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유감... 보육교사가 잠재적 범죄자인가요?
스승의 날 유감... 보육교사가 잠재적 범죄자인가요?
  • 기고 = 보육교사
  • 승인 2018.05.15 13:56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베이비뉴스 맘스클래스
    - No.1 육아교실, 전국주요도시 알찬강의 푸짐한 경품과 전원증정 사은품
  • http://class.ibabynews.com
AD
[기고] 스승의 날을 맞은 한 보육교사의 편지

오늘은 스승의 날입니다. 학교에서 일하는 선생님만 스승이 아닙니다. 어린이집에서 우리 아이들의 행복과 건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보육교사들도 있습니다. 전국 4만 여개의 어린이집에서 현재 약 20만 명에 육박하는 보육교사들이 145만 명의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보육교사의 노동 환경은 익히 알려진대로 매우 열악한 실정입니다. 근로시간 중 휴게시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특히 어린이집에 설치돼 있는 CCTV 열람 등을 둘러싸고 보육교사와 학부모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보육교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입니다.

스승의 날을 맞아 서울민간어린이집연합회 측에서 보내온 한 보육교사의 편지를 싣습니다. - 편집자 주

우리 아이들의 첫 번째 선생님인 보육교사들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베이비뉴스
우리 아이들의 첫 번째 선생님인 보육교사들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베이비뉴스

[기고] 스승의 날을 맞은 한 보육교사의 편지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한 어린이집에서 근무하고 있는 보육교사입니다. 제가 이렇게 적는 - 길면 길다할 수 있고, 짧으면 짧다 할 수 있는 - 글로 제 마음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하고 싶어 펜을 들게 됐습니다.

이 일을 한 햇수가 열손가락을 거의 채워갑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저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아무리 몸이 힘들고 지쳐도 꽃보다 밝은 미소를 보이며 힘내라고 이야기 해주는 아이, 어깨를 두드려 주는 아이, 뽀뽀를 해주는 아이... 모든 아이들이 저에게는 그 어떤 비타민보다 효과가 강했습니다. 어머님들과 최대한 많이 소통해 아이에게 사랑을 주려 노력했고, 아이들의 작은 몸짓에도 크게 반응해주려 늘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봤습니다. 그 결과 대부분의 학부모님께서 저에게 많은 응원과 지지를 해주셨고 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보람과 뿌듯함을 느끼며 제 직업에 자부심을 갖게 됐습니다.

여러 좋지 않은 사건으로 인하여 몇 해 전,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모든 보육시설에 CCTV 설치 의무화가 됐습니다. 사실 처음 CCTV를 의무로 설치를 한다는 것에 반감이 들었습니다. 여기는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저의 사적인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밥을 먹는 모습, 제가 화장실 가는 모습, 물을 마시는 모습 등등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는 생각만으로도 더 이상 즐겁게 지낼 수 있는 공간으로 느껴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저의 우려를 한발 뒤로 양보하고 생각해 보니 아이들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을 했고 우리들이 느낄 부담감을 감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저와 함께 일했던 선생님 한분이 갑자기 이 일을 그만 둬야겠다고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 누구보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훌륭하게 소통을 하던 선생님이었던지라 정말 크게 놀랐습니다. 이유는 바로 '학부모님'이었습니다. 늘 응원을 해주시던 대부분의 어머니와 다르게 교사에게 부담을 주시는 어머님들이 그 선생님과 제가 함께 일을 하지 못하게 하신 겁니다. 

그 어머니께서는 매일 아침 장문의 문자로 오늘 아이가 아침에 밥을 잘 먹었으니 칭찬을 해 달라. ○○ 친구랑 놀이하는걸 힘들어 하니 떨어뜨려 놔 달라, 우리 아이는 머리를 묶어줄 때 모양을 어떻게 해 달라 등의 요구사항을 보내십니다. 어떤 날에는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이야기를 한다며 밤 10시 가까이에 전화를 하셨습니다. 내용은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선생님이 자기만 안아주지 않고 밉다고 이야기를 하며 때렸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저희는 너무나도 황당했습니다. 그 어머니의 아이는 누구보다도 어린이집에서 활발하게 모든 활동에 참여하며 바른 모습으로 일관해 늘 칭찬을 받는 어린이였습니다.

다만 가끔 아직 어린아이인지라 집에 새로운 장난감이 있거나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으면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어린이집에 가지 않고 집에 있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 말을 크게 신경을 쓰여하셨던 모양입니다. 물론 아이를 보내는 입장에서 십분 이해가 됩니다. 그래서 그 선생님은 더욱 살뜰히 아이와 지내겠다 다짐 문자를 보내고 그 이후로 일단락되는 듯하였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갑자기 경찰을 대동해 학부모님이 어린이집을 방문하셨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가 거짓말을 했을 리가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경찰과 관련 기관 직원 및 원장님과 선생님이 같이 CCTV를 돌려 봤습니다. CCTV를 돌려 본다는 것만으로도 속이 상하고 자존심이 상한 마음이었습니다. 늘 그렇게 믿고 응원한다던 학부모님께서 갑자기 얼굴을 바꿔 우리 모두를 세상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놨으니까요. 여러 과정 끝에 그 선생님은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는 것으로 판명이 됐고, 이 일로 그렇게 자부심가득했던 보육교사를 그만두겠다고 했습니다. 사실 이런 일들은 비단 제 주변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CCTV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 아닌 우리를 감시하는 도구가 됐습니다.

어린이집 내에 의무적으로 설치돼 있는 CCTV가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는 기능 이외에 보육교사들을 감시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베이비뉴스
어린이집 내에 의무적으로 설치돼 있는 CCTV가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는 기능 이외에 보육교사들을 감시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베이비뉴스

저희들은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이 직업이 더 이상 힘들기만한 직업이 아닌 우리가 더 즐기며 일 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길 바란다는 목소리였습니다. 아이들을 돌보는 것 이외에도 수많은 서류 작업과 크고 작은 여러 행사들로 심신이 지쳐, 행여 아이들을 한번 더 안아주지 못하고, 한번 더 눈을 마주치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해 하지 않는 환경이 되어지길 바랐습니다. 

최근에 원장님께 저희 보육교사들의 휴게시간을 보장해 주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은행업무를 못봐서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아프면 병원에 갈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것이니까요. 하지만 제가 없는 시간에 아이들을 지켜줄 수 있는 인력은 없었습니다. 아이들만 두고 제가 밖에서 쉬는 것이 저에게 정말 휴게시간일까요? 비담임교사가 저희반 아이들을 저 대신 돌봐주는 동안 제 마음을 정말 편할까요? 그러면 안 되지만 제가 없는 시간에 아이가 다치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어머님들은 저를 이해해 줄까요? 감히 예상컨대 아닐 것 같습니다. 

저희를 위한 휴게시간을 제공해 주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대책없는 휴게시간은 저희를 더욱 힘들게 합니다. 더 나은 대책을 마련한 후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 주세요. 편안하게 쉬라는 휴게시간이 저희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은 정말 원치 않습니다. 아이들을 보며 힐링되는 시간들도 많지만 거의 매일 퇴근을 하면 녹초가 되어 있는 저희입니다. 한두 명의 자녀들을 보시면서도 힘들다는 말을 늘 하시는 부모님들이시니까 저희들의 마음을 더 잘 아실꺼라 믿습니다.

저는 제가 이 일을 선택한 만큼 후회 없이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저의 선택에, 아이들과 하는 매일매일에 어머님들과 아버님들의 응원과 격려가 필요합니다. 

직접 배아파 낳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끼는 저희는 보육교사입니다. 저희가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어 더 큰 사랑과 세상을 이야기 해줄 수 있게 응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베이비뉴스는 보육교사 여러분들의 목소리를 알리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베이비뉴스를 통해서 정부와 사회에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 보육교사들의 기고문을 기다립니다. 마찬가지로, 베이비뉴스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기고를 원하시는 분들은 pr@ibabynews.com으로 메일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db**** 2018-05-28 15:18:27
아이들이나 선생님에게 행복한 시간들이 되어야 하는데 서로 인권 존중하며 잘 지낼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바라네요

lejp**** 2018-05-21 13:21:42
씁슬한 현실이네요~ 선생님 인권도 있어야겠지요... 아이들인권도 보장되듯이...
서로믿고사는사회 행복한 사회가 왔음좋겠어요~

jirod**** 2018-05-19 23:38:41
극히 일부의  자격없는 교사들 때문에 어린이집 교사들 전체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고,
부모들의 우려의 목소리들이 커진게 사실입니다.
cctv 설치 범위를 어린이집 전체가 아닌
선생님 개인의 사생활보호 차원의 최소한의 공간정도는 사각지대로 남겨두는것이 맞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