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엄마의 육아버릇 여든까지 간다
세 살 엄마의 육아버릇 여든까지 간다
  • 칼럼니스트 조은희
  • 승인 2018.03.2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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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엄마, 세 살 아기] 나쁘지만 편하고 쉬운 육아버릇?

◇ 세 살 적 버릇 여든까지 간다

‘세 살 적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래서일까? 최근에 성빈이가 손을 빠는 행동을 자주 보이는데 이전에는 반복적으로 관찰되었던 행동들이 ‘입으로 탐색하고 싶은 욕구가 강해서 그러는구나. 곧 없어지겠지’라고 아이의 발달상황에 맞춰 느긋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은 ‘저러다 나쁜 습관들이는 거 아냐?’라며 걱정되고 있다.

유심히 관찰해 보니 성빈이의 어금니가 아래와 내려오고 있어 이가 간지러워 손가락을 가져다 물고 있는 것 같아 치발기를 가져다주었지만 소용없었다. 성빈이가 손을 입에 넣는 횟수가 점점 많아져 “성빈이 손 빼자”라고 말해주지만 “엄마, 손”하며 날 보고 웃으며 손을 넣고 만다. 순간 어디에선가 동화 속 마녀가 나타나 지팡이를 돌리며 “세 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갈 것이다” 하며 음산한 웃음소리와 함께 사라지는 상상이 들곤 한다.

세살 고집이 시작된 성빈이. ⓒ조은희
세살 고집이 시작된 성빈이. ⓒ조은희

 ◇ 아이에게 버릇이 드는 동안, 엄마도 버릇이 든다

어린이집 근무시절 5세반 담임교사를 할 때였다. 우리 반 지민이는 손가락을 매일 빨고 다녔다. 어린이집에 첫 등원한 3세 때부터 손가락을 빨고 다녔기 때문에 손가락 빨기로 이미 유명한 아이였다.

나는 지민이가 손가락 빠는 것을 잊게 해주기 위해 퍼포먼스 놀이를 많이 계획하여 진행해봤지만 모두 일시적이었다. 지민이는 잠시 손가락을 안 빨면 그만큼 잠자기 전이나 휴식시간에 더 많이 빨았다. 마치 우리가 다이어트 할 때 한 끼 굶으면 다음 한 끼를 두 끼의 양으로 먹는 것처럼 말이다. 지민이 엄마는 손에 장갑도 씌어보고 겨자도 발라보고 손가락 대신 마른 오징어도 씹게 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지민이가 손가락을 처음 빨았을 때 아주 호되게 때렸어야 하는데 이제 다 굳어져서 때려도 소용없어요. 제가 버릇을 잘 못 들인 것 같아요. 다 제 잘못이에요. 이제는 지민이 손가락만 봐도 짜증이 나서 이전처럼 좋게 말로 안 나와요. 종종 사람들이 아이 손가락을 보고 있으면 엄마가 잘 못 키우고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아 화가 나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등하원길 현관에서 지민이 엄마는 “오늘 재미있게 놀았어? 간식은 뭐 먹었어”가 아닌 “선생님, 오늘 지민이 손가락 빨았어요”로 이야기가 시작됐다. 같은 반 엄마들도 지민이 손가락을 보며 “오늘은 좀 덜 빨았나보네? 어머! 오늘 엄청 빨았네”라고 말했다. 지민이 엄마는 “아우 속상해죽겠어요. 지민이 너 진짜 왜 그래”라며 혼을 먼저 내곤 아이가 왜 손을 더 빨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주고 있지 않았다.

때론 교실에선 아이들이 지민이 엄마역할을 했다. 아이들은 지민이가 손가락을 빠는 것을 관찰하다가 교사에게 알려주는 것을 아주 당연시 여겼다. 심지어 “손”하며 지민이 손을 때려주는 친구도 있었다. 3세반 담임이었던 교사가 지민이의 행동을 고쳐보겠다고 엄마와 함께 생각해냈던 방법이 “지민이가 손을 빨고 있으면 우리가 하지 말라고 이야기해주자. 그래도 또 빨면 선생님한테 이야기해주자.”라고 한 것이 아이들에게 의무가 됐고 그것을 교사에게 이야기 해주는 것이 책임감 있는 행동이 되었던 것이다. 또한 교사가 그것에 대해 반응해 주면 책임감 있는 아이로 칭찬해줬던 것이다. 아이들 역시 지민이를 향한 행동관찰이 점점 습관처럼 되었고 엄마 또한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내가 얘 땜에 정말 속상해요”라고 말하는 것이 습관화 돼 있었다.

◇ 세 살 엄마의 육아버릇 여든까지 간다

어느 덧 엄마가 된 내 모습은 당시 교사시절 느꼈던 것과 다르게 지민이 엄마와 같아지고 있는 것 같아 슬슬 겁이 나기 시작했다.

성빈이가 놀이하는 모습보다 손을 입에 가지고 가는 모습이 더 많이 관찰될 때 쯤 옆에서 지켜보던 신랑이 “내 친구가 손등을 세게 때려주면 애들이 안 한대”라고 말했다. 그런 신랑에게 “그런 방법은 일시적일 뿐이고 손등을 맞지 않기 위해 숨어서 하게 돼 있어. 그렇게 되면 진짜 나쁜 습관으로 굳어지는 거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말해서 스스로 깨닫게 해야 해”라고 육아60분에 나오는 교수라도 되는 것처럼 말했다. 신랑도 알겠다고 수긍했다.

하지만 며칠 뒤 성빈이가 놀이를 하면서 이전보다 더 많이 손을 빨았다. 지켜보던 나는 성빈이의 손등을 내 손바닥으로 내리치곤 “안 돼”라고 말했다. 아이는 조금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보더니 다시 놀이를 하다가 다시 손을 가져가는듯하더니 손을 내리곤 날 보고 웃었다. 나는 속으로 ‘이게 아닌데...’라고 생각하면서 아이의 행동변화를 보곤 안심이 들었다. 하지만 몇 분 지나지 않아 성빈이는 다시 손을 입에 다 넣었다. 나는 순간 정신이 번쩍했다. ‘내가 왜 그랬지?’ 싶었다. 나는 아이가 손을 빨 때 버릇이 될까 집요하게 관찰하면서 내 행동은 관찰하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손등을 때려놓고는 이게 통하는구나까지라고 생각했다.

그리곤 겁이 났다. 아이의 버릇을 고쳐보겠다고 아이를 대할 때 무의식 중에 나쁘지만 편하고 쉬운 육아버릇이 생기는 건 아닐까 싶어서였다.

결국 성빈이와 같이 지민이의 행동을 고쳐보겠다고 생겨난 조치들 또한 아이 입장을 생각한 건 하나도 없이 편하고 쉬운 방법이었을 뿐이었다. 지금 글 쓰면서 돌이켜 보건데 육아는 결코 쉬울 수도 없는 고행의 길이란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며칠 뒤 집으로 책 한 권이 배달됐다.

바로 그림책 「손가락 문어」였다. 신랑이 성빈이를 위해 구입한 책이었다.

신랑이 “이 책을 아주 실감나게 심각하게 읽어주면 애들이 안한데. 19개월 애기도 효과를 봤데”라고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성빈이가 「손가락 문어」를 읽고 그림책의 주인공을 본 후 “엄마, 친구, 손”하며 이번엔 그림책 주인공처럼 손가락을 직접 빨기 시작했다. 역효과이긴 했지만 이전에도 성빈이의 관심사에 맞혀 책을 주문했던 신랑의 육아버릇이 긍정적인 육아습관으로 생겨난 것 같아 기뻤다.

성빈이가 그림책을 보고 한 번에 버릇을 고쳤다면 더욱 기뻤겠지만 아이에 대한 올바른 육아생각들을 되돌아 볼 수 있음에 다행이라 여기며 신랑과 같이 긍정적인 육아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세 살 적 아이의 버릇만 여든까지 가는 것이 아니다. 부모가 아이를 대하는 육아행동도 여든까지 간다는 것을 잊지 말고 오늘도 아이의 버릇 앞에 나의 육아행동이 어떻게 올바른 습관이 될 수 있나 다시 한 번 짚어본다.

*칼럼니스트 조은희는 중앙대학교 유아교육과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10여 년간 보육현장 및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많은 교사와 부모들에게 진정한 교사와 부모가 되는 일에 힘을 보태며 살아 왔다. 현재는 무주에서 아이와 함께 쉼표없이 느낌표만 가득한 전원육아 속에서 진정한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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