쩌나 싶었기 때문이다.

◇ 육아는 시간이 약, 지나고 나면 다 괜찮아져...셋째 낳을까 생각하기도

시간이 약이라고 내게도 육아의 노하우가 생겼다. 애가 둘이 한꺼번에 울면 동요하지 않고 신속하게 분유를 탄 뒤 아기들을 비스듬히 눕혀 입안에 그대로 젖꼭지를 집어넣는다. 빨리 먹은 놈부터 트림을 시켰고, 트림이 너무 오래 걸리면 잠깐 눕혔다가 다시 세워 트림을 시키는 노하우도 익혔다. 애 둘을 한꺼번에 안아 토닥이는 법도, 애들 쉴 때 같이 쉬는 법도, 낮잠을 오래 자게 하는 법도 배우고 익히며 쉽고 수월하게 육아하게 됐다. 애들도 그 새 커 수유텀도 길어지고, 밤에 통잠도 오래 자게 됐다.

요즘은 손힘이 세져서 분유를 주면 자기들이 알아서 먹고 빈 통은 휙 던져버린다. 허리힘이 세져서 굳이 트림시키지 않아도 되고, 매트 위에 둘이 나란히 눕혀 놓으면 어느새 자기들끼리 뒹굴고 만지며 알아서 논다. 그 사이 나는 살림도 하고, 밥도 먹고, 애들하고 놀기도 하고, 쉬기도 한다. 부쩍 커서 손이 덜 가는 지금 나는 아직도 애가 밤에 잠을 안자서 너무 힘들다는 조리원 동기 엄마들의 카톡을 읽으며 6개월 전을 생각해 본다.

누가 알려주지 않았던 쌍둥이 육아,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아기들을 좀 더 편안하게 케어할 수 있었을 것이라. 아기를 한 번 더 낳으면 정말 완벽하게 신생아 케어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셋째를 낳아볼까 하는 ‘위험한’ 상상을 해본다.

*칼럼니스트 전아름은 용산에서 남편과 함께 쌍둥이 형제를 육아하고 있는 전업주부다. 출산 전 이런저런 잡지를 만드는 일을 했지만 요즘은 애로 시작해 애로 끝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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