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우는 부모에게 위태로운 현실, 그래서 나는 투표한다
아이 키우는 부모에게 위태로운 현실, 그래서 나는 투표한다
  • 칼럼니스트 전아름
  • 승인 2018.05.2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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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트윈스 육아일기] 이번 선거가 아이와 부모가 행복한 세상으로 나아가는 한 걸음이 되길 바라며

얼마 전 남편과 ‘이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주제로 대화를 했다. 다가오는 선거를 의식하고 한 이야기는 아니었는데 정말 우리도 모르게, 어쩌다 하게 된 이야기였다. 나는 우선 우리같이 의지할 시댁이나 친정 없이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부모들이 잠시라도 숨 쉴 수 있게 소득의 제한이나 시간의 제약 없이, 그리고 금액의 부담 없이 아이를 잠시 돌봐주는 아이돌봄 서비스가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어린이집 종일반 운영시스템이나 보육교사의 처우가 현실에 기반해 다시 정립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편은 나의 의견에 동의하며 요즘 유행하는 반려동물 택시처럼 아기전용 베이비택시가 생겼으면 좋겠다고도 덧붙였다. 비는 억수로 쏟아지는데 애들을 데리고 외출해야 했던 날, 택시기사에게 사정해 카시트도 없는 택시 안에서 커다란 핸드백 하나, 쌍둥이들 보따리가 잔뜩 든 기저귀가방 하나, 그리고 애 둘을 꼭 껴안고 집에 왔던 이야기가 생각났던 모양이다.

오랜만에 미세먼지가 걷힌 날, 시원한 바람과 깨끗한 공기와 청량한 자연을 마음껏 느낀 쌍둥이들. 환경오염 걱정 없이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는 바람과 의무가 컸던 날이다. ⓒ전아름
오랜만에 미세먼지가 걷힌 날, 시원한 바람과 깨끗한 공기와 청량한 자연을 마음껏 느낀 쌍둥이들. 환경오염 걱정 없이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는 바람과 의무가 컸던 날이다. ⓒ전아름
오랜만에 미세먼지가 걷힌 날, 시원한 바람과 깨끗한 공기와 청량한 자연을 마음껏 느낀 쌍둥이들. 환경오염 걱정 없이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는 바람과 의무가 컸던 날이다. ⓒ전아름
오랜만에 미세먼지가 걷힌 날, 시원한 바람과 깨끗한 공기와 청량한 자연을 마음껏 느낀 쌍둥이들. 환경오염 걱정 없이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는 바람과 의무가 컸던 날이다. ⓒ전아름

가볍게 던지듯 한 대화였지만 우리 부부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었다. 우선 나는 갑작스러운 결혼과 임신과 출산 덕에 경단녀가 돼 버렸다. 다시 경력을 이어나가기 위해 몸부림 쳐 봤지만 돌도 안 된 아기가 둘이나 있는 30대 기혼여성의 입사를 환영하는 곳은 아웃바운드 콜센터나 보험회사 영업사원, 식당 주방이나 홀서빙 같은 일이었다. 그나마도 어린이집에서 아기들을 아침 7시 30분부터 저녁 7시 30분까지 돌봐줘야 콜센터든 뭐든 할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다. 어린이집은 어린이집대로 보내고 4시 30분 이후에는 이른바 ‘하원도우미’를 고용해야한다. 2018년 최저임금을 적용해도 쌍둥이집은 언제나 다른 집보다 급여가 두 배로 들고, 설사 두 배 혹은 네 배를 주더라도 사람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다. 결국 나는 아기들을 생후 6개월부터 어린이집에 보내는 ‘매정한’ 엄마를 자처하며 경단녀에서 탈출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해봤지만 이런저런 현실에 치여 아직도 ‘경단녀’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결혼 전에는 정치, 사회에 관심이 많았다. 정부의 어떤 현안을 ‘규탄’하고, 어떤 정책의 입안을 ‘촉구’하는 ‘투쟁’이나 ‘결의대회’에 참석하는 일도 많았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비정규직을 없애고, 역사문제를 바로세우고,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여성인권 문제를 법제화 하고, 문화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겠다는 등의 거시적인 이야기만 해댔다. 선거 한 번에 바뀔 수 있는 말랑말랑한 세상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선거에 냉소적인 지인들에게 투표를 해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좋게 변하지 않겠냐는 말들도 거침없이 해댔다. 아빠의 집에 얹혀살고, 월급 받는 족족 누군가를 부양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 없이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사고, 여행이 가고 싶으면 망설이지 않고 떠나고 낭만이 고파 별 고민 없이 회사를 그만뒀던 때의 이야기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이제 막 태어난지 300일이 돼 가는 쌍둥이 자식이 있고, 우리 부부가 갚아나가야 할 대출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여기서 아끼고 저기서 아껴도 꼭 돈 써야 할 일들이 생긴다. 재취업을 하려고 해도 어린이집 등하원 시간이, 30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는 나의 나이가, 아이 둘을 대신 키워줄 수 있는 어른이 없다는 현실이 제동을 건다. 임신, 출산, 육아, 결혼생활이라는 엄청난 현실 위에 서 있는 나와 남편, 그리고 우리같은 초짜 부모들에게 이 위태로운 현실을 든든히 지지해 줄 수 있는 단단한 법적, 사회적 안전망이 나는 정말로 절실하다.

현실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으면서 세상을 상대로 주먹을 휘두르고 짱돌을 던졌던 20대나, 나의 현실 위에서 위태로움을 호소하는 지금이나 여전히 내가 믿고 있는 것은 세상은 내가 움직이고 선택하는 만큼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투표나 집회 한 번에 바뀌는 말랑말랑한 세상은 아니라지만 대통령이 바뀌고 정권이 바뀌니 당장 오는 9월부터 아동소득을 받을 수 있게 되고, 국공립어린이집이 늘어나고, 아빠들의 육아휴직률이 높아지는 변화가 조금씩 보이고 있지 않나. 내가 살고 있는 서울시의 시장을 뽑고, 용산구의 용산구청장을 뽑는 6.13 지방선거가 우리의 삶을 또 어떻게 변화시킬지 기대되는 이유다.

*칼럼니스트 전아름은 용산에서 남편과 함께 쌍둥이 형제를 육아하고 있는 전업주부다. 출산 전 이런저런 잡지를 만드는 일을 했지만 요즘은 애로 시작해 애로 끝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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