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남편과 좋은 아빠의 2차방정식?
좋은 남편과 좋은 아빠의 2차방정식?
  • 칼럼니스트 김혜준
  • 승인 2018.05.29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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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준의 Fathering Tips]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 아빠의 자리
아빠자리는 공짜로 주어지지 않습니다. 아빠도 바깥 일뿐만 아니라 돌봄에 동참해야 하고 그에 따르는 고민도 피하지 말아야 합니다. ⓒ베이비뉴스
아빠자리는 공짜로 주어지지 않습니다. 아빠도 바깥 일뿐만 아니라 돌봄에 동참해야 하고 그에 따르는 고민도 피하지 말아야 합니다. ⓒ베이비뉴스

Q. 아내가 4살짜리 아들에게 벌써 한글을 가르치려고 합니다. 저는 조기 교육에 반대인데 아내는 자연스레 공부에 흥미를 붙여야 한다면서 분위기 만들기에 열심입니다. 아내 뜻대로 따라주려니 제 생각은 버려야 할 것 같고... 어찌해야 할까요?

A. 이 경우 아빠는 조기 교육에 부정적이시군요. 그럼 명태 교육은 어떨까요? 좀 썰렁하지요? 어느새 한낮에는 기온이 꽤 올라가서 한번 던져봤습니다. ^^

사실 아무리 잉꼬부부일지라도 두 사람의 생각은 생각지 못한 지점에서 서로 등을 돌리게 됩니다. 저는 제 아내와 13년을 사귀고 결혼을 했는데, 그렇게 오랜 연애기간을 거쳤지만 살아보니 아내와 저는 거의 다른 행성의 생명체였습니다. 신혼 초 어느 더운 여름날이었습니다. 책꽂이를 정리하다가 상단에 무슨 책을 어떻게 꽂을 것인가를 두고 아내와 저는 첨예한 신경전을 벌인 적이 있었습니다. 너무도 당연하게 내 집의 책꽂이에 내 머릿속 폴더를 재현하고 싶었던 것이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 집은 나만의 집이 아님을 깨닫는 데에는 그렇게 시간이 필요했답니다. 

우리는 다름(different)은 틀림(wrong)이 아니라는 사실을 매우 쿨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혼에 이른 수많은 커플들이 성격차이로 헤어졌다고 하고 있으니 좀 어색합니다. 우리 모두는 다르지요. 남자와 여자여서 다르기도 할 것이고, 서로 다른 인격체여서 다를 겁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났는데 차이는 없을 수 없겠지요. 이런 사실을 조금 더 연장시켜보면 우주에 어떤 생명체도 지금의 나와 일치된 존재는 없다고 할 수 있지요.

그래서 ‘객관적’이라는 게 도대체 가능하지 않다는 철학적 사조도 있답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이 모든 다른 사람들에게도 동일하게 펼쳐진다는 건 착각이라는 거죠.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우주는 자신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의미를 가지고 있고, 그래서 이 세상 사람의 숫자만큼의 세계가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는 겁니다. 내가 바라보고 음미하는 세계는 당연히 내 배우자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세계와 결코 같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아빠와 엄마의 생각이 다르다는 사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이들의 성장에 풍성하고 유익한 토양이 된답니다. 만일 클론 같은 두 사람이 부모로 존재한다면 아이의 성장에 필요한 자양분이 절반만 제공되는 거라고 생각해도 좋을 겁니다. 그러니 이제 관점과 생각이 다른 건 오히려 아이에게 좋은 신호라고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렇다면 남아 있는 매우 중요한 숙제는 부부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협의해나는 것입니다. 아빠 입장에서는 육아에 주도권을 쥐고 있는 엄마를 설득할 뭔가가 필요합니다. 아빠의 생각도 아이를 위해서 유익하다는 그런 이야기이면 좋겠지요.

다음의 두 가지 이론적 사실은 이 경우의 아빠에게 힘을 보탭니다. 첫째는 아버지효과(father effect)입니다. 엄마와는 달리 아빠만이 줄 수 있는 고유한 영향력이 있다는 겁니다. 언어능력과 학업성취도 등으로 나타나는 인지발달 그리고 정서안정과 대인관계능력 등에 있어서 아빠의 적극적인 참여가 큰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아빠를 아이에게 연결시키기도 하고 차단시키기도 하는 문지기 역할(maternal gate-keeping behavior)을 엄마가 한다는 겁니다. 그러니 문지기인 아내에게 아빠효과가 발휘될 수 있도록 아빠의 방식도 존중해달라고 하세요. 이른바 아빠의 권리를 주장할 필요도 있는 겁니다. 단, 권리를 주장하려면 뭐가 필요한가요? 그렇습니다. 아빠로서의 의무부터 충실히 해야 합니다.

이야기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버렸나요? 그래도 힘내세요. 아빠자리는 공짜로 주어지지 않습니다. 아빠도 바깥 일뿐만 아니라 돌봄에 동참해야 하고 그에 따르는 고민도 피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아빠의 생각도 권리도 고려될 수 있을 테니까요!

*칼럼니스트 김혜준은 2012년부터 아빠들의 일가정균형을 돕는 저술과 교육 및 캠페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단법인 ‘함께하는아버지들’(www.fathers.or.kr)의 대표이자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기획분과위원을 맡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부모교육 매뉴얼 제10권(아버지)」을 책임 집필했고, 「부모3.0 – 육아살롱 in 영화」 외 2권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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