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인 날 위한 밥상을 차린 적 있나요?
엄마인 날 위한 밥상을 차린 적 있나요?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8.04.19 15: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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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영의 MOM대로 육아] 아이 챙기느라 해치웠던 끼니...오늘은 날 위한 점심을 먹자!

“점심 뭐 먹어?”

“오늘 점심은 월남쌈이야!”

친구 혜련이는 일이 없는 날이라 집에서 ‘혼밥’ 중이라고 했다. 

“효리 언니네 민박집에서 박보검이 월남쌈을 만들었는데, 얼마나 맛있어 보이던지. 다음날 마트에 월남쌈 소스가 다 동이 났대.”

배우 박보검 칭찬으로 시작해 월남쌈 예찬론을 펼치더니 먹고 있던 월남쌈 사진을 여러 장 보내왔다. 파인애플, 파프리카, 버섯, 치커리 등 각종 채소에 소스들까지. 고기도 먹음직스럽게 볶아 예쁜 접시에 가지런히 담아냈다.

“너 혼자 밥 먹는 거 아니야? 혼자서 이걸 먹어?”

6살 아들은 어린이집에 보냈고 남편도 회사에 출근했다고 했다. 분명 혼자 먹는다고 했는데  왜 이렇게 차려먹나 싶었다.

“혼자 있을 때 이렇게 차려먹지, 언제 차려먹어! 애 있으면 제대로 밥도 못 먹잖아. 예전엔 대충 먹었었는데 이젠 안 그래. 혼자 먹는 이 시간이 너무너무 소중해.”

친구 혜련이가 점심으로 월남쌈을 먹는다며 보내온 사진. 예쁜 접시 위 다양한 채소와 고기가 먹음직스럽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친구 혜련이가 점심으로 월남쌈을 먹는다며 보내온 사진. 예쁜 접시 위 다양한 채소와 고기가 먹음직스럽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그랬다. 우린 엄마가 되고 난 뒤 제대로 밥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출산 후 “산모가 밥을 잘 먹어야 돼~ 그래야 젖이 쭉쭉 나오지”란 말을 수도 없이 들었지만 잘 먹은 기억이 별로 없었다. 1~2시간마다 깨는 아기부터 달래고 먹이다 보면 엄마인 내가 먹을 시간은 돌아오지 않았다. 솔직히 먹는 것보다 자는 게 더 좋아 밥을 포기할 도 있었다. 밥을 먹더라도 먹는다는 표현보다는 해치운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아기를 안고 국에 밥 말아 먹던가 고추장에 비벼 먹던가, 5분이면 후다닥 거의 마시는 수준으로 먹었으니 말이다.

아이가 조금 커도 달라지지 않았다. 맛있는 음식들이 한상 가득 차려져 있어도 아이 음식 식혀주고 먹여주고 흘린 거 닦아주다 보면 엄마가 먹을 차례는 한참 뒤에나 돌아왔다. 가족모임 때문에 외식이라도 하면 아이는 꼭 엄마 무릎에만 앉아 밥을 먹는지 모르겠다. 아이 다 먹이고 이제 좀 먹을까 싶으면 진이 다 빠져서 입맛이 없거나 먹을 음식이 없었다. 아이가 학령기에 접어들기 전까지는 아마도 이런 생활이 반복될 것이다.

엄마가 되기 전의 나를 떠올려봤다. 맛있는 거 좋아하고 먹성 좋은 한 사람이었다. 맛집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고 정성스럽게 차려진 음식 사진을 찍어 SNS에 자랑삼아 올리기도 했다. 친구들과 수다 떨며 먹고 마셨다. 스트레스 받을 때는 새빨간 양념이 버무려진 닭발을 뜯거나 음식에 청양고추 팍팍 넣어 먹었다. 누가 “내일 죽는다면 오늘 뭘 할 것인가”라고 물으면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왕창 먹겠다”고 답해왔었다.

하지만 그 흔한 일상의 행복이 엄마에게는 자주 찾아오지 않는 특별한 일이다. 끼니 맞춰 먹기 어렵고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도 없다. 김치찌개 대신 된장찌개를 끓이고 매운 닭볶음탕 대신 간장 넣은 닭볶음탕 요리를 하게 되니 말이다. 커피 한 잔의 여유도 허락되지 않을 때가 많다. 커피 물을 끓였다가 기저귀를 갈고, 다시 물을 끓였다가 안아주러 뛰어간다. 겨우 커피에 물을 붓지만, 또 아이를 챙기다 보면 식은 커피를 물 마시 듯 먹게 된다. 어제도, 엊그제도 그랬다. 아이를 키우느라, 아이 위주의 생활을 하느라 자신을 위한 밥상, 자신을 위한 시간을 잊고 지내는 엄마들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해보면 우리 엄마들도 그랬을 것이다. 그렇게 우릴 키워 엄마로 만들어냈다. 

‘엄마’ 이름에서 벗어나 홀로 월남쌈 맛 탐험에 들어간 친구의 점심을 응원하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 난, 7개월 된 둘째 아이가 낮잠 자는 시간을 노려 나만을 위한 화려한 점심상을 차려보련다. 아이도, 남편도 아닌 오로지 내가 좋아하는, 나만을 위한 매콤한 음식으로 말이다.

*정가영은 베이비뉴스 기자로 아들, 딸 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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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frhkek**** 2018-04-20 14:24:12
혼자먹으면 더더욱이 못챙겨먹는데 나를위한 밥상이라니 ...항상 남편을위한밥상인데 ㅎㅎ 한번 차려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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