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만나기 전, 내안의 나부터 찾아야 해요”
“아기를 만나기 전, 내안의 나부터 찾아야 해요”
  • 이중삼 기자
  • 승인 2018.03.2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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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엄마마음, 태교동화’ 이유민 작가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아기를 기다리는 동안 ‘태어날 아이의 삶’보다 ‘부모로 살 나의 삶’을 먼저 봐야 했구나 싶어요. 부모라는 전혀 새로운 길을 가면서 어쩜 그렇게 무모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후회와 반성이 앞서지요. 그래서 새로운 삶의 길 앞에 선 예비부모들에게 우리 신화 읽기를 권합니다. 아기를 만나기 전 내 안의 ‘나‘를 먼저 찾아서, 아물지 못한 상처와 아픔을 보듬고 어루만진 뒤 ‘우리’를 꿈꿔야 하거든요.”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어린이책과 문학도서, 실용서 등 다양한 책을 기획하는 일을 하다가 이제는 9살, 12살 두 아이의 엄마로서, 또 작가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이유민 작가의 ‘엄마마음, 태교 동화’(길벗, 2018) 머리말에서 찾은 말이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한 사회’라는 슬로건이 많이 사회 안팎으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유민 작가는 아이를 떼놓고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아닌, 아이를 키우면서 그 안에서 내가 더 발전하는 사람이 될 수 있구나를 깨닫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 3월 15일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북티크 서교점에서 이 작가를 만났다. 태어날 아기를 만나기 전, 나 자신의 자존감부터 찾아야한다고 강조한 이 작가는 우리 신화를 읽을 것을 권했다. 특히 책 속 신들이 전부 여신으로 한정돼 있는데, 엄마의 시선, 여성의 시선으로 여성이 육아를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어서 책을 집필하게 됐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들어보자. 다음은 이 작가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이유민 작가는 태어날 아기를 만나기 전, 나 자신의 자존감부터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이유민 작가는 태어날 아기를 만나기 전, 나 자신의 자존감부터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Q. 작가의 꿈을 가지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시나요?

“어린 시절 꿈은 편집자였습니다. 그래서 오로지 편집자만 꿈꿨습니다. 출판사에 입사 후 오랫동안 어린이책과 문학도서 등 다양한 책을 기획하고 만드는 일만 했습니다. 사실 편집자 중에는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 많은데, 저는 작가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뒤늦게 결혼을 하게 되고, 아이를 낳으면서 이제 편집자로서 나는 끝인 걸까라는 고민을 많이 하고 회의감까지 들던 중 어느 날 문득 여러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엄마로서의 자리, 나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됐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누굴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됐고, 새로운 꿈을 꾼 게 작가였습니다. 지금은 9살, 12살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또 초보작가로서 세상에 첫발을 내딛고 있는 중입니다.”

Q. 많은 육아 주제들 중 ‘태교’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편집자로 일하면서 문화를 조직하는 편집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우리나라 출판계는 문화를 안에서 따라가는 트렌드에 맞는 책들을 내고 있는데, 제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제일 원망스러웠던 것이 출산, 육아서의 내용을 보면 엄마가 되는 것이 좋다고만 설명돼 있는 겁니다. 막상 제가 엄마가 되니 너무 힘들었는데 말입니다. 아이를 낳으니 내 삶이 없었고, 모든 게 아이에게 맞춰져 있었습니다. 사실 명확하게 아이에게 좋다는 것을 다해줘도 직접적으로 아이에게 전해진다는 그런 결과는 없지만, 모든 사람들이 대부분이 아이에게 초점을 맞춰서 나를 놓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고민들을 하기 시작하니까 아이를 바라보고 키우는 태도가 바뀌게 됐습니다. 사람이 한 번에 확 바뀔 수는 없지만 조금씩 내 자신이 바뀌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하던 중 태교 출산시장에서도 트렌드가 바뀌어야되지 않을까. 태교의 방향이 변화해야 되지 않을까. 아이를 낳고 출산을 장려하는 문화가 바뀌어야하지 않을까. 그래서 이런 책이 필요하지 않을까해서 그런 소망 때문에 태교라는 주제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Q. 예비부모에게 태교할 때 ‘신화’ 읽기를 추천하는지 궁금합니다.

‘예비부모들에게 우리 신화 읽기를 권합니다. 아기를 만나기 전 만나기 전 내 안의 나를 먼저 찾아서, 아물지 못한 상처와 아픔을 보듬고 어루만진 뒤 우리를 꿈꿔야 하거든요. 그래야 부모의 길을 무사히 찾아갈 수 있어요. 그때 ‘우리 신화’는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 줄 거에요. 신화는 대를 이어 전해 온 우리의 지혜니까요.’ -머리말 일부분-

“신화는 원래 편집자시절 출판을 하지는 못했지만 ‘우리 신화’를 기획한 적이 있습니다. 항상 그리스로마신화 북유럽신화, 심지어 일본신화 중국신화가 인기가 있을 때, 우리 신화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신화를 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신화의 경우 그리스로마신화처럼 재미있는 신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갑자기 신이 됩니다. 그래서 제가 신화를 이해 못하는 상황에서 재미난 이야기가 나오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로 엄마가 되면서 어떠한 계기로 다시 우리 신화를 보게 됐는데, 엄마의 시선으로 다시 읽어보니까 하나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어떤 부모가 되고 싶으세요? 물어보면 친구 같은 부모가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사실 친구는 아닙니다. 친구처럼 지내면 너무 위엄 없어 보이고 하는데 설문대할망이야기를 읽으면서 설문대할망이 모든 권위를 내려놓는 모습에 이게 친구 같은 부모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우리 신화에서 여신만 한정한 이유는 건국신화는 남신이지만, 그전의 민중신화는 여신이 많습니다. 여신들은 가족안에서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런 걸 보면서 여신이 우리 가족 그리고 내가 여성으로서 바라봤을 때 다가오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여신으로 한정을 지은 것은 이렇게 여성이 육아를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가 현실에서 힘들어하는 엄마들에게 힘이 되지 않을까 엄마의 시선,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태교동화로 신화를 읽으면 훨씬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 작가는 특히 책 속 신들이 전부 여신으로 한정돼 있는 이유를 엄마의 시선, 여성의 시선으로 여성이 육아를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어서 책을 집필하게 됐다고 말한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이 작가는 특히 책 속 신들이 전부 여신으로 한정돼 있는 이유를 엄마의 시선, 여성의 시선으로 여성이 육아를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어서 책을 집필하게 됐다고 말한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Q. 책을 집필하면서 스스로 달라진 점이 있으신가요?
 
“책 속의 신들 중 ‘오늘이’의 경우는 오늘이가 부모님이 있는 원천강으로 가기 위해 혼자 여행길에 오릅니다, 거기서 백 씨 부인, 도령, 연꽃나무, 이무기 등의 도움을 받습니다. 이야기를 통해서 손을 내미는 행동이 중요하구나를 깨달았습니다. ‘힘들 땐 괜한 걱정 떨치고 도와 달라고 손을 내밀어야 해. 괜찮아, 그게 스스로 자신을 돕는 길이야. 혼자 끙끙 앓았다면 오늘이의 여행길은 얼마나 외롭고 고되었겠니? 어쩌면 원청강에 발도 들여놓지 못했을 거야.’ (86쪽)

1999년 4월, 미국 콜럼바인고등학교의 졸업반 학생 두 명이 특별한 이유 없이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같은 학교 학생과 교사 13명을 죽이고 24명에게 부상을 입힌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사건 중 하나인 이 총격 사건의 가해자 중 한 명인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 수 클리볼드가 쓴 책인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사건 발생 17년 후 가해자 부모의 슬픈 고백서인데, 내용을 보면 사람들이 자식에게 악마라고 손가락질하지만 그래도 넌 내 아이다. 나는 너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신화 바리공주 이야기 안에서도 가족애를 느낄 수 있습니다.”

Q. 육아를 하는 엄마에게 자기만의 시간은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라는 슬로건이 많이 사회 안팎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위로를 받았지만 점점 이 슬로건이 아이 키우는 현실에서 되게 멀게 느껴졌습니다. 초기에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한 거니까 아이를 어린이집 보내고 나면 나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조금 지나고 나니 지루하고 허무해지기도 했습니다. 행복이 뭔데 내 행복을 위해 아이를 어린이집에 두고 나만 놀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때 저는 아이를 떼놓고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아닌, 아이를 키우면서 그 안에서 내가 더 발전하는 사람이 될 수 있구나를 깨달을 때 행복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여성들이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 좌절하는 이유는 이제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잃었구나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아이를 떼놓고 엄마 혼자서 공부하고 시간을 보내세요’가 아닌, 아이를 키우면서 그 안에서 부대끼면서 내가 다시 성장할 수 있게 되고 도전정신이 생길 때, 또 아이가 나를 믿고 받아줄 때 큰 행복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부모가 됐으면 합니다.”

Q. 진짜 좋은 엄마는 어떤 엄마라고 생각하나요?
 
“딱 두 가지입니다. 아이한테 자율성을 주는 부모와 삶의 기쁨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삶의 황홀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부모입니다. 자유를 주되 부정적인 상황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아이가 자기의 모든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끔 해주는 엄마가 좋은 엄마라고 생각합니다.”

Q. 끝으로 못다한 이야기가 있다면요?

“서점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현장에는 결혼을 아직 안 했거나, 결혼을 했지만 아이를 낳을 계획이 없는 부부들이 많이 왔었는데, ‘부모가 된다 해서, 엄마가 된다 해서, 아빠가 된다 해서 인생이 끝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출산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라’고 강연한 적이 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나가면서 한 참석자가 '아이를 낳아볼까'라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뿌듯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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