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들이 신생아 시절, 아기를 안아서 재우다 손목이 너덜너덜해졌다는 엄마들이 부러웠다. 왜냐, 어쨌든 아기가 한 명이니 가능한 일이지 않은가. 나는 정말 꽤 오랜 시간 동안 아기를 재우지 못하고 맨날 혼자 땀만 뻘뻘 흘렸다. 한 놈 안아 재우면 나머지 한 놈이 우는 일이 매일 새벽 반복됐다.
둘이 동시에 안으면? 둘이 동시에 울었다. 한 놈을 아기띠로 안아 재우면 나머지 한놈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바운서라는 육아템도 잠깐이지 밤새 앉혀놓으면 얌전히 자다가도 벌떡 깨 응애응애 울어댔다. 공갈젖꼭지는 물려놓으면 뱉고, 자동모빌의 자장가 소리는 애들 울음소리에 묻혀 들리지도 않았다. 생각해보니 진짜 그 시절을 어떻게 혼자 버텼냐 싶을 정도다.
◇ 두 놈 동시에 감기앓던 날 한놈 메고 한 놈 업고
꽃도 피고 날씨도 풀리는 봄이 되니 아기띠 하나에 아기를 메고 예쁜 기저귀 가방을 들고 아기와 산책하는 아기엄마도 내가 부러워 하는 사람 중 하나다. 쌍둥이 엄마에게는 꿈 같은 일이다. 이런 일이 있었다. 한달 전 아기들이 둘이 동시에 감기에 걸렸다. 원래는 둘째 경진이만 걸려있었다. 첫째인 경빈이에게 감기를 옮길 까봐 둘을 분리시켜놨는데 잠깐 한눈 판 사이에 경진이가 배밀이로 경빈이에게 다가가 제가 빨던 손을 경빈이 입에 쑥 하고 집어넣었다.
그날 밤부터 경빈이가 열이 나기 시작하더니 같이 감기를 앓았다. 남편은 출근을 하고 나는 운전을 할 줄 모르는데 애들 병원은 데리고 가야 하니 궁여지책으로 아기띠 두 개로 한 놈은 앞에, 한 놈은 뒤에 들쳐 메고 아기들의 기저귀와 젖병과 보온병이 잔뜩 든 기저귀가방을 들고 용산에서 마포에 있는 소아과까지 갔다. 쌍둥어멈의 숙명 같은 것이겠지만 그땐 정말로 힘들었다.
아기들이 손을 쓰기 시작하면서 분유 동시수유에 대한 압박은 사라졌지만 이제 하루 두 번 먹이는 이유식이 문제다. 나란히 앉혀놓고 이유식을 주면 자기 먼저 달라고 숟가락을 뺏고 울고 난리다. 한 놈 먼저 주면 한 놈이 우는 일이 재현됐다. “이놈들아, 별 수 없다. 쌍둥이들의 숙명이라 생각해라”며 나는, 용량이 큰 이유식 용기에 2인분의 이유식을 넣고 숟가락 한 개로 재빠르게 번갈아 가며 먹인다(물론 감기가 다 낫고 난 뒤의 일이다). 이렇게 불량하고 게으른 엄마가 되는 건가 내심 미안하지만 어쩌겠는가 새끼들이 배고프다는데 얼른 뭐라도 먹여야지.
◇ 둘이 같이 놀고 뒹굴다 스르륵 잠들 때 “쌍둥이라 다행이다”
힘든 순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즘 부쩍 성장한 쌍둥이들은 마주보고 앉아, 혹은 마주보고 엎드려 함께 놀 때가 많다. 내가 일부러 그렇게 앉힐 때도 있지만 보통은 자기들이 알아서 서로를 찾는다. 마주보고 앉아 장난감 한 개를 놓고 경쟁을 한다든지, 함께 논다든지, 갑자기 이유 없이 꺄르륵 한참을 웃는다. 나란히 눕혀놔도 뒤집고 배밀이하며 제 멋대로 놀다가 겹쳐 누워 서로의 발이나 손이나 머리카락을 빨며 놀 때도 있다.
잠깐 집안일 하다가 기분이 싸 해져 애들 방을 들여다 보면 애들이 침 범벅을 하고 나를 보고 씨익 웃을 때의 그 기분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면서도, ‘하 오늘도 세탁기를 돌리고 목욕을 시켜야 하는구나’싶은 피로감이 동시에 몰려온다. 하늘이 정해준 평생의 친구, 쌍둥이들은 오늘도 제 친구의 손과 발과 머리카락과 장난감을 빨고 놀다가 매트에서 스르륵 잠들었다. 침범벅 된 장난감을 또 닦고 세탁기도 또 돌려야겠지만 엄마는 그래도 괜찮다. 지금처럼만 사이 좋게 건강하게 함께 즐겁게 성장한다면 그걸로 됐다!
*칼럼니스트 전아름은 용산에서 남편과 함께 쌍둥이 형제를 육아하고 있는 전업주부다. 출산 전 이런저런 잡지를 만드는 일을 했지만 요즘은 애로 시작해 애로 끝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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