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운영위원회, 들러리밖에 안 되는 게 사실”
“어린이집 운영위원회, 들러리밖에 안 되는 게 사실”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8.05.0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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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 더하기 인권 함께하기 주최 ‘유(幼∩you), 시민프로젝트’ 좌담회에서 오간 말들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아동인권을 보장하고 인권 존중 보육현장을 만들기 위해 24개 단체가 모여 만든 연대체 ‘보육 더하기 인권 함께하기’는 8일 오후 2시, 서울시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지하느티나무홀에서 ‘유(幼∩you), 시민프로젝트’ 첫 좌담회를 열었다. 최대성기자 ⓒ베이비뉴스
아동인권을 보장하고 인권 존중 보육현장을 만들기 위해 24개 단체가 모여 만든 연대체 ‘보육 더하기 인권 함께하기’는 지난 8일 오후 2시, 서울시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지하느티나무홀에서 ‘유(幼∩you), 시민프로젝트’ 첫 좌담회를 열었다. 최대성기자 ⓒ베이비뉴스

“어린이집 운영위원회를 주목한 이유는 우리 아이 첫 사회생활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그곳이 민주적이고 인권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선, 그 안에서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일련의 과정이 당연시 돼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부분에 대해 많은 분들이 관심이 없는 상황입니다.” (정병수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

“이번 ‘유(幼∩you), 시민프로젝트’를 통해 어린이집 운영위원회가 아이와 부모 당사자, 교사 등 세력화되지 않았던 집단의 목소리를 내는 창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조성실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보육 더하기 인권 함께하기’는 지난 8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유(幼∩you), 시민프로젝트’ 첫 좌담회를 열었다. 보육 더하기 인권 함께하기는 인권 존중 보육현장을 만들기 위해 24개 시민사회·노동단체가 모여 만든 연대체다.

‘어린이집 운영위원회 현재를 진단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좌담회. 정치하는엄마들, 참여연대, 국제아동인권센터,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와, 어린이집 운영위원이나 운영위원장 경험이 있는 엄마·아빠 등 1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부모로서, 교사로서 운영위원회 참여 경험을 나누고 어린이집 운영위원회의 현황과 고충,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유(幼∩you), 시민프로젝트’라는 명칭 중 ‘유’에는 어릴 유, 어른으로서 참여하는 당신(You), 두 가지 의미를 담았다. ‘시민으로서의 첫걸음을 응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 "국가가 할 일을 ‘너희들끼리 싸워봐’ 하고 떠맡겨 놓은 것"

현재 초등학교 1학년 된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 운영위원으로, 또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아빠, 연영석 씨는 어린이집 운영위원회 경험담을 공유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현재 초등학교 1학년 된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 운영위원으로, 또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아빠 연영석 씨는 어린이집 운영위원회 경험담을 공유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운영위원회는 원장을 중심으로 가까운 엄마들이 모여 무엇인가 하는 모습이었고, 남성은 저 하나였습니다. 운영위원회라는 것이 공식기구인지 처음 알았습니다. 40가구 정도 되면 10명 내외의 사람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형태라 공식화돼 있다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원장이 설명하면 운영위에 속한 부모는 진행하는 정도였어요.”

현재 초등학교 1학년 된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 운영위원으로, 또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해본 아빠, 연영석 씨의 말이다. 연 씨는 “어린이집의 내부 사정으로 인해 부모총회를 제안했고, 당시 중요한 사안이라 많은 분들이 참석해 민주적 동의를 얻어 운영위원장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면서 “운영위가 실질적으로 운영되려면 부모회가 원장을 막연히 견제해야 할 것이 아니라 운영 주체로 들어가 바로 서야 한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운영위원회 관련 규정은 2004년 영유아보육법 제25조에 신설됐다. 여러 차례 개정을 통해 현재 1년에 네 차례 의무적으로 여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김신애 씨는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낮잠 자는 시간을 쪼개 특별활동을 하자’는 데 대해 민원을 제기했고 운영위원회를 소집하게 된 경험을 털어놨다. 당시 원장은 찬성하는 엄마들을 섭외해 운영위 자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김신애 씨는 “(운영위원회가) 의결기구인지, 통보하는 곳인지 분명히 했으면 좋겠다. 의결기구라고 하면 과반수 이상으로 의결해야 하는지, 전체 동의가 있어야 하는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며 “부모가 의견을 냈을 때 원장 기준에 적합하지 않으면 이유를 대고 ‘노(no)’ 하니까 입을 닫게 된다”고 말했다.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이한나 씨는 어린이집의 ‘가정보육기간’(일명 방학) 통보에 대해 “60명의 아이 중에 (그 기간 어린이집에) 오는 아이가 3명이라고 하면 (우리 아이도) 못 보내지 않나, 원에 가정보육기간 결정에 대해 물으면 ‘운영위원회에서 정했다’라고 답했다. ‘형식적 방어막’이란 생각을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내 아이를 하루 중에 12시간을 맡겨 놓는 입장에서 (어린이집에)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부모들의 운영위 경험을 듣고, 교사로서 운영위원으로 활동해온 김호연 보육시설 비리고발 및 고충상담센터장은 어린이집 운영위원회 제도가 도입되게 된 계기부터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정부 지원을 늘리면서 보육을 고민하던 단체에서 '어린이집의 민주적인 구조를 위해 운영기구가 만들어지면 권리행사를 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서 진행된 것”이라면서 “운영주체로서 참여할 바람직한 상은 있으나 거수기 내지는 들러리 역할밖에 안 되는 것이 사실이다. 부모 반수 이상이 맞벌이고, 시설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은 상황에 참여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이면서 민간어린이집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윤일순 씨는 “운영위원회를 실제 열지도 않고 부모들 출석 도장만 찍는 경우도 있다. 만들 때는 운영위원회가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 취지와 달리 예산·결산 등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모는 당연히 거수기밖에 안 된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너희들끼리 알아서 싸워봐’ 하고 떠맡겨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 “운영위원회 열지도 않고 부모들 출석 도장만 찍는 경우도”

‘어린이집 운영위원회 현재를 진단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좌담회는 정치하는엄마들, 참여연대, 국제아동인권센터,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운영위원이나 운영위원장 경험이 있는 엄마·아빠 등 10여 명이 참석해 부모로서, 교사로서 운영위원회 참여 경험을 나누고 현재 운영위원회 현황과 고충,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어린이집 운영위원회 현재를 진단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좌담회는 정치하는엄마들, 참여연대, 국제아동인권센터,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운영위원이나 운영위원장 경험이 있는 엄마·아빠 등 10여 명이 참석해 부모로서, 교사로서 운영위원회 참여 경험을 나누고 현재 운영위원회 현황과 고충,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를 맡겨 놓은 부모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상대로 불만을 제기하는 것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하면 운영위원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을까.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은 “학부모 대표를 총회에서 선출하는 게 이상적인데 우리 아이들이 다닌 곳은 운영위원회가 제대로 구성이 안 된 곳도 있었고, 누가 왜 위원이 됐는지도 알 수도 없었다”며 “반면, 유치원은 나름 운영위가 형식을 갖춰 잘 진행됐고 회의록을 공유하고 결정 내용도 공유했다”고 세 아이를 키운 경험담을 털어놨다.

정병수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은 "250개 어린이집 운영위원회를 조사해보니 65.5%가 지명에 의해서, 34%가 찬반 거수로 운영위원이 된 것으로 조사됐다“며 "운영위원회의 대표성을 어떻게 가질 것이냐, 어떻게 투명하게 만들 것이냐, 하는 것과 회의록을 공유하는 플랫폼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운영위원회에 참여하는 교사의 입장은 어떨까.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경기지역 분회장을 맡고 이현림 교사는 “교사는 교사들끼리 뽑으니까 대표성이 있지 않느냐고 말씀하시는데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교사들의 경우, 교사의 인사권을 원장이 가지고 있는데다 운영위 구성 또한 원장의 재량이다. 이러한 원장 재량권이 너무 넓어 막을 방법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 “결국, 교육과 노동의 조건이 바뀌어야”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이면서 민간어린이집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윤일순 씨는 '운영위원회의 취지와 달리 예산·결산 등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모는 당연히 거수기 밖에 안 된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너희들끼리 알아서 싸워봐’ 하고 떠맡겨 놓은 것' 이라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이면서 민간어린이집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윤일순 씨는 '운영위원회의 취지와 달리 예산·결산 등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모는 당연히 거수기 밖에 안 된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너희들끼리 알아서 싸워봐’ 하고 떠맡겨 놓은 것' 이라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올해 처음 사립유치원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게 된 이고은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부모들이 모이는 자리에서는 시설, 예산 등 원 운영에 대한 핵심 사안을 다루는 일보다는 소풍을 앞두고 도시락 문제를 논의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라며 "사전에 회의 주제를 공지하고 사안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공유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무엇보다 운영위 시스템 안에서 부모들이 자기 역할을 인지하고 제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기 초 오리엔테이션과 같은 부모 전체가 다 모이는 자리에서 이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공동대표는 “자신의 역할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해야 하지 않을까. 운영위가 왜 있어야 하는지 이유를 분명히 알지 못한 데 대한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일순 씨는 운영위 매뉴얼과 관련 내용 교육 일정을 아이사랑 사이트에 올리는 방안을 제안했다. 특히 윤 씨는 “아빠들 참여를 높이기 위해 직장 내에서 운영위 참석에 대해 가산점 부여나 공가 처리 등이 가능하다면 보다 많은 아빠들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지 않겠느냐. 엄마·아빠의 참여가 반반 정도 이뤄지면 가치지향적으로 운영위가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어린이집 운영위원회는 유치원 운영위원회를, 유치원 운영위원회는 초등학교 운영위원회를 모태로 조직됐다. 민주적인 대표성을 갖춘 운영위원회의 조직의 구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긴 노동시간 안에서는 참여 자체가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호연 센터장은 "대한민국 노동자의 노동시간이 짧아지지 않으면 학부모 운영위원회를 할 수가 없다"며 노동시간의 변화가 선행돼야 함을 강조했다.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진유경 씨 역시 “실질적인 변화를 꾀하려면 노동조건이 바뀌어야 한다. 육아는 시간이 필요한 시간집약적인 일이다. 교사 대 아동 수를 줄이는 게 제일 중요한 이슈”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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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ka**** 2018-05-09 18:49:19
협동조합, 공동육아 형태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학부모들이 있다던데 그분들도 나중에 소개해주세요. 부모들이 교사와 함께 결정할 수 있을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