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갑자기 수은주가 떨어진 날씨와 세차게 광장을 훑는 바람이 미혼모에게 보내는 차가운 인식을 느끼게 해주는 듯 했다. 오전 11시부터 시작한 캠페인은 진행 도우미들에게 담요를 지급할만큼 날씨가 추웠지만 몰아치는 바람에도 담요를 어깨에 덮은 이들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사단법인 한국미혼모가족협회(대표 김도경)는 지난 7일 서울 중구 광화문 청계광장 소라탑 앞에서 미혼모 인식개선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미혼모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로’라는 주제로 일반인들의 미혼모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고 협회를 알리기 위해 마련했다. 이 자리에는 입양인 모임 325KAMRA, 대학생 자원봉사 단체가 함께했다.
이날 캠페인에는 양육비이행관리원도 참여를 도왔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최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히트 앤드 런 방지법(비양육부모에게 양육비를 부담하게 하는 법)’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기도 했다. 이선희 원장은 “사회에서 가장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며 “미혼모에게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Korean single moms are the bravest ones on earth!(한국의 미혼모는 세상에서 가장 용감하다!)”
행사장에는 시민 참여를 독려하고 미혼모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내가 생각하는 미혼모는?’ 인식 조사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을 했다면?’ 설문조사 ▲SNS 포토존 등이 마련됐다.
바람과 냉기를 뚫고서 캠페인에 참여한 시민들은 기꺼이 미혼모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캠페인에서 포스트잇에 미혼모를 ‘곤란함에 처한 사람’이라고 적은 시민 박성환(25, 경기 의정부) 씨는 ‘미혼모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양육비 지원책 등 보다 적극적인 제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미혼모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촬영 중인 스페인 에드로 프로덕션(Edro Producciones) 소속 알리샤 모랄레즈(Alicia Morales) 씨와 로라 로이(Laora Roie) 씨도 미혼모가족협회가 캠페인을 진행하는 자리에 함께 참석해 협회의 활동을 촬영했다.
SNS를 통해 협회에 연락해왔다는 이들은 7월 완성을 목표로 한국 미혼모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다. 로라 로이 씨는 “한국 미혼모는 특별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들을 돕고자 다큐멘터리를 찍게 됐다”고 제작의도를 설명했다.
명지대학교 자원봉사 동아리 ‘명지사랑’도 캠페인 진행을 도왔다. 신민철(디지털미디어학과 4년) 명지사랑 회장은 “평소 미혼모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관심을 갖게 됐고 꾸준히 지켜보겠다”며 소감을 전했다.
행사는 갑작스레 날씨와 집회로 인한 통제 때문에 예정보다 1시간 일찍 종료됐다. 김도경 대표는 “시민들에게 캠페인 참여를 요청하면 미혼모라는 단어에 부끄럽다는 인식이 있는지 다른 캠페인에 비해 꺼리는 비율이 높다”며 “미혼모는 타인에게 낙태나 입양 등의 강요를 받고도 아이를 책임지고 키우는 용기 있는 여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엄마’가 있는데, 그 자격을 결혼으로 나누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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