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몰랐던,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용기
그때는 몰랐던,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용기
  • 칼럼니스트 차은아
  • 승인 2018.03.2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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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아의 아이 엠 싱글마마] 마시멜로 사건

“이모 친구들이 저랑 안놀아줘요”라고 동네 언니 딸이 교회 의자에 앉아 있는 나에게 다가와서는 시무룩한 얼굴로 말한다. “무슨 일이야 유리야? 친구들이 왜 안 놀아 주는데”라며 유리의 마음을 위로하고자 대답하자마자 유리는 이제야 자기편을 만난 듯 왜 마음이 상했는지 울먹이면서 말했다.

유리의 상황은 액체괴물을 갖고 논 손으로 더럽게 마시멜로를 먹는다고 친구들이 자기에게 기분 나쁘게 얘기를 해서 마음이 상하고 눈물이 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일단 용기를 내서 이모한테 얘기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는 이모가 어떻게 도와줬으면 좋겠는지 물었다.

유리는 다시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았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내가 대신 자기의 마음을 친구들에게 설명해 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유리의 마음은 유리가 더 잘 아니깐 이번 기회에 유리가 직접 친구들에게 솔직하게 얘기 해보는 걸 용기를 내서 연습해 보면 어떨까’라고 다시 제안을 했다.

유리라는 친구는 어른인 내 눈으로 보기엔 배려심이 너무 많아서 자기의 감정보다는 친구들이 생각과 요구에 맞춰주는 친구이다 보니 마음속으로 자기의 욕구를 펼칠 기회도 자기의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도 서툴고 어려운 내성적인 아이였다. 항상 그 점이 나중에 유리에게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올 거라는 걸 알기에 나는 이참에 유리에게 정확하게 자기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건강하고 기쁜 일인지 내심 알려주고 싶었다.

“유리야! 네 마음은 네가 더 잘 알기 때문에 네 마음을 솔직하게 친구들에게 얘기하는 것은 너 자신을 지키는 일이고 네가 더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이야. 이모랑 같이 가서 해볼래? 그런데 조금은 네 용기도 필요해”라며 10살 유리에게 얘기를 했다. 내 마음 속으로는 '유리가 이 말 뜻이 무슨 말인지 알기나 할까' 싶다가도 그래도 유리에게는 이런 경험들이 나중에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건강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유리와 함께 친구들이 놀고 있는 곳으로 갔다.

유리의 친구들은 언제 싸웠냐는 듯이 유리를 반겼지만 기분이 먼저 상한 유리는 쭈뼛쭈뼛 거리를 두기에 친구들을 모아 놓고 나는 유리가 할 말이 있다면 얘기를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분위기를 만들어 줬다. 유리는 액체괴물을 만진 더러운 손으로 같이 마시멜로를 먹어서 미안하다고 다음에는 같이 간식을 먹을 때 손을 꼭 깨끗이 닦겠다는 얘기를 했다. 그랬더니 되레 유리 친구들은 유리가 더러운 손으로 간식을 먹으면 유리가 배가 아플까 걱정이 돼서 손을 닦고 와서 먹으라고 했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 순간 아이들이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도 예뻤고 결국 유리의 '마음 고생'(?)은 친구들이 더 깊은 사랑으로 훈훈하게 마무리가 됐다. 하지만 그런 유리와 유리의 친구들을 보면서 나는 예전의 바보 같았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마시멜로는 사랑입니다. ⓒ차은아
마시멜로는 사랑입니다. ⓒ차은아

전 남편의 사랑 표현은 항상 돈을 들인 물건이었다. 말보다는 항상 물건으로 특별히 작은 선물부터 큰 선물까지 항상 돈으로 사랑을 표현방식이라는 걸 나중에 깨달았지만 그 당시 나는 정말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쓰고 다닌다고 전 남편이 사온 선물을 기쁘게 받아본 적도 고맙다고 표현한 적도 없는 듯싶다.

출장에 다녀온 전 남편은 그 지역이 선인장으로 너무나도 유명하다면서 지역 특색(?)이 나는 선인장을 나에게 선물했고 나는 집 앞에서 파는 선인장을 왜 굳이 멀리 그곳에서부터 힘들게 사오는지 알 수가 없다며 참 쓸데없는 걸 사오는 재주가 있다고 비아냥거리면서 받았던 기억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선인장을 갖고 오는 동안 나를 생각해 준 것에 대해서 고마워 할 법도 한데 그 당시 나는 그런 선물보다 출장을 가면 외롭게 혼자 있는 시간이 싫어 그냥 나랑 함께 시간을 보내주길 바랐다. 하지만 나는 못된 자존심에 내가 더 솔직히 마음을 표현하면 기싸움에 진다는 쓸데없는 망상에 사로 잡혀서 진심을 말하지 못한 채 화를 내는 방법으로 사랑을 갈구했던 거 같다. 그냥 섭섭한 마음을 예쁘게 표현하면 되는데 나는 '센 척'(?)아닌 '센 척'(?)으로 주도권을 잡으려고 솔직하게 내 마음을 표현한 적도 진솔하게 얘기를 한 적도 없었던 거 같다.

진심은 그게 아닌데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만 줬고 결국 나는 이제 와서 '아 그때 왜 그렇게 바보 같이 행동했을까' 하고 몇 번을 후회했는지 모른다. '지금 알았던 걸 그때 알았더라면 난 이혼을 하지 않고 잘 살았을까'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역시 나는 다시 돌아가도 그때처럼 똑같이 바보같이 행동했을 거 같다. '가져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일까, 아니면 억울함에 대한 미련일까'라고 생각해보지만 나는 지금에서야 그때의 소중함도 나의 어리석음도 알게 돼 예전보다는 조금 더 성숙해 졌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주변에 아내로서 해야 하는 도리와 부부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한 분이 부부로서 서로 노력해야 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줬더라면, 혹은 결혼을 할 때 무슨 드레스를 입고 어디로 신혼 여행을 가는 것보다 부부학교라도 가서 부부로서의 노력에 대해서 혹은 서로에 대한 배려하는 방법이라도 배웠더라면 우리는 이혼을 안했을까'라는 후회도 해봤지만 더 이상 끝난 인연에 왈가불가하는 것도 서로에게 더 큰 상처를 주는걸 알기에 그저 나는 내 상황에서 다시 나처럼 실수하지 말라고 주변 동생들과 결혼하지 않은 지인들에게 나의 진실함만을 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헛똑똑이인 내가 건강하게 표현하는 법 건강한 부부가 되는 지혜에 대해서 더 공부하고 더 노력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혼에 성공했지만 나처럼 하다가는 당신들도 곧 이혼에 성공하니 나처럼 성공하고 싶지않으면 내가 한 모든 걸 반대로 하면 된다고 나처럼 살지 말라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얘기하고 강의를 하나보다. 나의 진짜 아픔을 얘기함으로 인해 내 강의를 듣는 사람들도 내 얘기를 듣는 주변 사람들도 더 진솔하게 경청해주고 공감해주는가 싶다.

나는 유리가 울먹이면서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 이혼 후 어찌 살아가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하는 지 내가 어찌해야하는 지 알 수 없을 때의 불안한 내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 '뭐라도 듣고 싶고 하고 싶은데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존심은 상하고 방법은 모르겠고 여기서 그만 하고 싶지는 않고...' 내가 이런 마음일 때 누군가 건강한 방법으로 나에게 조언을 해줬더라면 나는 그래도 조금은 더 노력을 해보고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지 않았을까?

우리 내성적인 유리는 용기를 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오해를 푸는 방법을 배운 듯싶은지 너무도 밝은 표정으로 친구들과 노는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기분이 좋았다.

건강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내성적이고 배려심 많은 유리에게 숨통이 트이는 용기가 됐으면 좋겠다. 어쩌면 유리는 이제부터 친구들과의 관계적인 부분에 대해서 더욱더 중요해지는 나이가 될 테고 많은 갈등 속에서 나처럼 미련 맞게 자존심을 세우면서 혼자 상처 받고 아파하기보다는 솔직하고 건강하게 표현해 유리가 소중하게 생각 하는 관계를 스스로 지켜갔으면 좋겠다.

이 ‘마시멜로 사건’을 통해서...

*칼럼니스트 차은아는 6년 째 혼자 당당하게 딸아이를 키우고 있다. 시골에서 태어났지만 어설픈 아메리카 마인드가 듬뿍 들어간 쿨내 진동하는 싱글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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