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즈존, 기어이 만나고야 말았다
노키즈존, 기어이 만나고야 말았다
  • 칼럼니스트 김경옥
  • 승인 2018.05.23 10: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엄마의 말] 노키즈존, 괜찮으신가요?

"여기는 아이를 데리고 들어오실 수 없습니다."

"네? 왜요......?"

"노 키즈 존이거든요."

'노 키즈 존'을 기어이 만나고야 말았다. ⓒ김경옥
'노 키즈 존'을 기어이 만나고야 말았다. ⓒ김경옥

이제 막 커피숍에 발을 들여놓은 참이었다.

"와~ 케이크다!"

아이는 신이 나 케이크를 고르고 있었고, 그런 아이를 직원이 바라보고 있었다. 몹시 난처하다는 듯, 몹시 곤란하다는 듯. 그러곤 나에게 던진 말이 그것이었다.

"아이는 들어올 수 없습니다."

그건 마치 '애완견의 출입을 금지한다'거나 '음식물 반입을 삼간다'는 말처럼 들렸다. 나의 아이가 반입할 수 없는 그 무엇이 된 순간이었다. '이 아이는 예의라는 걸 알고 시끄럽게 하지도 않아요'라는 구질구질한 레퍼토리가 나올 뻔한 순간이기도 했다. 노키즈존. 어린아이들의 시끄러움과 그걸 허용하는 이기적인 부모들을 피할 수 있는 곳.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제 자식 귀한 줄만 아는 부모가 주변 사람을 불쾌하게 하는 경우도 있고, 어디까지가 예의인지 그 기준이 사람마다 제각기 다르기도 하니 말이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빈 테이블이 거의 없었다. 꽉 들어찬 '키즈' 아닌 어른들의 목소리는 제법 컸다. 그랬다. 소란스러웠다. 여기서 아이들이 어떤 피해를 더 줄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옆에서 들뜬 마음으로 케이크를 고르고 있는 아이에게 나는 몹시 미안해졌다. 아이 손을 잡고 다시 나왔다. 아이가 물었다.

"엄마, 왜 나가요?"

"응, 아이는 들어올 수 없대."

"왜요?"

"......" 

"글쎄, 엄마도 잘 모르겠어."

나는 적절한 답을 찾지 못했다. 차마 '네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어서'라는 말은 할 수가 없었다.

어떤 이가 말했다. "내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꼬맹이가 자기 엄마한테 '똥 마렵다'고 하는 거야. 밥 먹고 있는데 더럽게 말이야. 그 부모는 그게 얼마나 예의가 없는 건 줄도 모르고 아무렇지 않게 애 손을 잡고 화장실로 가더라고. 밥맛이 확 떨어지더라. 그래서 노키즈존이 필요하다니까." 그의 말에 나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막막했다. 그는 기억하고 있을까. 그곳이 어디든, 누구와 함께든 그 역시도 자신의 변의를 부모에게 당당히 알리며 컸다는 사실을.

아동교육 전문가 임영주 박사는 이렇게 충고한다. "단지 불편을 우려해 노키즈존이 확산된다면 아이들이 훗날 청년이 됐을 때 역으로 노인 금지구역을 만들어도 할 말이 없습니다." 노인 금지 구역, 그리 먼 훗날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그곳에서 뒤돌아 나오면서도 그대, "이것이 젊은이들에 대한 배려지"라고 말할 수 있을까. 

노 키즈 존, 나는 괜찮지가 않다. ⓒ김경옥
노 키즈 존, 나는 괜찮지가 않다. ⓒ김경옥

*칼럼니스트 김경옥은 아나운서로, ‘육아는 엄마와 아이가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는 ‘일하는 엄마, 육아하는 방송인’이다. 현재는 경인방송에서 ‘뮤직 인사이드 김경옥입니다’를 제작·진행하고 있다. 또한 ‘북라이크 홍보대사’로서 아이들의 말하기와 책읽기를 지도하는 일에 빠져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