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참여권 보장? 교사 대 아동 비율부터 낮춰야”
“영유아 참여권 보장? 교사 대 아동 비율부터 낮춰야”
  • 권현경·최규화 기자
  • 승인 2018.03.2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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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도 참여권이 있어요③] 영유아 참여권 보장하려면?

【베이비뉴스 권현경·최규화 기자】

유엔아동권리협약의 4대 기본권은 생존권·보호권·발달권·참여권이다. 하지만 국내의 영유아 인권 논의는 생존권·보호권에만 치중돼 있고, 특히 참여권에 대한 논의는 초보적인 수준이다. 영유아 참여권의 의미와 중요성을 짚어보고 이를 보장하기 위한 개선 방향을 알아본다. -기자 말

<기사 싣는 순서>
① 투표 못하는 아기도 ‘참여권’이 있습니다
② “어른과 아이는 평등... 아이들의 말을 들을 준비되셨나요?”
③ “영유아 참여권 보장? 교사 대 아동 비율부터 낮춰야”

산내들생태어린이집 앞마당 놀이터.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산내들생태어린이집 앞마당 놀이터에서 맨발로 신나게 바깥놀이를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아동의견의 존중’과 관련한 개선권고를 반복하고 있다. 2008년 제출된 한국 정부의 제3·4차 통합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에서는 ‘표현·집회 및 결사의 자유’와 ‘체벌’ 등과 연계해 아동의 의사표명과 참여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을 권고했다.

아동을 단순한 ‘보호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능동적인 주체’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전환과, 실제로 아동의 진술 및 견해가 존중되는 절차규정과 제도로 아동의 참여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병수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지난 19일 베이비뉴스와 만나 “모든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권리를 가지지만 실제로 영유아 인권에 대해 가지는 고정관념과 오해가 있다”고 말했다.

정 사무국장은 “영유아는 미성숙해 자신에게 무엇이 좋은지 의견을 가질 수 없고, 부모나 성인이 그들에게 가장 적합하고 좋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유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돌봄이고, 권리나 교육, 놀이 등은 좀 더 자란 다음에 주어져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사무국장은 아동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새로운 참여모델을 2007년 영국 퀸즈대학의 로라 런디(Laura Lundy) 교수가 제시했다고 소개했다. 런디 교수는 공간·목소리·청자·영향력의 네 가지 핵심요소를 제안했다.

“공간(Space)은 아동의 견해를 표현할 기회의 장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 목소리(Voice)는 아동 스스로 견해를 표현하는 것이 장려되고 촉진돼야 한다는 것, 청자(Audience)는 아동의 견해를 청취할 수 있는 성인이나 기관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 영향력(Influence)은 아동의 견해는 반드시 적절한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으로 견해를 반영함에 있어 성인의 견해나 해석보다 아동의 관점이 우선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런디 교수의 참여모델에 대한 정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정 사무국장은 또한 “아동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아동의 입장에서 아동을 옹호하는 기관 혹은 전문가가 필요하다. 영유아 교사는 누구보다 영유아기 아동의 특성을 알고 그들을 존중하고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영유아 교사는 인권감수성을 넘어 아동인권옹호가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병수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정병수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영유아 참여권을 실질적으로 높이기 위한 여덟 가지 제안

여러 전문가들은 영유아의 참여권을 보장하려면 보육·교육기관과 교사, 그리고 정부의 정책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재연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명예교수 외 7명의 연구진이 쓴 책 ‘아동권리 0-8’(교육과학사, 2015년)은 “육아지원기관의 커리큘럼은 모든 영역에서 아동의 참여권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책은 “유아들의 식습관 개인차를 파악하고 식사량과 시간은 부모와 충분히 의견을 나눈 후 반영하며, 무엇보다 유아에게 선택할 기회와 자신의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기분 좋게 식사하도록 하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영유아의 낮잠 습관과 유아의 개인차를 배려해야 하며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주도록 해야 한다. 한 교실의 규칙과 약속은 교사에 의해 일방적으로 만들게 아니라 영유아가 교실의 규칙이나 약속을 만들 때 그 결정에 참여한 경우 더 잘 따르게 되며 다른 아동들도 그 규칙을 잘 지키도록 적극적으로 일깨워 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아동권리 0-8’은 2000여 개소가 넘는 아일랜드의 영유아 보육과 교육 서비스 기관의 연합단체인 ‘아일랜드 영유아 놀이집단 연합회’(Irish Preschool Playgroup Association : IPPA)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책은 “IPPA는 놀이 환경을 계획할 때, ‘아이들에게 선택할 기회를 주는가?’, ‘어디에 참여할지 스스로 결정하게 하는가?’, ‘아동들이 무엇을 말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듣고 있는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용교 광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2004년 발표한 논문 ‘영유아보육시설과 유아교육기관에서 영유아의 참여권의 신장방안’을 통해 ‘영유아 참여권을 실질적으로 높이기 위한 제안’을 여덟 가지로 정리한 바 있다.

그것은 ▲아동의 의사를 존중하는 교육과정 운영 ▲일상생활의 규칙을 원생과 교사가 함께 만들고 지킴 ▲간식·급식에 대한 주기적인 욕구 조사 ▲특별행사의 전 과정에 아동의 참여 ▲원생회의와 부모회의를 통한 참여의 제도화 ▲홈페이지와 카페를 통한 온라인 공동체 형성 ▲교사에 대한 아동권리 교육의 강화 ▲보육 교육시설을 선택하는 바우처제도 도입 등이다.

허종렬 서울교대 사회교육학과 교수.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허종렬 서울교대 사회교육학과 교수.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영유아 인권교육, 교사 양성 필수과목으로 강화돼야”

교사의 능력은 교육의 질과 직결된다. 그런 점에서 영유아 참여권 보장을 위해 교사가 갖춰야 할 것도 많다.

한국법과인권교육학회 초대회장을 지냈고, 현재 서울교대 법과인권교육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허종렬 서울교대 사회교육학과 교수를 지난 13일 만났다.

허 교수는 “현재 교사 교육기관에서 아동권리와 관련해 강좌를 경험한 비율이 34%에 그친다. 대부분 영유아 교사를 양성하는 기관에서 영유아 인권과 관련된 교육 내용이나 방법, 영유아 인권 보장의 가치와 관련된 과목이 미흡하다”며 “영유아 인권을 다루는 과정이 필수과목으로 강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허 교수는 “인권과 인권교육에 대한 교사의 소양도 중요하지만 나아가 교사의 전문성과 투철한 직업윤리의식, 문화역량이 필요하다”며, “환경적 요인으로서 조직문화가 개선돼야 하고, 교사의 자질과 능력, 소양을 확보하기 위해 교사 교육프로그램의 질적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허 교수는 특히 “교사들이 영유아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노력이 매우 필요하다. 영유아들의 청문권을 제대로 보장해야 하고, 이를 위해 의사표현에 미약한 영유아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인내가 필요하다”면서 “이러한 인내는 교사의 소명의식과 사명감에서 비롯된다. 교사들이 의식적으로 영유아 인권에 관심을 갖고 이해하고 보장하려는 가치관과 태도, 능력과 자질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기초적인 과제”라고 강조했다.

주혜영 산내들생태어린이집 원장 역시 14일 베이비뉴스와 만나, 영유아 참여권 보장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교사에 대한 인권교육’을 꼽았다. 주 원장은 “교사가 키를 가지고 있다. 교사가 아이들에게 인권감수성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은 교사교육을 통해서다. 보수교육에 인권교육이 들어 있으나 현장과 연관된 실제적인 게 부족하다. 아이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구체적인 교육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바기어린이집 아이들은 제각각 자기만의 '보물'을 발견하면서 논다. 어른들은 이해할 수 없지만, 마당에서 찾은 보물을 기자에 자랑하고 있는 아이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또바기어린이집 아이들은 제각각 자기만의 '보물'을 발견하면서 논다. 어른들은 이해할 수 없지만, 마당에서 찾은 보물을 기자에 자랑하고 있는 아이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교사 대 아동 비율 점점 낮춰야... 교사 처우개선하고, 기관 자율권 보장해야”

마지막으로 정부의 정책과 사회적 기반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아동권리 0-8’은 “현실적으로 하루 종일 많은 아이들을 지도해야 하는 교사가 영유아 개개인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존중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여러 전문가들은, 영유아의 참여권 보장을 위해선 기관의 커리큘럼 변화나 교사 개인의 인권감수성 못지않게 교사 대 아동 비율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연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12일 전화 인터뷰에서 “교사 한 명이 10명 이상의 아이들을 돌본다. 보육 현장의 CCTV 영상을 보면 학대나 방임이 일어나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아이들은 교사로부터 존중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자아 존중감도 약하고, 아이들도 경쟁사회에 살다보니 또래 중 안전해 보이는 아이를 ‘왕따’ 시키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지적했다.

실제 보육현장에 있는 주혜영 원장은 역시 정부 차원에서 “교사 대 아동 비율을 점점 낮춰야 한다”고 강조하며, “교사처우 문제가 개선되고, 기관 운영에 대한 재량권과 자율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병수 사무국장은 모니터링 강화의 필요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정 사무국장은 아동권리위원회에 제출한 국가보고서와 관련해 “아동권리 모니터링은 아동권리가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감시하며 그 결과를 반영해 궁극적으로는 아동권리가 신장되도록 하는 행위”라며 “2017년 12월 우리 정부의 제5·6차 통합 국가보고서가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 제출됐다”고 말했다.

정 사무국장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의 체벌 금지와 아동학대 예방 자료 보급 및 교육 실시, 영유아보육법과 유아교육법에 따른 무상보육·교육 실시, 국공립 및 직장어린이집 확충 등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향후 영유아기 아동인권이 보다 증진되기 위해 현장 및 학계 전문가가 우리 정부의 심의과정에 더 관심을 갖고 많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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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larkd**** 2018-04-02 03:17:39
진짜교사한명당아이배정인원은조금바뀌어야될거같아요. 집에서 내아이한명보는것도정신없는데 혼자서10명이라니~ 진짜아무리베테랑이라도힘들거같아요.아이들은더어뒤로튈지모르는럭비공같은존재라 더신경쓰이니 교사들이엄청힘들거기ㅣㅌ아오~교사의안전성도보장해줘야될거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