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이름인가?”라던 엄마들, 하브루타 선생님 되기까지
“음식점 이름인가?”라던 엄마들, 하브루타 선생님 되기까지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8.05.03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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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한민국 엄마표 하브루타’ 저자 남미숙·김수진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4월 20일 서울금북초등학교에서 ‘대한민국 엄마표 하브루타’ 공저자 남미숙 교장(왼쪽)과, ‘엄마 선생님’을 대표해 나온 김수진 씨를 인터뷰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4월 20일 서울금북초등학교에서 ‘대한민국 엄마표 하브루타’ 공저자 남미숙 교장(왼쪽)과, ‘엄마 선생님’을 대표해 나온 김수진 씨를 인터뷰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유대인 10명이 모이면 11개의 의견이 나온다.”

유대인의 공부 방법인 ‘하브루타’를 대표하는 말이다. 지난 3월 출간된 ‘대한민국 엄마표 하브루타’(공명)는 “질문을 통해 이러한 다양성을 자신만의 지혜로 만들어 가는 과정”(26쪽)이라고 하브루타를 정의했다.

처음에는 “하브루타가 뭐지? 음식점 이름인가?”(24쪽) 했던 “보통 엄마”들이 하브루타를 통해 소통과 ‘힐링’으로 나아가게 된 과정이 ‘대한민국 엄마표 하브루타’에 담겨 있다. 2015년 1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만 2년 동안 서울금북초등학교 독서하브루타 학부모 동아리 엄마들이 겪은 경험담이다.

남미숙 서울금북초 교장은 독서하브루타 동아리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이야기를 육아 때문에 고민하는 딸에게 들려주자’고 생각했고, 거기서 책은 출발했다. 남 교장의 딸 ‘사랑이 엄마’처럼 “공부가 가장 쉬워서 육아도 책으로 익히는 엄마, 책에 있는 대로 잘 되지 않아서 차츰 지쳐가는 엄마”들을 위해서 말이다. 남 교장과 일곱 명의 ‘엄마 선생님’들은 하브루타를 통해 자신이 겪은 작은 변화들을 정성껏 기록했다.

지난달 20일 서울 성동구 서울금북초등학교 교장실에서 남 교장과, 삼남매를 키우는 ‘엄마 저자’ 대표 김수진 씨를 만났다. 창밖으로 아이들이 노는 소리가 들려서 그런지 인터뷰 분위기는 처음부터 밝았다. 독서하브루타 동아리의 출발부터 질문교육의 의미에 대한 깊은 고민까지, 시종 웃음이 함께하는 즐거운 대화였다.

남미숙 교장은 “독서하브루타 학부모 동아리가 단순히 동아리로 그친 게 아니라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까지 됐다”며 뿌듯하게 생각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남미숙 교장은 “독서하브루타 학부모 동아리가 단순히 동아리로 그친 게 아니라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까지 됐다”며 뿌듯하게 생각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어색하던 학부모 동아리 모임이 ‘눈물바다’ 된 까닭

Q. 독서하브루타 학부모 동아리를 만들기로 결심하시게 된 것에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남미숙(아래 남) : “황순희 선생님이 쓴 ‘독서하브루타’라는 책을 읽고 황 선생님을 특강 강사로 모셨어요. 황 선생님 학교에 독서하브루타 학부모 동아리가 있다는 말씀을 듣고 학부모들에게 ‘우리도 만들어볼까요?’ 했더니 많이 참여해주셨죠. 그중에는 평생교육원 독서하브루타 지도사 과정을 듣고 지금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분도 많아요. 단순히 학부모 동아리로 그친 게 아니라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까지 된 거죠.(웃음)”

Q. 독서하브루타 학부모 동아리는 어떤 마음에서 함께하시게 됐나요?

김수진(아래 김) : “아이 키우면서 제일 힘든 게 소통이었어요. 아이를 바꿔야 한다고 자꾸 생각했어요. 좋은 엄마는 되고 싶고, 참고, 그러다 폭발하고, 아이는 점점 감정이 메말라지고, 악순환이 계속됐죠. 그때 마침 독서하브루타 강의가 있다고 하는 거예요. 하브루타가 뭔지 몰랐는데, 강의를 듣고 나서 아이하고 소통할 수 있는 확실한 도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시작했고 재밌게 하다보니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Q. 동아리 1기와 2기의 소감이 조금 달랐다고요? 특히 2기의 소감에서 ‘힐링’이 강조됐다고 하던데요.

남 : “1기 때는 황순희 선생님이 오셔서 5회기를 진행해주셨어요. 그때는 제가 ‘학부모들을 교육해서 우리 아이들 수업시간에 명예교사로 투입해야겠다’라는 욕심이 있었거든요.(웃음) 주로 아이들한테 어떻게 하브루타 교육을 할 건지에 초점을 맞췄죠. 2기 때는 그런 욕심이 없어서 그랬는지, 엄마들의 ‘힐링’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1기는 강사 양성에, 2기는 자신을 돌아보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 같아요.”

김 : “저는 2기 때 동아리를 시작했는데, 처음엔 엄마들 나이도 다르고 아이들 학년도 달라서 너무 어색한 거예요. 그런데 어느 날 모임에서 돌아가면서 자기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어요. 한두 명씩 울기 시작하면서 학교에 있는 휴지를 통째로 가져다 놓고 속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친밀감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질문을 자꾸 하다 보면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오거든요. 자신을 많이 돌아보는 시간이 됐어요.”

김수진 씨는 독서하브루타를 통해 “대화를 하고 아이들의 생각을 듣고 ‘아이들이 무시할 수 없는 생각을 하는구나’ 느끼면서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김수진 씨는 독서하브루타를 통해 “대화를 하고 아이들의 생각을 듣고 ‘아이들이 무시할 수 없는 생각을 하는구나’ 느끼면서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질문 만들고 생각 나누다 보면 결국 저 자신과 연결돼요”

Q. 매주 금요일 오전에는 학부모 동아리 모임을 하고, 저녁에는 또 아이들과 같이 독서하브루타 활동을 하신다고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그동안 시행착오는 겪지 않으셨나요?

김 : “처음에는 미리 정한 책을 읽고 오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웃음) 그런데 부담을 주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고 굉장히 자율적이었어요. 편한 마음으로 와서 하는데 힐링이 되고 재미있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된 거죠. 지금까지도 ‘하브루타=재미’라는 공식 때문에 금요일을 기다렸다가 오는 사람들이 많아요.”

남 : “정말 금요일마다 모이거든요. 저녁에는 애들하고 또 모이고. 어떻게 저렇게 끊임없이 모일 수 있을까 정말 저도 많이 궁금했어요. 학교에서는 자리만 마련해드렸을 뿐이에요. 학부모들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가 좋았어요. 마음 맞는 엄마들끼리 충분히 할 수 있는 거라서 참 좋은 것 같아요.”

Q. 독서하브루타의 여러 가지 효과 가운데 두 분은 어떤 것을 가장 강조하고 싶으신가요?

김 : “가장 큰 게 ‘저를 돌아보는 용기’ 같아요. 사실 저는 그전에 자존감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 없어요.  그런데 질문을 만들고 생각을 나누다 보면, 처음엔 책 내용에서 시작하지만 결국엔 저 자신과 연결이 돼요. 내 자존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아이들의 자존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질문을 만들고 생각을 나누면서 나를 제대로 알고 나의 색을 찾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 것 같아요.”

남 : “가족 간 소통의 단절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하브루타에 방법이 나와 있거든요. 요즘은 정말 너무 너무 바빠서 가족 간에 대화가 별로 없잖아요.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방법이 여기 있다는 게 제일 좋았어요.”

Q. 엄마의 변화만큼 중요한 것이 아이들의 변화입니다. 체감하시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김 : “엄마에 대한 사랑. 전에는 엄마에 대한 사랑이 확실하지 않아서 방황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많이 바뀐 게 아이에 대한 인정이거든요. 대화를 하고 아이들의 생각을 듣고 ‘아이들이 무시할 수 없는 생각을 하는구나’ 느끼면서 인정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더 안정감을 느끼고, 서로 신뢰가 생긴 것 같아요. 그렇다고 늘 하하호호 웃진 않지만, 중요한 건 부정적인 감정이 이어지지 않고 그때로 끝난다는 거죠.”

Q. 과거와 비교해 지금 아이들과 하고 있는 소통의 질은 몇 점 정도로 변화했다고 자평하시는지요?

김 : “저는 아이들 생각이 어떤지 정말 궁금해서 이 질문을 아이들한테 해본 적이 있어요. 큰아이는 전에는 10점 만점에 6점이었는데 지금은 8.5점이라고 했고요, 둘째는 전에는 100점 만점에 50점이었는데 지금은 99점이래요. ‘1점은 왜 뺐니?’ 물으니까 ‘그건 엄마가 무서울 때’ 그러더라고요.(웃음)”

‘대한민국 엄마표 하브루타’에는 “하브루타가 뭐지? 음식점 이름인가?” 했던 보통 엄마들이 소통과 ‘힐링’으로 나아가게 된 과정이 담겨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대한민국 엄마표 하브루타’에는 “하브루타가 뭐지? 음식점 이름인가?” 했던 보통 엄마들이 소통과 ‘힐링’으로 나아가게 된 과정이 담겨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자기 말만 하는 사회, ‘네 말 듣겠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게 질문”

Q. 아이들과 무슨 책을 어떻게 읽고 어떤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지 알고 싶은 부모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노하우 한 가지만 귀띔해주시죠.

남 : “독서하브루타는 대화와 질문의 수단으로 책을 활용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너무 무게 있는 책이라면 힘들 것 같아요. 우리 동아리 어머니들도 그림책으로 많이 접근했잖아요. 접근은 가볍게 해서 대화를 이어가는 게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어떤 책을 가지고 독서하브루타 활동을 하면 그날 학교 도서관에서 그 책은 다 대여가 돼요. 가볍게 대화를 나누고 나니까 그 책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는 거죠.”

Q. 하브루타의 핵심은 ‘질문’입니다. 질문을 통한 소통이 사회적으로는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보시는지요?

남 : “일단 질문은 ‘내가 너의 말을 듣겠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거잖아요. 지금처럼 자기의 말만 막 하는 사회에서 상대방의 말을 들을 준비가 돼 있다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해요.”

김 : “‘예전에 회사생활 했을 때 하브루타가 있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진짜 많이 해요. 회사는 상하 구조가 굉장히 확실하고 필요에 의해서 엮인 사람들이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삭막한 분위기인 회사가 많은데, 특히 큰 회사일수록 ‘사람이 부품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그럴 때 이런 하브루타 모임을 하면 서로 이해가 많이 생겨서 그나마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Q. 아직은 우리 교육이 질문을 잘 하는 아이보다는 답을 잘 찾는 아이를 키우는 쪽으로 무게가 실려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교육현실에 대한 제언이나 바람이 있다면 밝혀주시죠.

남 : “초등학교 교실에는 질문이 많이 살아 있어요. 고학년 올라가고 지식의 양이 많아지면서 질문을 점점 닫고 지식 쪽으로 다 가고 있는 것 같은데, 그래도 초등학교에서는 질문 중심의 대화 수업이 많이 이뤄지고 있어요. 이런 게 중고등학교에서도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죠.”

김 : “걱정이 많이 되죠. 4차산업혁명 시대도 오는데, 방식이 너무 잘못됐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잖아요. 스스로 찾고 스스로 재미를 느껴야 되는데 점점 질문은 닫히고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지식이 너무너무 많아요. 그것만 해도 너무 버겁고 생각할 시간은 너무 없어요. 아이들한테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하면 좋아요?’라고 대답하는 식으로 바뀌는 분위기가 너무 안타까워요.”

Q. 책의 출발에는 사랑이 엄마, “책에 있는 대로 잘 되지 않아서 차츰 지쳐가는 엄마”들에 대한 마음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런 엄마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남 : “‘나의 행복이 가정의 행복의 기초가 되니까 나의 행복부터 찾아라’ 그 말을 하고 싶어요.”

김 : “하브루타가 모두에게 건강한 소통을 할 수 있는 좋은 정보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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