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듣는다는 것은 어떻게 하는 걸까요?
잘 듣는다는 것은 어떻게 하는 걸까요?
  • 칼럼니스트 장성애
  • 승인 2018.06.18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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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질문공부] 아이들에게 잘 듣는 법을 가르치려면
잘 듣는 법은 어른들이 먼저 배워야 한다는 것, 그리고 보여주기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 ⓒ베이비뉴스
잘 듣는 법은 어른들이 먼저 배워야 한다는 것, 그리고 보여주기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 ⓒ베이비뉴스

유치원에 교사연수를 갔습니다. 한 선생님이 이런 질문을 하시더군요. "4살 반을 담당하고 있는데 질문하는 수업을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제가 질문을 하면 아이들이 전부 자기 질문을 하고 듣지를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해결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질문입니다. '유아들을 데리고 이런 수업이 가능할까요'라는 질문과도 같습니다. 아이들이 잘 듣지 않는다는 것은 잘 듣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몰라서입니다. 일부러 안 듣는 것이 아니란 것만 알아도 문제해결은 쉬워질텐데요

'잘 들어야 해'라는 말은 사실 실천하기가 어려운 말입니다. 잘 듣는다는 것을 우리 어른들은 ‘꼼짝하지 말고 내 이야기만 듣고 있어’라는 주문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선생님말을 잘 듣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일단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는 지 알아들었어’라고요. 아이들에게 잘 듣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부모들이 잘 듣는 방법을 직접 보여주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하는 말을 진지하게 잘 들어주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것을 본 아이들은 잘 듣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겁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말을 하지 않아도 다 안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진지하게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잘 듣는 것을 배울 수가 없습니다.

유치원의 선생님께는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집에서 배워오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잘 듣는 게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가르쳐야 합니다. 그래서 유치원 선생님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잘 듣는 훈련을 해서 직접 보여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잘 듣는 예를 한번 보여드리겠습니다.

4살, 6살 꼬마들이 놀러 왔습니다. 조카의 아이들이니 저에게는 손자·손녀입니다. 4살 정후랑 저랑 대화를 합니다.

정후: 손 씻어도 되요!

나: 그럼, 그런데 어떻게 씻지?

정후: 의자위에 올라가면 되요.

나: 그래? 그럼 해볼래?

정후: (의자 위로 올라가서 수돗물을 튼다. 너무 세게 나오니까) 어!!!! (얼른 잠그며) 어떻게 해야 해요?

나: 어!! 물이 세게 나오네, 어쩌면 좋지?

정후: (다시 틀어보며) 어떻게 하지?

나: 어떻게 하면 되지? (같이 놀라며)

정후는 몇 번 반복하다가 한번은 조금 약하게 나오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 그런지는 알 수 없었는 듯, "안되겠다. 생각해보고 조금 있다가 해야겠다"(의자 위에 가만히 쪼그리고 앉아있다가)라며 4살짜리가 생각해보고 조금 있다가 해야겠다는 말을 하더군요.

6살 누나가 손을 씻으러 와서 가르쳐 줬습니다. 보통은 4살이니까 제가 안아서 손을 씻어주고 수건으로 손을 닦아주는 행동을 해버립니다. 자꾸 먼저 알아서 해주면 아이들은 욕구불만이 생깁니다. 욕구불만이 되니까 성급해지고 기다릴 줄 모르는 아이들이 되기도 합니다. 아이들을 관찰하며 같이 대화를 한다는 건 여유를 가져야 하는데, 이 친구들이 끊임없이 자기들 세계로 초대를 하기 때문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하튼 아이들과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잘 들어야 하고 아이들이 생각하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진지해집니다. 재미있고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기다려 줄 수 있습니다.

잘 듣는 법은 어른들이 먼저 배워야 한다는 것, 그리고 보여주기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 이것이 중요합니다.

*칼럼니스트 장성애는 경주의 아담한 한옥에 연구소를 마련해 교육에 몸담고 있는 현장 전문가이다. 전국적으로 부모교육과 교사연수 등 수많은 교육 현장에서 물음과 이야기의 전도사를 자청한다. 저서로는 「영재들의 비밀습관 하브루타」, 「질문과 이야기가 있는 행복한 교실」, 「엄마 질문공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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