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아이들의 요리사가 되기까지
아빠가 아이들의 요리사가 되기까지
  • 칼럼니스트 노승후
  • 승인 2018.05.2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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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아빠의 독립육아] 말이 아닌 행동하는 부모

"아빠, 오늘 저녁은 뭐예요?"

"우리 딸은 뭐 먹고 싶은데?

"음, 오늘은 간만에 토마토 스파게티 먹을까요?

"좋지!"

그렇게 오늘 저녁 메뉴는 토마토 스파게티로 정해졌습니다. 첫째와의 대화를 귀 너머로 듣던 둘째가 투정 섞인 한 마디를 합니다.

"힝, 난 토마토 스파게티 싫은데... 아빠, 난 하얀 스파게티 해주세요!"

같은 배에서 나온 아이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두 자매의 음식 취향은 어릴 때부터 180도 달랐습니다. 첫째 아이는 고기 마니아이지만 과일을 싫어하고 둘째는 고기보다는 과일이나 신선한 음식들을 좋아합니다.

모든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콜릿을 첫째는 어릴 때부터 먹지 않았습니다. 너무 궁금해서 딸에게 한번 물어봤습니다. "의선아, 넌 왜 초콜릿을 안 먹니? "아빠, 전 초콜릿 냄새가 싫어요." 참 특이합니다. 세상에 초콜릿을 싫어하는 아이도 있으니까요. 반면 둘째는 초콜릿 마니아입니다. 하원하고 돌아와서 하는 첫 마디가 "아빠, 초콜릿 없어?" 입니다.

이렇게 식성이 다른 아이들이니 식사 메뉴 정할 때도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오늘처럼 취향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날은 요리사로서 난감합니다. 누구 한 명의 편을 둘 수가 없으니까요. 살살 달래도 봅니다. "의현아, 오늘은 아빠도 토마토 스파게티가 먹고 싶으니까 한 번만 양보해 주면 안 될까?" 통사정을 해도 먹히지가 않습니다.

실랑이에 지쳐 결국 오늘은 둘 다 해주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까짓것 한번 해보지!"

다행히 면은 같이 쓸 수 있으니 소스만 따로 만듭니다. 토마토 스파게티는 미트볼 토핑으로 크림 스파게티는 브로콜리와 베이컨으로 토핑을 합니다. 사 놓은 크림 스파게티 소스가 없어서 재빨리 인터넷 검색을 합니다. 생크림 없이 우유와 치즈로만 만드는 크림소스 레시피를 발견했습니다. 처음 만들어 본 방식이었지만 의외로 시중에서 파는 맛이 납니다. 모두 인터넷의 힘입니다.

그렇게 모두가 만족하는 저녁 한 끼가 완성되었습니다. 두 딸의 취향도 저격하는 맞춤식 스파게티 요리.

아빠의 요리 실력을 얼굴로 표현하는 아이. ⓒ노승후
아빠의 요리 실력을 얼굴로 표현하는 아이. ⓒ노승후

사실 저도 처음부터 요리하는 남자는 아니었습니다. 전업주부가 되기 전에는 그냥 라면 끓이고 냉동 음식 조리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육아의 세계로 들어간 직후 처음 드는 생각은 바로 "요리를 못하면 이 생활이 오래 유지되지 못하겠구나"였습니다. 하루 삼시 세 끼를 만들어서 아이들 먹이는 일은 청소나 빨래처럼 단순 반복되는 노동이 아니었습니다. 나름의 창의와 기술이 필요한 분야더라고요.

결국 요리학원에 등록을 했습니다. 간단한 반찬부터 국, 다양한 요리 등을 배웠습니다. 그날 배운 요리는 그날 우리 집 저녁 메뉴가 되었고요. 교육과 실전을 반복하면서 천천히 요리 실력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부터는 처음 보는 요리들도 레시피만 있으면 뚝딱 만들어냅니다. 부담스럽기만 하던 요리가 이제는 저의 취미가 됐습니다.

처음부터 주부로 태어난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 세대들은 여자라고 요리와 살림을 어렸을 때부터 가르치지 않습니다. 아들이든 딸이든 똑같이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 돼라고 교육받아 왔습니다. 그러니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누구나 초보 부모이고 초보 주부입니다.

남자라고 요리를 못한다는 것도 편견입니다. TV에 나오는 유명 세프들은 대부분 남자이니까요. 익숙하지 않은 일들도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하다 보면 결국 익숙해지고 잘하게 됩니다. 저에겐 요리가 그랬습니다.

능숙하게 야채를 다듬고 가스레인지 불 두 개를 동시에 쓰면서 요리하는 제 모습에 저도 가끔씩 놀랍니다. '참, 세상 오래 살고 볼일이다'라고요.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고 노력하는 부모의 모습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가정교육이지 않을까요? 아이들에게 이래라저래라 말로만 하는 부모가 아니니까요.

딱히 훈육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부모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힘든 일이 생겨도 결국 스스로 잘 헤쳐가리라 믿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니까요.

*칼럼니스트 노승후는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STX조선, 셀트리온 등에서 주식, 외환 등을 담당했으며 지금은 일하는 아내를 대신해 5년째 두 딸을 키우며 전업 주부로 살고 있습니다. 일과 가정 모두를 경험해 본 아빠로서 강연, 방송, 칼럼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아빠, 퇴사하고 육아해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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