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사건과 ‘자치분권 개헌’의 상관관계는?
이대목동병원 사건과 ‘자치분권 개헌’의 상관관계는?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8.04.04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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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양숙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지난달 23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박양숙 의원(성동구 제4선거구)을 만났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달 23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박양숙 의원(성동구 제4선거구)을 만났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해 12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인큐베이터 내 미숙아 4명이 사망했다. 이후 4개월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사건의 원인 규명과 담당 주치의의 구속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 박양숙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에게 사건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뜻밖에도 ‘개헌’ 이야기가 나왔다.

지난달 23일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박양숙 의원(성동구 제4선거구)을 만났다. 서울시는 ‘아이가 행복한 보육특별시 서울’이라는 기조를 앞세워 ‘국공립 어린이집 1000개 확충’ 등으로 대표되는 여러 보육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두 달 남짓 앞두고 지난 4년에 대한 평가와 새로운 4년에 대한 구상이 중요해지는 때, 박 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박 위원장은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서울시의 합계출산율에 대한 진단부터 서울시의 보육정책에 대한 평가와 제언, ‘아동친화도시’ 서울을 위해 보완해야 할 지점, 그리고 여성과 ‘엄마’들의 당사자 정치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의견을 피력했다. 아래는 박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Q. 우리나라의 2017년 합계출산율은 1.05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서울은 0.84명에 불과한데요, 이와 같은 저출산 문제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 우선 듣고 싶습니다.

“현재의 합계출산율은 우리 사회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저출산 문제는 우리 사회의 복잡하고 다양한 요인들에 의한 것으로, 저출산 해소를 위한 노력은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통합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합니다. 서울시는 2018년 실·국 간 장벽을 허물고 행정1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저출산 T/F 조직을 구성해, 시정 전 분야에 걸친 통합적 관점으로 16개 사업 분야에 총 278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중앙정부에서도 하지 못한 의미 있는 시도라 할 것입니다.”

Q.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의 공약 사업으로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고 계시는지요?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은 보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을 말하지 않겠습니까? 서울시가 올해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을 30%까지 달성하겠다고 예산 1375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1년 동안 한 분야에 그 정도의 예산을 투입하는 건 거의 유래가 없는 획기적인 일이죠. 공보육의 기반을 확충하고 서비스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들을 여러 가지 하고 있어요. 보육교사 처우개선 문제도 그런 차원이고요. 더불어 공공의 확충을 통해서 민간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예산을 지원하면서 투 트랙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 위원장은 서울시의 마더박스 사업이 “출산을 같이 축하하고 환영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 기대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박 위원장은 서울시의 마더박스 사업이 “출산을 같이 축하하고 환영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 기대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올해 국공립 어린이집에 1375억 원 투입… 유래 없는 획기적인 일”

Q. 엄마와 아빠가 함께 육아의 책임을 나눠 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아빠육아는 개인의 의지뿐만 아니라 사회의 제도적 지원도 반드시 필요한데요, 어떤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우선 육아는 여성이 담당하는 거라는, 성역할에 대한 뿌리 깊은 고정관념을 개선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육아휴직, 돌봄휴직제도, 10시 출근제 등 제도는 있는데 그런 것들을 마음 놓고 쓰지 못하게 하는 직장 분위기가 개선돼야 합니다. 그리고 육아휴직에 있어서 휴직기간의 분할사용이나 부부 동시사용 등 자신의 여건에 맞게 유연하게 쓸 수 있게 보장하고, 제일 강력한 것은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육아휴직 급여의 소득대체율을 계속 높여나가는 것도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Q. 서울시가 올해 7월부터 10만 원 상당의 출산용품 선물(마더박스) 지급을 추진하기 위해 조례 개정을 마치고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떠한 효과를 기대하고 계신가요?

“일각에서는 ‘마더박스가 저출산 극복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출산을 축복이 아니라 고통이라고 느끼는 초저출산 사회에서, 출산은 공적 책임의 문제라는 것을 함께 나누는 의미를 가지죠. 그와 함께 우리 사회가 출산을 같이 축하하고 환영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하지 않을까 합니다. 외국에서는 진즉부터 시행하는 사업이잖아요. 오히려 우리는 늦은 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지난해 전국 최초의 먹거리 기본조례 제정에 앞장서셨습니다. 의미를 간략히 짚어주시고 향후 먹거리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이 더 필요할지 제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먹거리 기본조례를 통해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의미가 있다고 봐요. 그동안 먹거리 문제는 주로 유통과 소비 단계에서 유해요인 차단에 집중해왔습니다. 하지만 생산 단계부터 가공, 유통, 소비, 마지막 음식물 처리까지 통합적으로 살펴서 먹거리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들이 있었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근거로서 먹거리 기본조례를 만들게 된 것입니다. 조례를 통해 100명이 넘는 ‘먹거리 시민위원회’를 만들어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점검할 수 있게 기획했습니다.

또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시민 누구나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는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예산이 부족하다보니 공공의 영역에서도 어린이집이나 지역아동센터 등에 질이 떨어지는 식재료를 공급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자치구와 생산지가 1:1 MOU를 체결해 중간 유통 단계 없이 직거래하는 도농상생 공공급식지원사업을 자치구별로 하고 있거든요. 이것을 서울시에서 전체 자치구로 확대하는 일들도 하나씩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지난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은 많은 국민들, 특히 부모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또한 모네여성병원 집단 잠복결핵 사태 등 신생아를 돌보는 의료기관에서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일어났습니다. 산모나 영아 대상 의료기관의 질을 높이는 문제에 서울시가 어떤 방향으로 노력해나가야 할까요?

“지금 개헌 국면에서 ‘자치분권’이라는 말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사실 이 부분에서 지방정부가 갖고 있는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감염병 문제가 언론에 오르내릴 때마다 공공 보건의료체계의 중요성이 환기되고 있는데요, 사실 민간 의료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의 권한은 자치구 보건소와 중앙정부가 갖고 있습니다. 서울시에는 없습니다. 시민들의 건강문제는 굉장히 민감한 부분인데 서울시가 규제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의료 부분이야말로 중앙정부보다 가까운 지방정부에 규제 권한을 폭넓게 주는 것이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박 위원장은 엄마들의 ‘당사자 정치’ 움직임에 대해 “굉장히 바람직하고 적극적으로 권장할 일”이라고 평가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박 위원장은 엄마들의 ‘당사자 정치’ 움직임에 대해 “굉장히 바람직하고 적극적으로 권장할 일”이라고 평가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시설 퇴소 아동 자립지원금 고작 500만 원… 현실화 대책 필요” 

Q. 서울시는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울특별시 아동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를 대표발의하신 분으로서, 어떤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할까요?

“아동들이 실제로 원하는 것이 뭔지 듣는 게 중요합니다. 아무래도 선거 때 표를 갖고 있는 쪽이 부모이다 보니, 아동의 문제인데도 부모들이 원하는 쪽으로 결정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조례에는 아이들이 자신과 관련 있는 정책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직접 발언할 수 있게 하는 아동참여위원회가 보장돼 있습니다.

또 어떤 정책들이 집행됐을 때 아동들에게 어떤 영향이 있는지 평가해서 다음 정책 수립 과정에 반영하는 아동영향평가제도가 있는데, 이런 것들이 제대로 돼야 실효성 있는 정책이 수립될 수 있습니다. 아동들을 정책의 대상으로만 보기보다는 권리를 갖고 있는 주체로 인정한다면, 아동참여위원회와 아동영향평가제도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Q.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으로서, 서울시의 보육정책 결정과 추진 과정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또 검증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지금 가장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과, 가장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것을 각각 한 가지씩만 짚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안심보육이라는 아젠다를 실천하기 위해 국공립 어린이집을 1000개 더 확충하겠다고 공약하고 지켜가는 것, 보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보육교사 처우개선 노력과 대체교사 지원, 어린이집 안전관리관 사업이나 방문간호사 서비스 등은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또한 이런 것들을 현장하고 잘 얘기하면서 정책을 개선해나가는 것도 잘한다고 보입니다.

아쉽다고 느끼는 점은, 중앙정부도 그렇고 아동 관련 예산의 비중이 적어요. 그동안 서울시가 위기아동 보호 중심의 아동정책을 펼치다가 이제 보편적인 정책으로 전환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려면 예산이 담보돼야 하는데 그 부분이 부족합니다. 특히 위기아동들이 보육시설에 있다가 퇴소하면 자립지원금을 받는데, 그게 500만 원이에요. 중앙정부의 기준은 300만 원이고 그나마 서울시는 500만 원을 주는데, 그 돈 가지고 독립이 안 되니까 아이들이 또 다시 보호대상으로 전락합니다. 현실화 대책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Q. 최근 ‘정치하는엄마들’과 같은 엄마 단체나 ‘여성엄마민중당’과 같은 정당조직, 또 미세먼지 입법에 나선 맘카페들 등 이른바 ‘엄마정치’를 표방하는 움직임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는 곧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주장하고 관철해내는 과정이 아닌가 생각하거든요, 특히 아이 키우는 문제부터 부모 자신의 삶의 문제까지, 당사자들이 같이 결사체를 만들어서 행동들을 하는 것은 굉장히 바람직하고 적극적으로 권장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지방선거가 두 달 남짓 남았습니다. 앞으로 여성과 엄마들의 정치 참여가 더 활발해지려면 우리 사회의 시스템과 정치 풍토에서 어떤 점들이 개선돼야 할 거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아직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정치에 진출하기 위한 기회가 제한돼 있습니다. 아직은 출발선 자체가 평등하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은 여성 정치인에 대한 쿼터제(할당제) 같은 것이 제도적 보장으로서 필요합니다. 그 덕분에 지방의회 같은 경우 여성들이 많이 진출한 반면, 또 중요한 결정단위에는 여성들이 진출하지 못하는 한계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성 구의회 의장들도 많이 나오면서 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쿼터제를 통해 여성이 정치에 진출하게 하고 중요한 결정단위에 참여하게 하는 경우가 많아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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