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기 전에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첫 번째 이야기
이혼하기 전에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첫 번째 이야기
  • 칼럼니스트 차은아
  • 승인 2018.04.1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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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아의 아이 엠 싱글마마] 남편을 절대 무시하지 마세요

【베이비뉴스 기자】

“진짜 내가 언제까지 참아주고 내가 이해해줘야 하는 거야? 내가 바보냐? 당신은 허구헛날 맨날 이딴식으로 행동하냐? 진짜 남편이란게 아주 애보다 더하네!! 한심하다 진심 너란 인간!!!”

내가 아는 욕이라는 단어와 빈정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말들 중에 최대한 자존심을 상하게 하기 위해서 세상 모든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단어들을 조합해서 악다구니와 함께 있는 힘껏 남편에게 쏟아냈다.

진짜 이 순간만은 남편이 너무도 진심으로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부부싸움을 했다고 무단으로 결근한 이 남자.

나보다 9살이나 많은 이 남자! 나이가 나보다 더 많으면 나보다 더 성숙하고 나보다 더 지혜로울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러 나이 많은(?) 이 오빠를 선택했것만 어찌 부부싸움을 했다고 회사를 안가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철이 없어도 너무 없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곱게 자랐기에 화가 난다고 회사에 가지 않는 똥배짱을 가진 이분! 싸운 후 당당하게 나에게 "너랑 싸워서 가기 싫었다"라고 말할수 있는 저 머리속의 DNA가 심히 궁금했다.

'아~ 부부싸움을 해서 회사에 안가는 남자도 있구나! 아니 그래~ 부부싸움을 했다쳐도 기분은 나빠서 회사에서 똥씹은 표정을 하고 있어도 회사는 가야 하는거 아닌가? 이런 놈(?)을 믿고 내가 평생을 살아야하나?' 너무도 당당한 남편의 행동에 자괴감마져 드는 순간이었다.

나의 어린 시절은 가장 큰 영향력은 준 우리 아버지! 성실성(?)과 책임감 하나는 동네 최고인 아버지가 내 아버지였다. 그런 아버지의 인품에 걸맞게 나는 6년 개근상, 비가 오면 양말을 2개 들고 가는 길에 젖은 양말을 들고 학교에 도착하면 새 양말로 갈아 신으면서 6년을 다녔고 당연히 우리 형제들은 6년 개근상은 모두가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이라는 환경에서 자랐다.

헌데 나의 전 남편은 어머님께서 남편이 아프다고 하면 당연히 학교는 조퇴, 감기라도 걸렸으면 며칠을 안가도 되는 아이(?) 위주의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었다.

나는 무식하리만큼 강하게 컷고 전 남편은 다른 것보다 아이의 건강을 우선시 하는 존중(?) 받는 환경에서 크다보니 둘의 갈등상황의 대처법은 너무도 달랐다.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나는 '힘들어도 끝까지 해결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이곳 저곳 알아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에서 죽자살자 매달렸고, 전 남편은 힘들 일이 생기면 엄마한테 얘기하면 엄마가 다 들어주고 엄마가 와서 다 해결해주면 자연스럽게 다시(?) 나타나는 아주 곱게 자란 금수저 환경이었다.

자기 딴에도 힘들게 자라왔다고 항상 이야기 했왔지만 내 기준에서 봤을때 나의 전 남편은 평균 이상의 지극히 곱게 자란 양반집 도련님이었고, 35살이 되도록 제대로 된 직장 없이 유학을 갔다오고 가끔 돈이 필요하면 테니스 선생님이라는 알바를 하면서 돈을 만져본 게 전부였던 사람이었으니 그런 고급스러움에 비해 나는 시골에서 산과 들을 뛰어다닌 자유로운 영혼과의 만남은 어쩌면 예견된 것처럼 다름을 떠나서 문제 해결 방식에서도 생각차이 행동 방식 결정들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물론 모든 부부들이 생각의 차이와 행동의 차이가 있다고 하지만 우리 부부는 달라도 너무 다른 극과 극의 완전체였다.

이런 환경인 우리 두 사람이 그럼에도 맞춰 가면서 서로 살아보겠다고, 부부가 되어보겠다고 하는 찰나에 이 ‘부부싸움 회사사건’이 터지고 만 것이다.

터질게 터지고 말았다는 아니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나는 당신의 방식이 정말 맘에 안든다고, 다 때려쳐 버리자고 나의 감정 쓰레기통은 '완전 풀 가동!' 다 차버렸으니 볼장 다보자고, 악다구니와 함께 전 남편에게 가장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며 철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식으로 욕을 하는 순간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부부싸움을 한 후 회사에 가지 않았다는 그 담대한 용기에 욕으로 맞대응하고 있었지만 너무도 황당함을 떠나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이라며 그 사건이 이후부터 난 사사건건 남편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남편이 무언갈 새롭게 하려고 하면 '하지마! 생각 좀 해! 그게 말이 되냐? 제발 내가 뒷수습하게 일좀 벌이지마! 당신이 뭐하자고 하고 사고 칠까봐 그게 더 겁나'라고 사사건건 남편의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냈고, 처음에는 자기도 '아차' 싶은 마음에 철없이 행동한 자기의 모습에 내 모든 욕을 들어주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맞대응으로 서로 무시하기에 이르면서 이제는 대화도 얼굴도 표정에도 서로 지겹다는 얼굴로 너는 내 인생을 망친 주 범인라는 탓으로 돌리기 바빴다.

참 지겹게도 싸웠다. 어찌 이렇게 싸우라고해도 쉽지 않을 정도로 정말 지긋지긋하게 싸웠는데...

7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할필요가 없었는데 뭘 그렇게 서로 싸우고 이길려고 자존심을 부렸는지 참 한심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했다.

둘이 싸워서 한명이 이긴다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며 나는 왜 밖에서는 혼자 똑똑한 척 다하고 다니면서 정작 내 사람에게는 그렇게 무식하게 감정적으로 대했는지 참 바보스럽기까지 했다.

지금도 주변에서는 동네(?) 언니들의 남편과의 자존심 싸움에! 더 이상은 나도 못참아 같이 죽어보자라고 며칠을 얘기도 안하고 남보다 더한 사이로 아이들에게 눈치만 보게 하면서 자기가 얼마나 참은줄 아냐고? 아주 이참에 버릇을 싹 고쳐버려서 살아야 한다는 언니들의 열정적인 눈빛을 보면서 나는 항상 얘기했다.

“언니 하지마! 언니가 그런다고 고쳐지는 줄 알아? 내가 다 해봤거든! 별짓 다해도 안 고쳐져. 나처럼 미련하게 하지 말고 이해해줘 형부! 그렇게 한다고 형부가 듣는줄 아니? 씨알도 안먹힌다! 언니 그렇게 좀더 하다가는 내꼴난다!! 난 다보인다!! 내꼴 날사람!! 여럿 보여!!“라고 하면 갑자기 언니들은 숙연해지는 분위기와 함께 잠시 주춤하며 욱 성격을 눌르면서 그럼 어찌해야하냐고 되레 나에게 다시 묻는 이 열정적인 언니들... 하...

이것이 나의 눈물 콧물 흘린 결과의 보상에 대한 통찰력이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이혼하기전에는 절대 보이지 않았던 지혜로운 싸움에 대한 비밀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쎈 척(?)하면서 싸워봤자 본적도 못찾았던 지난 날의 나의 모습이 떠올라서일까?

제발 지혜롭게 싸우라고!!!

건강하게 싸우는 법 건강하게 화내는 법!! 무식하게 화내는 법의 차이를 아주 적나라게 얘기해주면 어느순간 동네언니들의 눈은 경청의 눈으로 바뀌며 나의 의견에 자존심상 크게 긍정적인 액션을 취하진 않지만 그래도 너의 이혼 경력에 대한 통찰력을 믿는다는 눈빛으로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부부싸움의 코칭아닌 코칭 수업으로 마무리가 된다.

정말 나는 왜 그때 그러질 못했는지 땅을 치고 후회하지만 내 실패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비전이 되는 씁쓸하면서 아름다운 상황이 되는걸 보면서 그래도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제발! 남편 무시하지 마세요! 남자를 무시하는건 그 순간부터 점점 더 지옥의 길로 빨리 달려갑니다.

정말 지혜로운 여자라면서 무식하게 저처럼 남편 무시하지말고 살랑 살랑 비유 맞춰주면서 웃으면서 뒤에서 조종하라고!!라고 얘기하면 모든 언니들은 박장대소를 하면서 정말 유익한 이야기라며 또 얘기해달라고 한다. 속으로 '이런... 나의 실패가 그대들에게는 삶의 희망서군요! 아~~ 참 씁쓸하다'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그게 어디냐? 제발 나처럼 남편 무시하지말라'고 100번은 얘기해 줄 수 있다.

부부싸움을 하고 회사에 안간 남편에게 거하게 밥상을 차려주면서 그렇게 마음이 힘들어서 일도 못할정도록 힘들면 '오늘 하루는 푹 쉬어, 내가 사장님께 당신 아프다고 병가 낸다고 대신 전화해줄게'라고 했다면 그 순간 '앗싸! 마누라 바보!! 이참에 푹 쉬어야지'라고 남편은 생각했을까?

아니!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바보가 아닌이상 자기도 자기가 뭘 잘못했다는 정도는 아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정도는 알고 있을텐데 되레 마누라가 자기를 더 위해주는 걸 알고 마음에도 없던 힘이 불끈 생겨서 문을 박차고 회사에 가 더 열정적으로 일하는 단순한(?) DNA를 가진 남자란걸 나는 7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이것이 진정 헛똑똑이 내가 직접 겪은 실화이다.

남자에게 무시란 정말 절대 하면 안되는 독약 같은 거란걸!

그래서 나는 너무 잘 안다. 부부사이에 하면 안되는 너무도 많은 실수들을! 나는 너무도 자랑스럽게 많은 실패의 DNA를 가지있다는 걸. 자랑은 아니지만 그래도 주변분들이 참고는 된다고 하니 실패에서 얻는 값진 교훈이 얼마나 많은 가정을 살리는지 내심 혼자 뿌듯해 할 때도 있다. 그래서 나는 항상 얘기한다.

"조심해! 언니! 그러다 내꼴난다."

*칼럼니스트 차은아는 6년 째 혼자 당당하게 딸아이를 키우고 있다. 시골에서 태어났지만 어설픈 아메리카 마인드가 듬뿍 들어간 쿨내 진동하는 싱글엄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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