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영상물, 유아기 언어발달을 방해한다
스마트폰 영상물, 유아기 언어발달을 방해한다
  • 칼럼니스트 권장희
  • 승인 2018.06.15 15:2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똑똑 육아 지혜바구니] 말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아이가 되게 하라
가정에서의 풍성한 언어적 환경을 만드는데 가장 큰 방해 요인 중의 하나가 바로 스마트폰이다. ⓒ베이비뉴스
가정에서의 풍성한 언어적 환경을 만드는데 가장 큰 방해 요인 중의 하나가 바로 스마트폰이다. ⓒ베이비뉴스

Q. TV나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고 있는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하면 안 듣는 것인지 못 듣는 것인지 반응을 잘 하지 않아요. 괜찮을까요?

A. 유년기 아동의 어휘력은 가정에서의 풍성한 언어적 환경으로부터 온다. 캘리포니아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를 통해 언어적으로 빈곤한 환경에서 자란 만 5세 아동의 어휘력은 평균적인 중산층 아이보다 듣고 자란 단어의 수가 3만 2천개나 적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얻었다.

세 살짜리 아이들이 몇 개의 단어를 말할 수 있는지 조사한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빈곤하게 자란 아이들이 사용하는 단어는 혜택 받은 환경에서 성장한 또래들이 말하는 단어의 절반 미만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가정에서의 풍성한 언어적 환경이란 그저 부모가 아이에게 말을 걸어주고 책을 읽어주며, 혼자 놀이를 통해 아이들 스스로 역할극을 하며 중얼거리는 시간을 말한다. 

이러한 풍성한 언어적 환경은 아이들이 언어발달의 결정적 시기에 부모를 비롯한 어른들의 말소리를 얼마나 친근감 있게 자주 들을 수 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가정에서의 풍성한 언어적 환경을 만드는데 가장 큰 방해 요인 중의 하나가 바로 스마트폰이다. 

아이들이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으로 ‘뽀로로’와 같은 영상을 보고 있을 때, 유아들의 뇌 속에서는 시각 이미지에 집중하는 대신에 소리 정보는 거의 무시된다. 유아들은 아직 어휘력이나 언어적 표현을 이해하는 능력이 발달되어 있지 않아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말소리를 어른처럼 모두 이해할 수 없다. 따라서 잘 이해되지 않는 소리는 가능한 무시하고 시각적으로 자신을 사로잡는 영상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다.  

유아들이 영상을 보고 있는 모습은 성인들이 외국영화를 자막 없이 보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물론 원어민들은 영화의 소리를 모두 이해하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모든 소리를 집중하여 들을 수가 있다. 그러나 영화에서 나오는 소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영상정보를 확인하는 것은 원어민과 다를 바가 없지만, 소리정보는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에 들리는 소리는 무시하게 된다. 

‘뽀로로’와 같은 영상물에 노출되는 시간과 빈도가 높을수록 우리 자녀들은 말소리를 들을 수 있는 언어적 환경이 빈곤해진다. 결과적으로 유년기 언어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유아기 일반적인 질병인 ‘중이염’이 언어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영상물에 과도하게 노출된 아이들의 언어발달 문제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귀 질환을 언제 얼마나 자주 앓았느냐에 따라 언어에 대한 온전한 레퍼토리가 아이 안에 제대로 형성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귀 질환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어휘력 발달과 음운론적 인지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연구에 따르면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취학 전 아이들의 귀 질환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소아과 진료 기록을 수집하였다. 설문조사 결과와 진료기록을 비교하여 귀 질환을 자주 앓고 적기에 올바른 치를 받지 못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평균적인 아이들과의 독서능력을 비교하였다. 그 결과 귀 질환을 자주 앓고 적기에 치료를 받지 않은 아이들은 어휘력과 독서 능력에 일반적인 아동보다 훨씬 더 많은 문제를 보였다. 

“우리 애들은 하나같이 1년 중 반은 귀에서 진물이 나요.”

부모는 아이의 중이염을 단지 신체적인 고통의 문제로 안쓰럽게 취급한다. 중이염으로 인해 듣기 능력이 취약함으로 그들의 언어발달이나 독해능력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중이염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구술언어와 문자언어 능력 발달에 보이지 않는 장애가 된다.

듣거나 배우지 못한 어휘의 수는 단지 어휘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단어를 듣지 못하면 개념에 대한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문맥 속에서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면 이야기 속 사건들의 관계를 제대로 알 수 없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형식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추론 및 예측 능력이 떨어진다. 결국 유아기 어휘력은 학습능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캐나다의 심리학자 앤드류 바이밀러는 어휘수준이 낮은 하위 25%는 6학년이 되면 어휘와 독해수준이 또래집단보다 3년이 뒤쳐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 놓았다.

그런데, 가정에서 무심코 보여주고 있는 영상물로 인해 우리 아이가 중이염을 앓아서 말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것만큼 말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영유아기 자녀에게 뽀로로 같은 영상물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결과적으로 우리 아이를 중이염을 앓게 하고 방치하여 언어발달을 지체시키는 것과 같은 끔찍한 일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칼럼니스트 권장희는 교직생활을 거쳐 시민운동 현장에서 문화와 미디어소비자운동가로 청소년보호법 입법을 비롯해, 셧다운제도 도입,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활성화, YP활동(청소년스스로지킴이, 미디어교육활동) 개발 보급 등을 해왔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 게임 스마트폰 중독예방을 위한 민간교육기관인 사단법인 놀이미디어교육센터를 설립해 기쁘게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 아이 게임절제력」, 「인터넷 게임세상 스스로 지킨다」, 「게임 스마트폰 절제력」, 「스마트폰으로부터 아이를 구하라」 등이 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qufrhkek**** 2018-06-20 01:07:45
아는데 지켜지지가않네요ㅠ.ㅠ또릇늡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