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예쁘다며 만지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글
아이가 예쁘다며 만지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글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8.06.07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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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영의 MOM대로 육아] 아이도 인격체...성인도 예쁘다고 슥 만지세요?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첫째아이가 돌 되기 전의 일이다. 시부모님과 나, 아이와 넷이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갔다. 옆 테이블에 앉은 한 아주머니가 우리 아이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머~정말 예뻐요. 몇 개월 됐어요?”

아이 앞으로 다가와 까꿍 놀이를 하며 환하게 웃는 아주머니. 아이를 향한 흔한 관심이겠거니 싶어 가만히 보고 있었다. 

“한번만 안아 봐도 될까요?”

낯선 사람이 내 아이를 안는 게 마음 편하지 않아 망설이고 있었다. 다시 아주머니는 “한번만 안아보면 안돼요? 예뻐서 그래요”라고 손을 내밀었다. 계속되는 부탁에 시아버지는 난감하셨는지 “안아보세요”라며 아이를 아주머니에게 안겨줬다.  

“어머 너무 예쁘다. 어쩜 이렇게 인형 같아?”

약간 과격하다 싶을 정도로 아이를 끌어안고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불안한 마음에 아이를 달라고 손을 뻗는데 글쎄 아이 볼에 뽀뽀를 하는 게 아닌가? 그것도 립스틱이 묻은 입술로! 뽀뽀도 모자라 화장한 자신의 볼을 아이 볼에 막 부비는 것이었다. ‘맙소사!’ 

시어머니는 “아이 얼굴에 그러면 안 되지”하면서 아주머니로부터 아이를 뺏다시피 데려왔다. 내 아이를 지키지 못한 것 같은 죄책감에 기분 좋게 밥을 먹을 수 없었다. 이날의 경험 이후 난 가족이 아닌 사람이 아이에게 지나친 관심을 보이면 “아이가 낯을 가려서요”라고 말하며 아이를 내 품으로 피신시켰다. 절대 낯을 가리지 않는 아이인데도 말이다.

독박육아를 하다보면 아이를 향한 사람들의 관심이 감사할 때가 있다. 하지만 지나친 관심은 자제해줬으면 좋겠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독박 육아를 하다보면 아이를 향한 사람들의 관심이 감사할 때가 있다. 하지만 지나친 관심은 자제해줬으면 좋겠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때가 있다. 나 혼자 있으면 절대 경험하지 못할 관심이다. 그런 관심과 사랑이 반가울 때도 있지만, 때론 지나친 관심에 당황하거나 상처받기도 한다. 거부하고 싶은 관심일지라도 “아이가 예뻐서”, “아이엄마라서 말해주는 거야”라는 말로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그러지 마세요”, “안돼요”라고 단호하게 말하기는 쉽지 않다. 사람들의 선의를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와 관련된 일이라 지나친 관심이 불쾌할 때도 있다. 아이 부모나 보호자가 당황하지 않도록 이런 행동들은 자제해주면 어떨까?

먼저 아이를 만지는 행동은 자제해주길 바란다. 위의 식당에서의 경험이 특별한 경험 같지만 굉장히 흔하게 벌어진다. 첫째야 커서 덜 하지만 8개월인 둘째를 데리고 나가면 “귀엽다”, “포동포동하다”며 아이를 만지는 사람들이 많다. 통통한 볼 살이 귀엽다고 볼을 누르거나 손, 발을 만지기도 한다. “만지지마세요”라고 말할 시간도 없이 슥 만지니, 어찌할 방도가 없다. 솔직히 그 사람이 아이 만지기 전에 손으로 뭘 만졌는지 전혀 알 수 없지 않은가? 화장실을 다녀왔는지, 변기보다 늘 세균이 많다고 조사되는 휴대폰을 만졌는지도 모른다. 모르는 성인에게 다가가 무턱대고 몸을 만졌다고 생각해보자. 100% 신고감이다. 아이도 엄연한 인격체고 일반 사람과 똑같다. 만지면 불쾌할 수도 있고 그 행동이 과하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아이가 예뻐서, 손주 같고 자식 같은 마음은 백번 이해하고 감사하다. 하지만 정 만져보고 싶으면 보호자에게 한번이라도 물어보자.

또한 아이에게 음식을 주는 행동도 하지 말자. 첫째는 두 돌이 지나도록 일반 과자나 사탕을 먹지 않았다. 근데 밖에 데리고 나가면 사람들은 귀엽다고 사탕 하나, 또 귀엽다고 과자 하나를 쥐어줬다. 한번은 지하철을 탔는데, 어떤 할머니께서 아이가 귀엽다며 가방 속에서 사탕을 찾아 꺼내셨다. “우리 아이는 아직 못 먹어요”라고 거절했지만, “다 먹고 크는 거야”라며 직접 비닐을 까서 아이 손에 쥐어주는 게 아닌가. 다행히 아이는 ‘이게 뭐지?’하는 눈빛으로 먹지 않았지만, 또 이런 일이 생길까 걱정될 때도 있다. 과자나 사탕을 먹은 적이 없는 아이들도 있고 특정 음식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다. 오물오물 먹는 모습이 귀엽겠지만, 무턱대고 아이에게 음식을 건네는 행동은 정말 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부모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조언은 하지말길 부탁한다. 특히 “우리 때는~”이나 “요즘 젊은 사람들은~”으로 시작하는 조언은 더더욱 그렇다. 한번은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떡볶이와 튀김을 사러 갔다. “몇 개월이냐”로 말을 건 떡볶이 사장님은 갑자기 “자연분만 했냐?”며 물으셨다. 수술했다고 대답하자마자 “요즘 젊은 사람들은 왜 그렇게 수술을 하냐?”로 시작해서 “우리 때는 힘들어도 다 자연분만했다”는 이야기가 계속됐다. 첫째는 이틀 동안 진통을 다 겪었지만 임신성 고혈압이 심해 긴급 수술을 했다. 둘째는 브이벡을 시도했지만 아이가 내려오지 않아 또 수술을 했다. 수술을 원하지 않았던 나였기에 출산 당시엔 마음이 아팠지만, 아이 모두 건강하게 잘 태어난 것만으로도 너무나도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데 왜 처음 본 떡볶이 사장님에게 “요즘 젊은 사람들은~”이라는 말로 내 출산을 평가 받아야 하는지 너무 속상했다. 그리고 수술하면 왜? 출산방식은 당사자와 의료진이 상담을 통해 선택하는 것이고, 산모의 상황에 따라 달리 적용되는 것이다. 누가 평가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런데도 조언이랍시고 육아방식이나 출산방식과 같은 민감한 부분을 말하거나 평가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마음이 좋지 않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건 각자의 방식이 있고 그 누구도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좋은 의도로 한 말이라도 부모에겐 상처가 될 수 있으니 민감한 부분에 대한 조언은 조심해주길 바란다.

요즘은 애(kid)티켓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에게 지켜야 할 행동 정도를 말하는 것 같다. 삭막한 사회에서 혼자 육아를 하다보면 사람들의 관심은 너무나도 힘이 되고 감사하다. 하지만 그건 적절한 수준에서의 관심일 때에만 그렇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정가영은 베이비뉴스 기자로 아들, 딸 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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