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엄마, 세 살 아이! 우리는 '미운 세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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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니스트 조은희
  • 승인 2018.04.0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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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엄마, 세 살 아이] 세 살 엄마의 양육태도 점검하기
너무나도 이쁜 '미운 세 살' 성빈이. ⓒ조은희
너무나도 이쁜 '미운 세 살' 성빈이. ⓒ조은희

성빈이가 식탁에 앉아 내가 떠주는 밥을 몇 술 먹더니 “다 먹었다”라고 말한다.

내가 “조금만 더 먹을까?”라고 하니 “아니,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래도 조금 더 먹이고 싶어 고민을 하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강아지 손인형을 끼고 “성빈아! 아~ 해봐. 내가 먹여줄게”라고 말했다. 그러자 성빈이가 “아~~~”하고 입을 크게 벌렸고 밥 한 그릇을 뚝딱했다.

다음날도 성빈이는 밥을 먹지 않겠다고 했다. 나는 다시 손인형을 끼고 “아이~ 성빈아, 한 번만 더 먹자”라고 했다. 그러자 성빈이는 “코알라”라고 말했다. 나는 잽싸게 코알라 인형을 가져와 코알라인형 손에 숟가락을 대고 “아~”했다. 성빈이는 또 밥 한 그릇을 뚝딱했다.

그리곤 다음날 또 밥을 먹지 않겠다고 했다. 내가 “코알라가 줄까”라고 하자 “응” 하더니 코알라, 어흥, 야옹, 곰… 보이는 대로 인형에게 한 숟가락씩 먹여달라고 했다. 나는 ‘이것이 습관이 되면 안 되지! 올바른 식습관을 길러야 해’라고 생각했다. 그리곤 “아니야! 인형들도 밥 먹어야 한데. 이제 성빈이 혼자 먹어”라고 말했다. 그러자 성빈이는 “아니, 아니, 코알라~”라고 말하며 인형들이 먹여달라고 떼를 부렸다. 나는 이번엔 떼 부림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아니야! 안 돼는 건 안 돼! 이제 혼자 먹어야지”라고 말했다. 성빈이는 더 크게 울며 떼를 부렸고 “그럼 먹지말자”라며 아이를 식탁에서 내려놓았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성빈이는 식탁이 아닌 바닥에서 밥을 먹겠다고 했다. 나는 ‘그래. 이 정도는 수용해주마’라고 생각하고 상을 펴서 밥을 차려줬다. 그러자 상 앞에 인형들을 다 가져와서 “엄마, 코알라, 어흥, 야옹, 곰…아”라고 했다. 나는 순간 갈등했지만 아이가 또 떼를 부리며 밥을 먹지 않을 것 같아 인형들 손에 번갈아 숟가락을 들고 “성빈이 잘 먹는다”라고 말해주며 한 그릇을 다 비웠다.

성빈이는 뿌듯해 했고 나는 ‘내가 내 무덤을 팠구나’ 싶었다.

◇ 세 살 엄마, 세 살 아이! 우리는 ‘미운 세 살’

우리는 흔히 세 살 아이들에게 ‘미운 세 살’이라고 한다.

미운 세 살! 성빈이도 드디어 미운 세 살을 향해 달리고 있다.

자기 고집이 생기면서 “아니, 아니”, “나 혼자”라는 말을 자주하고 놀아 달라, 안아 달라, 나가자, 들어가자, 안 먹겠다, 안 자겠다, 안 입겠다, 뭐하겠다, 뭐 안 하겠다… 끝도 없이 떼를 부린다.

세 살 아이가 고집과 떼를 부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 시기에 아이는 자립심과 독립심이 커지면서 고집이 세지고 스스로 해 나가야 할 일들이 많은 반면, 하고 싶은 일은 하면 안 된다고 하니 아이 입장에서는 괴롭고, 이로 인해 마음속에 잠재된 불만과 불안감이 부모의 관심에 대한 요구를 떼 부리기로 표출하게 된다. 이러한 발달특성을 잘 알고 있기에 ‘음~ 우리 성빈이가 잘 자라고 있구나’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성빈이가 속수무책으로 떼를 부리면 “너 진짜 왜 그래”라고 말하며 얼굴을 찌푸릴 때도 많다.

세 살 아이가 떼를 부리는 것은 그 시기에 나타나는 당연함이기도 하지만 아이에게 옳고 그름, 해도 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가르쳐야 하는 부모로서는 너무 나도 힘든 시기이다. 떼 부리는 아이를 고쳐보겠다고 아이에게 이전과 다른 엄마의 모습이 나타난다면 아이입장에서도 이 시기의 엄마가 밉기는 마찬가지 일 것이다.

◇ ‘세 살 엄마’의 양육태도를 점검하자!

나와 같이 당장의 아이의 떼를 막아보겠다고 상황에 따라 양육태도를 바꾸는 것은 좋지 않다. 오히려 또 다른 고민거리를 만들거나 옳지 않은 행동을 강화시킬 수 있다.

성빈이의 밥 한 숟가락을 더 먹이겠다고 내가 팠던 내 무덤을 인정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나의 좋지 않은 육아태도를 내 스스로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성빈이가 밥상 앞에 인형을 앉혀 놓았을 때 또 다시 태도를 바꿔 “인형 이제 그만!”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친구들하고 같이 먹고 싶구나”라고 말해줬다. 밥을 먹을 때마다 인형을 모두 가져오는 일은 번거로웠다. 운 좋게 코알라, 어흥, 야옹, 곰이 모두 그려져 있는 그림책을 발견했고 책 한권으로 페이지를 넘기며 며칠 동안 밥을 떠먹였다. 생각을 조금 유연히 해서 이것이 ‘나쁜 식습관으로 굳어지면 어쩌나’라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인형이 먹여 주는 게 재밌구나’라고 눈에 보이는 긍정적인 상황만 생각하고 며칠을 놀이하듯 기분 좋게 먹여주니 그 행동이 조금씩 소멸돼 이제는 거의 혼자 먹게 됐다.

‘세 살 아이’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해외의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여서 영미권에서는 '끔찍한 두 살'(Terrible Twos)로 부른다고 한다. 세 살 아이가 고집과 떼를 부리는 것은 그 나이에 당연한 것임을 인정하고, 아이의 고집과 떼 부림이 나의 나쁜 양육태도로 인해 강화되는 것은 아닌가를 늘 점검해야 할 것이다.

◇ 성빈맘 육아팁

아이를 떼쟁이를 만드는 나쁜 양육태도 점검하기

- 아이의 요구에 즉각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번번이 무시하지는 않은가?

- 아이에게 조금만 기다리라거나 귀찮은 태도를 보이지는 않은가?

- 일관성 없는 태도로 아이를 대하고 있지는 않은가?

- 아이의 요구를 차갑게 거절하는 인상을 풍기거나 빈정대는 태도로 아이의 자존감을 상하게 하고 있지는 않은가?

- 일시적인 거짓말들로 상황을 모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 ‘안 돼’라는 금기가 너무 많지는 않은가?

- 훈육이 너무 잦은 것은 않은가?

*칼럼니스트 조은희는 중앙대학교 유아교육과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10여 년간 보육현장 및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많은 교사와 부모들에게 진정한 교사와 부모가 되는 일에 힘을 보태며 살아 왔다. 현재는 무주에서 아이와 함께 쉼표없이 느낌표만 가득한 전원육아 속에서 진정한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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