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한국 퓨전!' 엄마표 혼합 이유식
'미국-한국 퓨전!' 엄마표 혼합 이유식
  • 칼럼니스트 이은
  • 승인 2018.05.1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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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육아인류학] 미국 유학생 엄마의 육아이야기

오늘은 콜리플라워미음. 어제 바나나퓨레와 오트밀 씨리얼 섞어서 먹을 때는 참 편했는데 더워진 날씨에 냄비 앞에 서 있자니 노곤하구만. 비몽사몽하던 나는 혼자 중얼중얼거린다.

두 아이의 터울이 큰 탓에 큰아이가 이유식을 끝낸 지 한참이 지나고서야 둘째의 이유식을 시작하게 되었다. 큰아이 때는 상당기간 한국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손주에게 늘 지극정성이신 친정어머니 찬스를 원없이 쓸 수 있었지만 둘째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물론 친정어머니는 여전히 둘째 손주에게 먹일 유기농 쌀가루, 친환경 이유식 식기 제품 등을 한국에서 공수해서 보내주고 계신다. 늘 감사하고 죄송한 딸이라는 죄인…). 게다가 설상가상 세월 탓인지 첫째 때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

둘째의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점은 한국식 이유식을 해줘야 할까 미국식 이유식을 해줘야 할까 하는 부분이었다. 미국에서 자랄 것을 생각하면 미국식에 익숙해지는 것이 맞을 것 같다가도, 아무래도 부모의 식성대로 집에서는 한식을 주로 먹게 될 가능성이 큰데다가 한국인 체질을 가진 아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한국식 이유식이 더 적합할 것 같기도 했다. 이유식 시작 전 며칠간 고민하던 나는 결국에는 혼합식(?) 이유식 메뉴를 만들었다. 상대적으로 손이 덜 가는 미국식에 마음이 끌리기는 했지만, 집에서는 한식 위주의 식사를 하게 하는 것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나만의 혼합식 메뉴에 대한 불안감은 잔존했지만 그래도 내 식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아이가 잘만 먹어준다면야.

쌀미음을 사흘 먹이고 나서는 철분이 강화된 씨리얼 가루에 분유나 모유를 타서 먹이는 미국식 오트밀 씨리얼을 사흘 먹이는 식으로 초기 이유식을 진행했다. 다행히 아이는 두 종류 다 잘 먹어줬다. 다음으로는 채소 퓨레와 채소를 넣은 쌀미음을 병행했는데 한국과 미국에서 초기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명시된 채소 종류는 모두 배제시켰다. 예컨대 당근은 미국의 초기 이유식 메뉴에는 포함된 재료였지만 반대로 한국에서는 아주 초기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소개돼 있어서 제외시켰다. 또한 감자와 양배추의 경우 한국 초기 이유식에서는 사용하지만 미국의 초기 이유식 재료에는 제외돼 있어서 빼도록 했다. 재료 종류는 단순해졌지만 양국의 교집합을 따르니 왠지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미국의 이유식은 채소나 과일을 잔 알갱이가 들어 있는 즙인 퓨레(puree)로 만들어 먹이는 것이 보통인데 한국에서는 단맛에 길들어버릴 수 있다고 터부시하는 과일 종류를 초창기부터 많이 먹인다. 개인적으로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점은 망고나 패션푸르트 같은 열대과일들도 초기부터 자주 사용한다는 점이다. 나 역시 많은 한국 엄마들처럼 상대적으로 자극적인 맛이 나는 재료들은 조금 미뤘다 먹이고 싶은 생각에 초기에는 과일퓨레를 먹이지 않았다. 다만 바나나와 아보카도는 상대적으로 자극적인 맛이 덜하고 다른 곡물 재료들과 혼합해서 먹이기에도 어울린다는 생각에 미국인들처럼 초창기부터 먹이기로 결정했다.

요즘 한국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는 아이주도 이유식(일명 BLW: baby-led Weaning)은 미국에서는 더 오래전부터 각광받았는데 늘 독립심을 강조하는 미국의 교육방식과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 스스로 음식을 집적 만지고 고르고 집고 씹는 활동이 저작활동과 협응능력 발전에도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주로 간단히 집어 먹을 수 있는 핑거푸드 형태의 음식을 자주 먹는 미국식 이유식이나 유아식에 훨씬 더 적합한 방식이다. 초기 이후에도 죽 형태의 이유식을 주로 먹는 한국식 식단에서는 아기 주도의 이유식을 진행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때문에 나는 주메뉴에서는 아이 주도 이유식을 진행할 생각이 없다. 대신에 둘째가 핑거푸드를 먹을 수 있는 개월 수가 되면 간식이나 아침 식사 메뉴로 치즈 큐브나 과일 조각, 또는 삶은 채소 조각 등을 제공해서 아이주도 이유식을 병행해 볼까 한다. 그 전 단계에서는 미국 아기들이 흔히 하듯이 파우치에 담긴 시판이유식을 뚜껑만 열어주고 스스로 쭉쭉 빨아먹게 건네주기도 해볼 것이다. 미음이나 죽, 씨리얼 같은 본메뉴는 충분히 배부르게 먹을 수 있게 떠먹여주고 간식 시간을 이용해서 스스로 식사하는 즐거움을 느껴보게 하는 것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큰아이와 둘째 아이의 이유식 과정을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하지만 자주 잊게 되는 사실이 다시금 각인된다. 육아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 아이마다 각자에 맞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둘 다 내 속에서 나온 아이들이건만 큰아이와 둘째 아이는 벌써 좋아하는 재료도, 먹는 이유식 양도, 심지어 좋아하는 이유식의 온도 정도도 모두 다르다. 지나치게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내 나름의 방향성을 정해놓고 아이가 원하는 템포와 취향을 따라 가주는 것이 제일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첫 이유식은 한국식으로 쌀 미음. ⓒ이은
첫 이유식은 한국식으로 쌀 미음. ⓒ이은

지금은 혼합식 이유식을 하고 있지만 후에 아이의 기호에 따라 아예 한국식이나 아예 미국식 이유식을 진행할 수도 있다. 지금은 직접 만들어 먹이고 있지만 나중에 아이가 원하거나 내가 더 바빠진 상황에서 아이가 큰 거부반응이 없다면 대다수 미국 엄마들처럼 마트에서 시판 이유식을 사서 먹일 수도 있다. 아이가 음식을 씹고 삼키는 연습과 훈련을 꾸준히, 큰 거부감 없이 해내면 되는 것이다. 

비단 이유식 문제에 있어서만 그럴까. 내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엄마를 키우고 또 이끌어준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 점점 더 많이 든다. 아기새마냥 이유식 그릇 앞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둘째를 보면서 아침잠이 부족해 머리에 또 하나 새둥지를 튼 것 같은 엄마새는 이유식 먹이는 재미에 날갯짓한다.

*칼럼니스트 이은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미국과 한국에서 큰 아이를 키웠고 현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가 좋은 엄마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순간순간으로 이미 성장해 가는 중이라고 믿는 낙천적인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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