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라서 행복해요" vs "쌍둥이라서 힘들어요"
"쌍둥이라서 행복해요" vs "쌍둥이라서 힘들어요"
  • 칼럼니스트 전아름
  • 승인 2018.04.13 16: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용산트윈스 육아일기] 쌍둥이 엄마의 육아고충 들어보세요

쌍둥이들이 신생아 시절, 아기를 안아서 재우다 손목이 너덜너덜해졌다는 엄마들이 부러웠다. 왜냐, 어쨌든 아기가 한 명이니 가능한 일이지 않은가. 나는 정말 꽤 오랜 시간 동안 아기를 재우지 못하고 맨날 혼자 땀만 뻘뻘 흘렸다. 한 놈 안아 재우면 나머지 한 놈이 우는 일이 매일 새벽 반복됐다.

둘이 동시에 안으면? 둘이 동시에 울었다. 한 놈을 아기띠로 안아 재우면 나머지 한놈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바운서라는 육아템도 잠깐이지 밤새 앉혀놓으면 얌전히 자다가도 벌떡 깨 응애응애 울어댔다. 공갈젖꼭지는 물려놓으면 뱉고, 자동모빌의 자장가 소리는 애들 울음소리에 묻혀 들리지도 않았다. 생각해보니 진짜 그 시절을 어떻게 혼자 버텼냐 싶을 정도다.

함께 놀며 함께 성장하는 쌍둥이들, 그런데 서로 입에 손 넣는것 좀 안하면 안되겠니? ⓒ전아름
함께 놀며 함께 성장하는 쌍둥이들, 그런데 서로 입에 손 넣는것 좀 안하면 안되겠니? ⓒ전아름

◇ 두 놈 동시에 감기앓던 날 한놈 메고 한 놈 업고 

꽃도 피고 날씨도 풀리는 봄이 되니 아기띠 하나에 아기를 메고 예쁜 기저귀 가방을 들고 아기와 산책하는 아기엄마도 내가 부러워 하는 사람 중 하나다. 쌍둥이 엄마에게는 꿈 같은 일이다. 이런 일이 있었다. 한달 전 아기들이 둘이 동시에 감기에 걸렸다. 원래는 둘째 경진이만 걸려있었다. 첫째인 경빈이에게 감기를 옮길 까봐 둘을 분리시켜놨는데 잠깐 한눈 판 사이에 경진이가 배밀이로 경빈이에게 다가가 제가 빨던 손을 경빈이 입에 쑥 하고 집어넣었다.

그날 밤부터 경빈이가 열이 나기 시작하더니 같이 감기를 앓았다. 남편은 출근을 하고 나는 운전을 할 줄 모르는데 애들 병원은 데리고 가야 하니 궁여지책으로 아기띠 두 개로 한 놈은 앞에, 한 놈은 뒤에 들쳐 메고 아기들의 기저귀와 젖병과 보온병이 잔뜩 든 기저귀가방을 들고 용산에서 마포에 있는 소아과까지 갔다. 쌍둥어멈의 숙명 같은 것이겠지만 그땐 정말로 힘들었다.

아기들이 손을 쓰기 시작하면서 분유 동시수유에 대한 압박은 사라졌지만 이제 하루 두 번 먹이는 이유식이 문제다. 나란히 앉혀놓고 이유식을 주면 자기 먼저 달라고 숟가락을 뺏고 울고 난리다. 한 놈 먼저 주면 한 놈이 우는 일이 재현됐다. “이놈들아, 별 수 없다. 쌍둥이들의 숙명이라 생각해라”며 나는, 용량이 큰 이유식 용기에 2인분의 이유식을 넣고 숟가락 한 개로 재빠르게 번갈아 가며 먹인다(물론 감기가 다 낫고 난 뒤의 일이다). 이렇게 불량하고 게으른 엄마가 되는 건가 내심 미안하지만 어쩌겠는가 새끼들이 배고프다는데 얼른 뭐라도 먹여야지.

둘이 같이 놀고 뒹굴다 스르륵 잠들 때 “쌍둥이라 다행이다”

힘든 순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즘 부쩍 성장한 쌍둥이들은 마주보고 앉아, 혹은 마주보고 엎드려 함께 놀 때가 많다. 내가 일부러 그렇게 앉힐 때도 있지만 보통은 자기들이 알아서 서로를 찾는다. 마주보고 앉아 장난감 한 개를 놓고 경쟁을 한다든지, 함께 논다든지, 갑자기 이유 없이 꺄르륵 한참을 웃는다. 나란히 눕혀놔도 뒤집고 배밀이하며 제 멋대로 놀다가 겹쳐 누워 서로의 발이나 손이나 머리카락을 빨며 놀 때도 있다.

잠깐 집안일 하다가 기분이 싸 해져 애들 방을 들여다 보면 애들이 침 범벅을 하고 나를 보고 씨익 웃을 때의 그 기분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면서도, ‘하 오늘도 세탁기를 돌리고 목욕을 시켜야 하는구나’싶은 피로감이 동시에 몰려온다. 하늘이 정해준 평생의 친구, 쌍둥이들은 오늘도 제 친구의 손과 발과 머리카락과 장난감을 빨고 놀다가 매트에서 스르륵 잠들었다. 침범벅 된 장난감을 또 닦고 세탁기도 또 돌려야겠지만 엄마는 그래도 괜찮다. 지금처럼만 사이 좋게 건강하게 함께 즐겁게 성장한다면 그걸로 됐다!

*칼럼니스트 전아름은 용산에서 남편과 함께 쌍둥이 형제를 육아하고 있는 전업주부다. 출산 전 이런저런 잡지를 만드는 일을 했지만 요즘은 애로 시작해 애로 끝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