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내와 연애를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저는 그간의 나쁜 남자생활을 정리하고, 이 여자가 인생의 마지막 여자라고 결심을 한 상태였죠. 멋져 보이려고 쓴 말이 아니라 우리가 한번 헤어졌다가 어렵게 다시 만난 거라서, 다시 헤어지는 일은 진짜 양아치 소리 듣기에 딱 좋은 상황이었거든요. 그러니 다시 만나는 순간, 이 여자랑 결혼하겠다는 생각이었던 겁니다. 그러던 중 아이가 띠용 생겼습니다. 결혼 전에 말이죠. 진짜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전하는 우리 아내가 훨씬 더 떨리고 무서웠을 것을 알기에 아주 태연한 척,
“오! 축하해!!! 잘됐다!! 결혼하면 되지!!! 걱정 마!!”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아내의 집에서 나와서 아이가 둘이었던 친한 형에게 달려갔습니다. '형! 나 어떡해요?!' 뭐 이런 느낌으로 간 거죠. 사실 그 형은 아이가 둘이 있었지만, 아직도 산전수전 중인 나쁜 남자였습니다. 그런 경험 많은 선배에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코치를 받고 싶어서 간 거였죠. 그런데, '형은 너도 인생 다 끝났구나' 하며 웃었습니다.
물론 농담이었지만, 속으로 ‘뭐?? 이게 인생의 끝이라고요’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결혼생활이 인생의 무덤인양 말을 하는데, 인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내 마음 속의 결혼생활은 너무 달달하고 행복하며 연애 때는 누릴 수 없었던 즐거움을 알게 되는 시간이라고 믿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부모님과가 아닌 내 새 가족과 행복한 가정을 꾸릴 절호의 기회였고요. 부모님과 있을 때는 가족의 행복 운전대가 내 손에 있다기보다는 부모님 손에 있으니까요. 저는 제가 운전할 수 있는 행복 운전대를 원했거든요.
저는 요즘 결혼식 사회와 주례를 많이 합니다. 그래서 신랑신부에게 저의 결혼관을 말해줄 때가 많죠. 그 신랑신부에게 꼭 전해주는 말은 결혼은 진짜 좋은 것이고, 신랑과 신부로 웨딩로드를 입장할 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신나게 입장하라는 겁니다. 결혼은 편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결혼하고 행복하기가 쉬운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뭐든 너무 쉬우면 재미가 없어요. 드라마 내용이 말도 안 되고 고구마를 백 개를 먹는 것 같지만, 그런 게 없으면 히트를 칠 수가 없잖아요. 게임도 그렇죠. 너무 쉬우면 재미가 없어요. 되게 짜증나는 부분이 있어줘야 마니아층도 생기고 사랑 받을 수 있습니다. 쉽지 않지만, 결혼생활은 행복하려고 작정하면 행복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제가 이런 생각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제가 그렇게 살고 있어서입니다.
어떠세요? 지금 결혼을 하려는 분들에게 결혼을 정의한다면 어떻게 정의하시겠습니까? 그것이 지금 본인이 하고 있는 결혼생활입니다. 너무 행복하고 좋은 것이라고 입에서 찬사가 나온다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고 불행한 이야기가 쭉 나온다면 본인의 결혼생활을 어서 점검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결혼을 했기 때문에 내가 불행해진 것이 아니고, 행복해지는 방법을 잘 몰랐고 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은 어느 정도 제 생각에 공감을 하시는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결혼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결혼을 진심으로 기쁘게 축하해 줄 수 있길 바랍니다. 결혼은 좋은 겁니다. 믿는 대로 보이고 바뀝니다.
*칼럼니스트 이정수는 ‘결혼은 진짜 좋은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가며 살고 있는 연예인이자 행복한 남편, 그리고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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