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먹지 않는 아이
약을 먹지 않는 아이
  • 칼럼니스트 홍양표
  • 승인 2018.05.16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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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두뇌 만들기] 체질도 교육으로 바뀌나요?

Q. 적합한 질문이 아닐 것 같아서 망설이다가 문의를 드려요. 초등학교 1학년, 세 살 형제입니다. 큰아이의 체질이 열이 많고 비위가 약합니다. 아기 때부터 젖을 먹고도 자주 토하고 이유식을 시작할 때도 처음 맛보는 음식들은 거부하고 억지로 먹이면 토했습니다.

병원에서 검사를 해도 특별하게 문제는 없다고 하셔서 아이가 비위가 약하구나, 그렇게만 알고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어른들께서도 체질이라 어쩔 수 없다며 한약을 지어주셨지만 한의원에 가서 약을 받아와도 먹지를 못하니 소용이 없습니다. 가장 문제는 아프거나 열이 나면 해열제라도 먹여야 하는데 약은 무조건 토합니다. 억지로 토하는 게 아니고 진짜 비위가 상하듯 먹었던 밥까지 다 토해서 어쩔 수 없이 좌약이나 민간요법으로 열을 내립니다.

집에서 먹는 물이 조금 바뀌기만 해도 못 먹습니다. 이제는 킁킁 냄새를 맡습니다. 평소 잘 먹던 반찬도 "오늘은 냄새가 이상해" 하며 안 먹습니다. 아이는 또래보다 많이 마르고 약한 편입니다.

그래도 큰아이만 키울 때는 크게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다섯 살 터울의 둘째가 태어나고 아무거나 잘 먹고 약도 맛있다고 더 달라고 하니 자꾸 비교가 되고 큰아이가 더욱 걱정이 됩니다. 둘째는 포동포동 예쁘게 살이 올라 잘 먹고, 잘 자고, 성격도 순해, 주위에서도 예쁨을 받습니다. 그럴수록 저는 큰아이가 안쓰럽고 혹시 제가 바로잡아주지 못해 그런 것은 아닌지 속이 상합니다.

다행인 건 편식이 아주 심하지 않습니다. 커가면서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밥을 먹다 보니 점점 나아지고 있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약입니다. 절대 안 먹습니다. 아이가 아주 어릴 때는 억지로 입을 벌려서 먹이기도 했는데 지금은 억지로 먹이지도 못합니다. 아픈 애가 약 먹기 싫다고 너무 울어서 더 아플까 그냥 포기합니다.

또 다른 문제는 열이 많습니다. 아이가 더운 것 답답한 것을 너무 싫어합니다. 몸에 걸치는 것도 싫어해서 모자나 손수건, 목도리는 무조건 뺍니다. 양말도 잡아 뺍니다. 어른들은 아이가 열이 많아서 그런다고 합니다. 한겨울에도 무조건 양말을 벗으니 답답합니다.

아이의 체질적으로 비위가 약하고 열이 많아 몸에 옷을 걸치는 것들을 싫어하는데,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데 아직도 약은 못 먹고, 양말이나 목도리 모자는 절대 하지 않습니다. 둘째는 세 살인데 토하지도 않고 모자를 씌워도 가만히 있습니다. 이런 것도 교육으로 나아질 수 있을까요?

약을 극도로 거부하는 아이는 보통 아이들과 달리 유난히 비위가 약한 아이라서 억지로 약을 먹이게 되면 다른 아이에 비해 더 약에 대한 트라우마가 심하게 만들어집니다. ⓒ베이비뉴스
약을 극도로 거부하는 아이는 보통 아이들과 달리 유난히 비위가 약한 아이라서 억지로 약을 먹이게 되면 다른 아이에 비해 더 약에 대한 트라우마가 심하게 만들어집니다. ⓒ베이비뉴스

A. 글을 읽으면서 어머님께서 힘들어하시는 모습이 상상이 됩니다.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아이의 토사물의 치우고 또 열이 내리지 않는 아이를 걱정하고 주변의 말들로 상처받고….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얼마나 힘이 들고 책임감을 느끼게 되는 일인지, 내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부족하거나 다르다고 느끼면 혹시 내가 잘못된 방법으로 육아를 하는 것은 아닌지, 아마 모든 부모님들께서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교육 상담을 하면서도 아토피나 비염, 음식의 알레르기 등으로 육아의 어려움을 겪는 부모님을 많이 보았습니다. 또 겁이 많아 지나가는 강아지만 봐도 많이 우는 아이, 상처가 잘 아물지 않아 흉이 오래가는 아이 등 우리의 자녀들은 한 명, 한 명 다른 성격과 체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이런 아이들도 성인이 되면 스스로 자신을 조절하며 때로는 자신을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어머님의 큰아이처럼 더위를 유난히 타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혹시 중고등학교 하교 시간을 본적 있으시나요? 한겨울에도 몇몇 남학생들이 겉옷을 입지 않고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아이들의 부모님께서 교육을 잘못해서 아이들이 옷을 잘 안 입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저도 체질과 관련하여 의학적으로 전문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여름에도 뜨거운 차를 즐기고 유난히 추위는 싫어합니다. 비위가 약한 아이에게 혹은 열이 많은 아이에게 어떤 교육을 해야 할까요? 죄송하지만 그것과 관련하여서는 저도 큰 해결책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약을 먹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꼭 체질적인 영향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려서 억지로 약을 먹였던 기억 때문입니다. 이런 기억들이 편도체에 저장돼 약만 생각해도 뇌에서 부정적 반응을 하게 됩니다. 이것을 흔히 ‘트라우마’라고 합니다. 이 아이는 보통 아이들과 달리 유난히 비위가 약한 아이라서 억지로 약을 먹이게 되면 다른 아이에 비해 더 약에 대한 트라우마가 심하게 만들어집니다. 일단 본인 스스로 약에 대한 트라우마가 없어질 때가지 기다려 줘야 하며 약에 대한 스트레스를 주지 말아야 개선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약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에 관해 자주 보여주고 설명해주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어릴 적 아이들에게 코를 막고 약을 먹이던 생각이 납니다. 보통의 아이들은 서서히 자라면서 약에 대한 트라우마는 없어지게 됩니다. 아이가 조금 늦더라도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물에 대한 두려움도, 어둠에 대한 무서움도, 점차 나아집니다. 몸에 열도 많은 것을 보아서는 아이가 자극에 예민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상생활에서 대범하게 그리고 너무 깔끔하거나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마세요. 너무 질서나 규칙에 매이지 마시고 아이의 의견을 먼저 물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금은 아이가 초등학생이지만 점점 자라서 '언제 그랬을까?' 할 정도로 아이들은 스스로 잘 극복하고 성장합니다. 아이와 어머님 모두 응원하겠습니다.

*칼럼니스트 홍양표는 25년째 유아 및 초중등 두뇌 교육을 연구하고 있으며 「엄마가 1% 바뀌면 아이는 100% 바뀐다」, 「우리 아이 천재로 키우는 법」, 「부모가 바뀌어야 자녀가 바뀐다」 외 다수의 책을 집필했고 여러 방송에서 두뇌학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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