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7살 남자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아이가 그림을 그릴 때 죽이고 싸우는 상황을 자주 그립니다. 그러지 말라고 제지해도 비슷한 상황을 반복해서 그립니다. 뭐가 문제일까요?
A. 전쟁 그림이나, 싸움에 져서 죽거나 폭탄이 터지는 그림은 게임을 접하거나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남자아이들이 흔하게 그리는 상황입니다. 적당한 주제에 맞춰 이런 요소를 표현하는 것은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굳이 잔인한 상황을 그릴 필요가 없는데 그린다거나 매번 그림마다 잔인한 표현을 한다면 언제부터 그러했는지와 주로 어떤 날에 그런 그림을 그리는지 주의 깊게 봐주세요. 그러면 아이가 가진 감정 및 문제점의 원인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습니다.
◇ 사례: 자유롭고 싶은 아이
7살 학생 A는 평소에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던 아이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동물에게 물려 죽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과 같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도 계속 그와 같은 내용의 그림을 그리자 걱정되는 마음에 요즘 뭐가 가장 힘든지 물어보니,
“학원을 또 가야 해요. 재미없어요.”
“피아노를 잘 못 쳐서 엄마에게 혼났어요.”
“학원 가기 싫어요. 놀 시간 없어요.”
와 같은 대답을 들었습니다.
◇ 사례: 질투, 관심받고 싶음
B 학생은 매번 칼에 찔려 피가 나는 장면이나 싸움에 져서 죽은 사람을 그리는 둥 다소 거친 장면을 자주 연출하길래 넌지시 물어보면,
“동생이 너무 싫어요.”
“동생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귀찮아요.”
와 같은 대답을 했습니다.
물론 매번 그러한 그림을 그리지는 않았지만, 다소 거칠게 그리는 날에는 동생과 싸워서 엄마에게 혼이 났다거나 아무도 자신을 좋아해 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먼저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 사례: 화가 쌓인 아이
C 학생은 그림을 그릴 때 과장해 크게 그리거나 사람을 뾰족하게 표현하며 피를 그리거나 떨어지는 장면을 연출합니다. 그럴 때면 친구나 형제와 다퉜다는 이야기를 하며 ‘화가 난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 사례: 시든 꽃, 악몽, 귀신
몇몇 친구들은 자신의 힘든 감정을 표출할 때 잔인한 장면보다는 주로
“무서운 꿈 이야기에요.”
“귀신이에요.”
와 같은 상황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시들어버린 꽃, 죽은 나무, 상처받은 나무와 같은 표현을 할 때도 있습니다.
◇ 아이들의 생각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지속해서 아이가 불안한 감정을 드러내는 그림을 그린다면 넌지시 질문을 던져 원인을 파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부모님께 잘 보이고 싶은 성향이 있기 때문에 “그냥”이나 “모른다”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땐 제삼자(부모님이 아닌 가족 구성원, 지도 선생님, 전문 상담가)를 통해 미술 활동을 한 뒤 질문을 하는 것이 좋을 수 있습니다.
▶죽거나 다친 사람 그림을 가리키며) 이 사람은 왜 이렇게 된 거야?
▶그림을 그릴 때 기분이 어땠어?
▶이중에서 제일 나쁜 사람이 누군데? OO가 아는 사람 중에도 있을까?
▶OO 편이야? 적은 누구야?
▶다친 사람을 어떻게 낫게 하면 좋을까?
▶OO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어?
만약 전문 상담가가 아닌 부모님께서 질문할 때는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는 도중에 슬쩍 물어보는 것이 더 좋을 수 있습니다.
단, 아이가 그림을 그리면서 자연스럽게 흘리는 이야기를 무시하고 다짜고짜 질문만 던진다거나 과도한 질문으로 그림 그리는 순간을 방해하면 안 됩니다. 그림 속 아이의 생각을 들으려 하지 않고 그림이 잘 그려졌는지를 평가하며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한 장의 그림으로 평가하기보다는 꾸준히 아이의 그림에 관심을 주세요.
*칼럼니스트 안린지는 경희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졸업하고 그림 속 아이들의 생각이 궁금하여 미술학원 강사로 2년간 근무하면서 미술심리상담 공부를 지속했다. 모든 아이가 행복한 꿈을 갖기를 진심으로 희망하며 소설 및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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