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는 잘 집중하지만, 책에는 흥미 없는 아이
스마트폰에는 잘 집중하지만, 책에는 흥미 없는 아이
  • 칼럼니스트 권장희
  • 승인 2018.04.23 13: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똑똑 육아 지혜바구니] 통제력 없는 아이에게 스마트폰 금물

Q. 우리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TV프로그램은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부모의 말에는 왜 귀를 기울이지 않을까요? TV나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는 집중을 제법 잘 하는데 숙제를 하거나 책을 읽을 때는 집중을 하지 못하고 금방 흥미를 잃어버리고 산만해집니다. 무엇이 문제인가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상 프로그램에 몰입하는 것은 집중력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강한 시청각 자극에 자신의 집중력을 빼앗기고 있는 상태입니다. ⓒ베이비뉴스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상 프로그램에 몰입하는 것은 집중력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강한 시청각 자극에 자신의 집중력을 빼앗기고 있는 상태입니다. ⓒ베이비뉴스

A. 대체로 산만하고 매사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아이도 자기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게임을 할 때는 신기하게 몰입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기특해 합니다.

자신의 블로그에 육아일기를 쓰고 있는 어머니가 아들이 TV로 뽀로로를 보고 있는 모습의 사진 몇 장을 올려놓고 이렇게 설명을 써 놓았습니다.

"뽀롱뽀롱 뽀로로를 열심히 시청하고 계시는 우리 아들... 집중력이 아주 대단하다. ㅋㅋ"

그러나 이것은 큰 오해이고 착각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상 프로그램에 몰입하는 것은 집중력이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강한 시청각 자극에 자신의 집중력을 빼앗기고 있는 상태일 뿐입니다.

「주의력 날치기 시대의 부모역할(Parenting in the Age of Attention Snatchers, ‘스마트폰을 이기는 아이’로 국내출간)」이란 책에서 루시 조 팰러디노 박사는 이를 '주의력 날치기'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는 아이들이 디지털기기의 자극에 사로잡혀 있는 상태를 자발적인 주의력과 구분하여 '비자발적 주의'일 뿐이라고 강조합니다. '비자발적 주의'는 주의를 기울이는 당사자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24시간 자극적인 장면과 소리에 언제라도 주의가 낚일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스스로 노력해서 TV를 선택해 보는 것이 아니고 반사적으로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수동적인 상태일 뿐입니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스마트기기에 빠져 있을 때, 밥을 먹거나 옷을 입거나 씻어야하기 때문에 사용하던 기기를 그만두게 하면 아이들은 과도하게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며 반항을 합니다. 미디어기기 사용을 억지로 중단시키면 아이들이 통제력을 잃는 것에 대해 부모는 의아해합니다.

아이는 통제력을 상실해서 소위 ‘발광’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말 속에는 원래 통제력을 가지고 있는데 스마트기기 등이 아이의 통제력을 빼앗아 간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인간은 태어날 때 뇌 속에 통제력이란 장치가 없습니다. 통제력은 태어나서 부단한 연습과 훈련을 통해 자라면서 조금씩 함께 만들어지는 인간만의 후천적인 능력입니다.

따라서 자기가 좋아서 집중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못하게 막으면 소리를 지르고 뒤집어지는 것은 통제력이 없는 아이의 본능적인 그리고 당연한 반응입니다. 밥을 먹고 있는 강아지에게서 갑자기 밥그릇을 빼앗았을 때 주인에게 으르렁거리고 덤벼드는 강아지에게 통제력을 발휘해줄 것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아이에게 스마트 기기를 준다면 중단시킬 때의 어려움은 부모가 감수해야하는 이유입니다.

뇌 발달의 핵심요소라고 할 수 있는 시냅스의 가소성 원리에 따르면 같은 행동과 경험을 반복할 때 시냅스의 연결이 많아지고 강화됩니다. 아이의 주의집중력이나 통제력 역시 감각적 자극과 욕망에 대한 유혹을 물리치고 멀리하는 일상의 반복적인 연습의 시간을 통해 시냅스가 연결되고 강화되면서 생성됩니다.

아이들이 TV를 보고 있을 때 사용하는 뇌와 부모의 말을 들을 때 사용하는 뇌가 다릅니다. TV의 시각적 청각적 자극에 반응하는 뇌는 본능과 욕구를 담당하는 변연계와 감각피질에서 반응합니다. 뇌의 안쪽 부분에 있는 동물의 뇌가 반응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영유아기에 아이들이 시청각 자극에 사로잡히는 시간을 보내면 보낼수록 시냅스의 연결은 본능에 반응하고 욕구에 사로잡히는 방향으로 발달되고 강화됩니다.

반면 부모의 말을 주의해서 들으려면 여러 감각을 스스로 통제하여 특정 소리에 반응하도록 노력을 해야 합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선택을 위해 주의력을 동원하는 일은 인간의 뇌인 전두엽에 시냅스가 연결되고 발달돼야 가능한 능력입니다. 본능을 억제하는 반복적인 연습과 훈련을 통해서 시냅스가 연결되고 강화되면서 아이들은 3~5세 사이에 서서히 자기 통제력을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본능과 욕구를 억제하는 자기 절제능력, 주의 집중능력, 충동 조절능력 같은 통제력의 생성과 발달은 아이의 일생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스탠포드대학의 월터 미셸 박사의 실험으로 유명해진 마시멜로 이야기가 이 사실을 뒷받침해줍니다. 만 4세에 마시멜로를 먹고 싶은 유혹을 자발적 주의집중력을 동원해 참아낸 아이들은 18세가 돼 성적과 생활태도가 양호했고, 40세가 되었을 때 성공비율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자기 통제능력, 주의 집중능력, 충동 조절능력이 아이의 장기적인 성공을 예측하는 신뢰할 만한 요인임은 여러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바 있습니다. 2005년 펜실베니아에서 13세 아이들을 상대로 실시한 장기 연구에서 아이들의 장래 학교 성적과 명문 대학 입학을 예측하는 요인으로 지능지수(IQ)보다 통제력이 2배나 큰 정확성을 보였습니다.

2011년 뉴질랜드 연구자들은 3~11세의 아동 1000명 이상을 장기 추적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아동기에 통제력을 발달시킨 아이가 그렇지 못한 아이보다 32세가 돼 신체 건강과 경제적 성취도에서 앞선다는 내용입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밥을 잘 먹이기 위해 때때로 스마트기기가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기기는 아이의 조기교육 수단으로도 유용합니다. 종이책을 읽히려면 10분도 집중을 못하는 아이라도 스마트기기의 시각적 청각적 자극에는 놀랍게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수동적인 인지이기는 하지만 배움의 효과도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것처럼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스마트기기를 껐을 때 얻는 배움은 새로운 단어와 구구단 같은 것을 배우는 것보다 아이의 장래에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디지털기기의 강력한 자극과 유혹을 멀리하고 자신의 주의 집중력을 발휘해 스스로 필요한 일을 찾아 하는 능력은 다른 모든 학습 능력의 기초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부모의 손에 스마트폰이 주어진 시대에 태어난 우리 아이들은 인류 역사상 가장 불행한 시대에 태어난 세대인지 모릅니다. 영유아기 아이들의 뇌는 본성상 자극과 흥분을 추구하게 됩니다. 영유아들이 사용하도록 만들어지는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심지어는 교육용 앱조차도 아이들에게 자극과 흥분을 제공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각종 유아용 컨텐츠들은 재미와 놀라움, 즉각적인 피드백과 다양한 보상, 그리고 도전을 통해 아이들이 유혹을 참아내고 밀어내지 못하도록 사로잡습니다. 통제력이 어느 정도 발달돼 있는 어른들도 참아내기 힘든 유혹 앞에 영유아들이 포위돼 있습니다.

부모는 아이의 습관 형성에 책임 의식을 가져야합니다. 아이가 어른이 되어 성공적인 삶을 살아내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가르치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아이에게 조기에 한글이나, 영어를 가르치고 수의 원리를 배우게 하려는 관심보다 훨씬 더 많이 통제력을 키워가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마트기기를 아이의 눈과 손에서 멀리하도록 매일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아이를 진짜 사랑하는 일입니다.

*칼럼니스트 권장희는 교직생활을 거쳐 시민운동 현장에서 문화와 미디어소비자운동가로 청소년보호법 입법을 비롯해, 셧다운제도 도입,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활성화, YP활동(청소년스스로지킴이, 미디어교육활동) 개발 보급 등을 해왔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 게임 스마트폰 중독예방을 위한 민간교육기관인 사단법인 놀이미디어교육센터를 설립해 기쁘게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 아이 게임절제력」, 「인터넷 게임세상 스스로 지킨다」, 「게임 스마트폰 절제력」, 「스마트폰으로부터 아이를 구하라」 등이 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