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망치려고 작정했어? 애 낳을 거면 오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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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망치려고 작정했어? 애 낳을 거면 오지 마”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8.05.1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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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제8회 싱글맘의 날 국제컨퍼런스 열려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서울특별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와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주최로 열린 제8회 싱글맘의 날, 국제컨퍼런스는 지난 11일 오후 2시 서울시 여의도동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권미혁, 바른미래당 신용현, 자유한국당 윤종필 국회의원이 참석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서울특별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와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주최로 열린 제8회 싱글맘의 날 국제컨퍼런스는 지난 11일 오후 2시 서울시 여의도동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권미혁, 바른미래당 신용현, 자유한국당 윤종필 국회의원이 참석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네 인생 망치려고 작정했어? 애 낳을 거면… 오지 마”

“그날 이후, 사라져 버린 꿈. 그렇게… 혼자가 됐습니다.”

“아이의 심장 박동을 처음 듣는 순간, 엄마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컨퍼런스에서 상영된 영상 내레이션 중 일부)

제8회 싱글맘의 날 국제컨퍼런스가 열린 지난 11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 울려 퍼진 ‘청소년 미혼 한부모’ 영상물의 내레이션. ‘미혼모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 내 아이 내가 키우면 안 되나요?’라는 이번 컨퍼런스 주제는 너무나 당연한 말이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싱글맘의 날’은 5월 11일 ‘입양의 날’에 반대해 미혼모들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미혼모와 한 부모, 해외입양인, 아동권리 옹호 단체가 주축이 돼 지정한 날. 지난 2011년 시작해 여덟 번째를 맞았다.

이날 열린 국제컨퍼런스는 서울특별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와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가 주최했으며 김도경 (사)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가 ‘미혼모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로’라는 주제로, 전홍기혜 프레시안 기자가 ‘한국 사회와 입양의 정치경제학’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성정현 협성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한 토론에는 이해진 한양대 외래교수, 김은희 (사)대구미혼모가족협회 대표, (사)뿌리의 집 시몬느 은미(Simone Eun Mi) 국제협력팀장과 김승일 보건복지부 입양정책팀장이 참여했다.  

◇ “한국사회는 엄마의 자격을 묻고 있다”

김도경 (사)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제8회 싱글맘의 날, 국제컨퍼런스에서 '미혼모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로'란 주제로 발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김도경 (사)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제8회 싱글맘의 날 국제컨퍼런스에서 '미혼모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로'란 주제로 발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한국사회는 엄마의 혼인 여부가 차별의 대상이 되고 엄마의 자격을 결정짓고 있습니다. 결혼하지 않지 않고 출산하면 ‘부도덕한 여자, 문제 있는 여자’라는 낙인이 찍히고, 양육미혼모는 취업할 때와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는 시기에 편견과 차별을 많이 경험합니다.”

김도경 (사)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미혼모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로’라는 주제발표에서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 4월 KBS 방송문화연구소에서 ‘미혼모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91%가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편견, 부정적인 언론 기사, 혼전순결 강조가 그 이유였다. 

하지만 점차 양육을 선택하는 미혼모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10대 미혼모 비율 감소와 30대 이상 미혼모 증가로 30대 이상 미혼모의 양육 선택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김도경 대표는 “양육미혼모 135명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 결과, 125명, 93%가 임신 중 가족이나 지인, 남자 친구로부터 낙태와 입양을 강요 또는 권유받은 적이 있다”며 “여전히 병원에서 미혼모에게 입양을 권유하고, 입양기관에서 병실을 방문해 입양을 거절했을 때 모욕적인 말이나 욕설을 하는 것으로 들었다”고 입양 강요에 대한 문제점을 꼬집었다.

김도경 대표는 양육미혼모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다. 편견과 차별로 인한 일자리 불안정과 홀로 육아로 인한 자립의 어려움이 대표적이다. “전국 양육미혼모 2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임신 이전 직장을 다녔던 응답자 중 97%가 임신으로 직장을 중단했고, 미혼모에 관한 한 개인적인 능력과 도덕성을 연관시키는 편협한 시각을 경험했다”고 지적했다.

취업한 경우도 문제다. 김도경 대표는 “자녀 양육 문제로 일용직이나 시간제 일자리 등 임금이 적은 일자리가 많고, 아이가 어릴수록 양육미혼모의 경제활동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도경 대표는 미혼모가 당면한 문제로 ▲위기임산부 지원과 정보 부족 ▲미혼모 시설의 미혼모의 욕구에 맞지 않는 시설 운영과 프로그램 ▲한부모가족지원법 따른 아동양육비(현재 148만 원 미만 수입자 월 13만 원 지원) ▲미혼모·부자 거점기관의 역할 부족 ▲양육 지원 서비스 부족 ▲비양육자의 양육비이행 부족 ▲10대 미혼부모를 위한 정책의 부재 ▲입양을 권하는 병원과 입양기관의 관계 ▲그룹홈 이용 시 기본 1년은 맡겨야 하고 중간에 아이를 만날 수 없는 문제 등을 말했다.

◇ “미혼모는 요보호 대상자·저출산 대책 수단 아니다”

이런 문제점들은 어떻게 개선돼야 할까.

김도경 대표는 “미혼모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미혼모를) 요보호 대상자, 저출산 대책의 수단이 아니라 아동의 인권과 여성의 권리 차원으로 접근하고 종래에 차별받아 온 미혼모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우대조치가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혼모 당사자를 정책의 주요 파트너로 삼고 당사자의 필요와 욕구를 가장 잘 아는 집단을 지지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점과 정책 수립 시 전문가 집단으로 참여하도록 할 것”을 제언했다.

미혼모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지원 체계 마련도 시급하다. “위기 임신, 출산, 양육 상담 연계가 필요하다. 근로에 가장 취약한 시기인 임신 초기부터 36개월까지 양육미혼모에게 기초생계비 지원 등 지원이 필요할 뿐 아니라 부양의무제 폐지 우선 대상으로 미혼모 가정 지정이 필요하다”고 김 대표는 주장했다.

그밖에 ▲주거 지원 ▲일자리 지원 ▲양육비이행 강화와 대지급 제도 시행 ▲청소년 미혼모 정책 ▲양육 서비스 지원(어린이집, 아이돌봄 서비스 0순위 지정) ▲관공서나 정부 기관의 업무협조와 역할(전국 한부모복지담당자, 공무원 대상 반편견 교육 절실) 등을 제언했다.

◇ “해외입양, 외화를 벌어들이는 방편으로 활용했다”

진홍기혜 프레시안 기자는 제8회 싱글맘의 날, 국제컨퍼런스에서 '한국 사회와 입양의 정치경제학'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전홍기혜 프레시안 기자는 제8회 싱글맘의 날, 국제컨퍼런스에서 '한국 사회와 입양의 정치경제학'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1950년대 이승만 정권 시절 해외입양을 통해 혼혈아동을 내보냄으로써 단일민족이라는 환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처럼 해외입양은 한국의 지배적인 사회질서를 유지,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됐습니다.”

6개월 동안 해외입양과 관련해 기사를 썼다는 전홍기혜 프레시안 기자는 한국전쟁 직후 시작된 해외입양의 근원을 밝히며 발표를 시작했다. “70~80년대 입양 아동의 발생 과정을 보면 미아를 고아원이나 입양기관의 보호시설로 보내 기아로 처리하고 멀쩡히 부모가 살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아로 둔갑시켜 5~6개월 만에 해외로 입양을 보냈다”고 말했다.

전홍기혜 기자는 “전두환 정권은 해외입양을 이민정책의 하나로 적극적으로 권장했다”며 “해외입양을 통해 인구 과잉의 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외화를 벌어들이는 방편으로 활용했다. 당시 입양기관들은 입양부모로부터 아동 1명당 5000달러를 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989년 보건복지부 감사 결과, 해외입양기관들은 고아원 등 복지시설과 병원 등 의료기관에 양육비, 사례금 명목으로 돈을 주며 입양아동을 확보해왔다. 부산의 형제복지원 등 부랑아 시설도 예외가 아니었다”며 “70~80년대 한국사회에서 국가가 어떤 식으로 소수자를 만들어 격리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국가가 해외입양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전홍기혜 기자는 “98년 김대중 대통령은 청와대로 해외입양인을 초청한 자리에서 사과했으나 정책 변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며 “문재인 정부는 실질적 입양 정책의 변화를 동반한 정부 차원의 책임 있는 사과가 필요하다. 국제입양 과정에서 국가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입양인들의 인권 훼손이 발생한 것에 대한 정부 차원의 사과를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미혼모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는 우리 모두를 위한 사회”

제8회 싱글맘의 날, 국제컨퍼런스가 지난 11일 오후 2시 서울시 여의도동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미혼모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 내 아이 내가 키우면 안 되나요?'란 주제로 열렸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제8회 싱글맘의 날, 국제컨퍼런스가 지난 11일 오후 2시 서울시 여의도동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미혼모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 내 아이 내가 키우면 안 되나요?'란 주제로 열렸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미혼모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는 우리 모두를 위한 사회이다”

이해진 한양대 외래교수의 말이다. 이 교수는 “불과 50년 전만 해도 서구 사회 또한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임신하고 그 아이의 아버지와 결혼할 수 없는 여성들은 아이를 입양시키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새로운 삶을 시작하라는 권유를 받았으나 이제 더 이상 혼외 출산이 문제가 되지 않고 미혼모라는 호칭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를 견인한 주축이 미혼모 당사자들. 그들의 인식변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모았고 국가가 정책으로 지원해 변화를 끌어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김은희 대구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국가는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건강한 환경에서 출생할 권리를 보호할 책임이 있다”며 “우리 아이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국가와 공무원들이 헌법에 명시한 의무를 얼마나 성실하게 이행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은희 대표는 “2016년 현재 국제입양아의 90% 이상이 미혼모의 아기이다. 입양을 원하는 대부분 가정이 영아를 선호하고 있다. 한국은 보호가 필요한 영아와 그 부모인 미혼모를 갈라놓았다”고 말했다.

김은희 대표는 얀 소르코크 등 해외입양인들이 허술한 입양절차로 미국시민권을 얻지 못해 강제 추방돼 다시 한국에 왔으나 국가의 도움 없이 근근이 살다가 고독사로 생을 마감한 사건을 언급하며 모든 아동에 대한 보호와 책임이 국가에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시몬느 은미(Simone Eun Mi) (사)뿌리의집 국제협력팀장은 “20만 명 이상의 해외입양인 중 한 사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입양기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로부터 아이들을 더 많이 (입양을) 보낼수록 성과급이 생긴다는 말을 들었다. 아기들을 입양시키기 위한 경쟁이 존재하지 않겠느냐”며 입양기관의 실체를 밝혔다.

그러면서 시몬느 은미 팀장은 자신이 입양돼 자란 네덜란드의 사례를 소개했다. “네덜란드에서도 100년 전에는 미혼모가 오늘날 한국에서처럼 낙인 찍힌 사람들이었지만 더 이상 미혼모는 문제가 아니다. 필요하다면 한 달에 2000달러 지원받을 수 있고, 10대 엄마들은 학교를 마칠 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정부에 ▲미혼모와 입양인에 대한 미디어 가이드라인 마련 ▲해외입양인의 죽음을 조사하는 대책위원회 구성 ▲한부모가족지원법과 입양특례법 재개정을 위한 입법 노력 등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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