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은 성난 엄마와 같아요"
"태풍은 성난 엄마와 같아요"
  • 칼럼니스트 장성애
  • 승인 2018.05.16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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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질문공부] 자연에서 배우는 경이로움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려면 아빠는 이야기꾼이 돼야 합니다. 아이가 어리니까 막연히 무엇인가 가르쳐줘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단어들과 문장들은 하나씩 가르쳐줄 수 있지만 배운 단어들과 문장으로 아이들의 생각을 끄집어내는 것이 우리가 하는 교육입니다. 동양의 유학적 사고에도 천성(天性)이라고 해서 이미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독특하고 고유한 본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전통적인 교육적 사고관임에도 우리는 잘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본성이므로 유아기 때 자연과 가장 가깝다는 말이 됩니다.

아이들이 말을 잘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아이의 말을 잘 들어주어야 합니다. ⓒ베이비뉴스
아이들이 말을 잘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아이의 말을 잘 들어주어야 합니다. ⓒ베이비뉴스

어른인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아이들은 눈과 마음을 통해서 관찰합니다. 아이들이 관찰한 것을 끄집어내려면 엄마, 아빠의 도움이 많이 필요합니다.

첫째 잘 들어줘야 합니다.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 아이들은 잘 말할 수 있습니다.

둘째, 아이들이 말을 잘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또렷하고 분명하게 말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입니다.

한 어린이집에서 질문하는 수업을 진행한 내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태풍이 몹시 심하던 날, 4세반 아이들이 태풍 이야기를 합니다. 엄마, 아빠가 걱정하는 소리를 들었겠지요. 태풍이 심한 날은 원에 보내는 것조차 걱정이 되거든요.

아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은 선생님이 질문을 시작합니다.

교사 : "태풍이 뭘까요?"

아이들 : "바람이 많이 부는 거요. 바람이 이렇게 세게 부는 거요. 바람도 불고 비가 많이 오는 거예요."

아이들의 이야기가 많습니다. 교사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이어갑니다. "바람이 이렇게 많이 불고 세게 불고 비가 많이 오면 어떻게 될까요?" 아이들은 잠시 대답이 없습니다. 교사는 창문 밖으로 아이들이 바람이 부는 광경을 보게 했습니다.

아이들 : "우와!"

집에서는 이런 관찰을 잘 하지 않지요. 이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하브루타수업을 저에게 배운 분들이십니다. 같은 또래들이 쪼르르 창문에 서서 밖을 바라보는 광경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셨는데 아이들이 얼마나 진지했는지 모릅니다. 바깥 풍경을 한참이나 바라보는 아이들은 저마다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중 한 아이가 말합니다.

“선생님 위험하니까 밖에 가지 마세요”

선생님이 무척 보호받은 느낌이었을 겁니다. 네 살 아이들의 생각이 이렇습니다. 어리다고, 생각이 없다고 말을 하면 안 되겠지요.

위험이라는 말에 키워드를 얻은 선생님은 다음 날 바람이 잠잠해지고 비가 그친 후 어린이집이 있는 숲에 나갔습니다. 나뭇가지들이 부러지고, 잎들이 흐트러져 있는 광경을 목격한 네 살 아이들은 동생들이 다치겠다며 나뭇가지를 주워서 길가로 치웠답니다. 물론 선생님은 전혀 지시를 내리지 않았지요. 한 평 정도 되는 아이들이 기르는 텃밭에 방울토마토 지지대가 넘어지고 자신들이 가꾼 야채들이 넘어진 것을 보고는 태풍이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있는 주변에서 관찰을 하고 발견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진짜 살아 있는 공부가 되는 것이지요.

교실에 들어간 선생님은 화면으로 뉴스에 나오는 태풍의 힘과 피해를 보여줬습니다. 어찌 됐을까요? 아이들은 완전 몰입 그 자체였습니다. 그리고 안전에 관련한 교육도 연결해서 했지요. 마지막으로 아이들 각자 태풍이 돼서 태풍의 모습을 흉내 내는 것으로 마무리했답니다. 아이들은 이제 태풍을 쉽게 자신과 연결할 것입니다.

"태풍은 성난 엄마와 같아요."

"태풍은 화가 나면 마구 부숴버려요."

"나도 태풍같이 화날 때가 있어요."

자연과 나를 연결하는 것은 무수히 많은 사례들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언제나 자연은 우리 곁에 있으니까요. 빌딩도 마찬가지로 인간들의 자연입니다. 이야기를 만들어 놀아보세요.

*칼럼니스트 장성애는 경주의 아담한 한옥에 연구소를 마련해 교육에 몸담고 있는 현장 전문가이다. 전국적으로 부모교육과 교사연수 등 수많은 교육 현장에서 물음과 이야기의 전도사를 자청한다. 저서로는 「영재들의 비밀습관 하브루타」, 「질문과 이야기가 있는 행복한 교실」, 「엄마 질문공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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