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는 아이들의 불안과 무서움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그러면, 겁이 많고, 무서워하는게 많은 아이를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요? 예전에 제사를 지내는 집에서는 제사 지내고 난 이후 제사상에 올린 밥을 먹으면 무서움이 줄어든다는 이야기가 있었지요. 믿거나 말거나이긴 한데, 상담을 하는 입장에서는 오죽하면 저런 방법을 동원할까 싶기도 합니다. 심리적인 위안을 줄수는 있긴 하지만, 효과는 미지수입니다.
자, 그러면 보다 경험적으로 검증된 방법을 통해,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좀 더 안정적으로 지낼수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믿음과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아이 스스로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신뢰를 가지게 함으로써 두려움을 없애줄 수 있습니다. 항상 너를 도와줄 수 있는 부모와 가족이 옆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심어주는게 반드시 필요합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이러한 안정적인 관계 형성이 위험 회피 성향이 극단적으로 발휘되어 불안 장애가 되지 않도록 막아줄 수는 있지만, 아이들이 느끼는 두려움 자체를 없애주지는 못한다는 점입니다.
아이가 두려움을 많이 느끼는 것이 안정적인 관계를 맺지 못했다는 증거도 아니고, 이것만으로 부모가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해서는 함부로 농담을 하는 것이나 장난으로라도 위협을 가하는 것은 해당 자극을 지속적으로 피하게 만드는 지름길입니다.
물을 무서워하는 아이에게 ‘일단 빠뜨리면 배우겠지’ 싶어서 수영장이나 바닷가 같은 장소에서 물에 밀어 넣는 행동을 하면, 아마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한 아이는 물 근처에는 가려하지도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농담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괴로울 수 있다는 점을 늘 알고 있어야 합니다. 대체로, 아빠들이 하는 짖궂은 장난 때문에 아이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기도 하고, 수치심을 더 많이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이때는 엄마가 적극적으로 말려줘야 합니다.
대처방법 두 번째로는 아이가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감을 부모가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괜찮아’, ‘그게 뭐가 무서워, 하나도 안 무서운거야’등등 아이가 정말 그렇게 생각하기 전에 하는 안심시키려는 마음에 하는 말들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되지 못한다는 것을 부모가 깨달아야 합니다. 아이 입장에서, 그게 얼마나 무서울지, 겁날지를 생각해보면 됩니다. 얼마 전에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 ‘제일 무서운게 뭔가요?’ 질문하니, '빚이요'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엄마 아빠 입장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일까요? 어른들도 무서워합니다.
다만, 대상이 아이들과 다를 뿐이고, 아이들에 비해 좀더 현실을 구분할수 있고, 좀더 견딜만한 심리적인 힘이 크다는 것이 다릅니다. 대상이 다를뿐, 두려움은 참는다고 참아지는게 아닙니다. 아이들에게 참을 것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꼭 안아주고, 같이 무서워하는 경험을 견뎌주면, 아이들은 점차로 그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나가고,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하더라도 병적으로 두려워하는 일들은 줄어들게 됩니다.
세 번째로는, 현실과 공상,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특히, 책이나 TV, 영화 속에 나오는 괴물, 귀신, 유령 같은 가상의 존재들에 대해서는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극도로 적거나 거의 없다는 것을 충분한 이야기를 통해 알게 해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때, ‘저건 가짜야’ ‘저건 공상 속에나 있는거야’ 라거나, 어떤 과제에 대해서 아이가 두려워 할 경우, ‘해보지도 않고 니가 어떻게 알아’ 등의 충고나 윽박지르기는 사태를 조금도 나아지게 하지 못합니다. 이 역시, 아이가 어떤 것을 가지고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지를 알아내려면,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많고, 아이를 잘 이해해야만 합니다.
네 번째로는 아이가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는 대상에 대하여 점진적으로 익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아이가 두려워하는 대상을 ‘어른의 관점에서 안전이 확보된 상태가 아닌’, 아이가 ‘느끼기에 안전이 확보된 상태에서’ 실제로 조금씩 접해보고, 만져보고, 다루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주어야 합니다. 어떤 것이 위험하고 조심해야 하는지 설명해주어 아이 스스로 구분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필수입니다.
물을 예로 들어드리면, 물을 무서워하는 아이라면 물에 대뜸 밀어넣을 것이 아니라, 물을 보는 것에서 시작해야합니다. 그리고, 바닷가로 가고, 바닷가에 멀리 앉아서 구경부터 합니다. 물가에 멀리 앉혀놓고, 물을 떠다가 가벼운 물놀이부터 합니다. 점점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데, 철저히 아이의 속도에 맞추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부모의 인내심입니다. 대체로 어떤 부모가 좋은 부모냐에 대한 논의가 많지만, ‘인내심 강한 부모’들 중에 좋은 부모가 많은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무조건 참는 부모가 아니라, 명확하게 결과를 알고, 전략적으로 인내하는 부모가 좋은 부모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