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마'에서 '어떻게 할까'로 바꿔보세요
'하지마'에서 '어떻게 할까'로 바꿔보세요
  • 칼럼니스트 장성애
  • 승인 2018.06.2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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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질문공부] 선택과 책임을 가르치기
할 수 있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답니다. 우리는 무심코 던지는 '하지마'에 익숙해서 아이들이 무엇을 해야 할 지 혼란스러워합니다. ⓒ베이비뉴스
할 수 있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답니다. 우리는 무심코 던지는 '하지마'에 익숙해서 아이들이 무엇을 해야 할 지 혼란스러워합니다. ⓒ베이비뉴스

 6살 태희는 우리 집이 아주 익숙합니다. 늘 가지고 놀던 태희만의 장난감이 있지요. 제가 여행하면서 모은 몇 가지 안되는 작은 인형들입니다. 태희 할머니는 낯선 집에 왔으니 만지면 안 된다고 금지를 시킵니다. 흔히 우리가 하는 방법이지요.

‘건드리면 안된다’라고요.

저는 다른 방법을 씁니다. 그래서 태희는 우리집에만 오면 다 가지고 놀 수 있답니다.

나: 태희야, 이거랑 이것, 이거는 깨지기 쉬우니까 건드리지 말고 다른 거는 다 가지고 놀 수 있어.

태희: 아! 유리로 된 거는 깨지니까 만지면 안되는거죠?

나: 응!! 우리 우리 태희가 잘 아는구나. 가지고 놀다가 집에 갈 때는 어떻게 할거야?

태희: 제자리에 잘 두고 가야해요.

나: 늘 제자리에 잘 정리해 두고 간 거 잊지 않았구나.

태희: 네

4살 정후도 알아듣고는 누나를 따라합니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할 때에는 조금 천천히 이야기 해줘야 합니다. 태희는 작은 인형들을 가지고 재미있게 놀다가 방을 옮겨서 교육장에서는 그림 그릴 하얀 종이를 달라고 해서 그림을 그리고 놀았습니다.

집에 가기 전 거실을 한번 들여다보더니 ‘아빠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하고는 신발을 벗고 거실에 들어가서 가지고 놀던 것을 제자리에 예쁘게 정리를 해두고 갔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것을 한 듯 칭찬을 구하지도 않았습니다.

우리는 보통 금지를 많이 합니다. ‘하지마’, ‘안돼’라고 급작스럽게 소리를 치며 못하게 합니다. 아이들은 집에서건 바깥에서건 온통 금지입니다. 그것보다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한번 질문해보세요. 그리고 충분히 의논을 한 후에 바깥 나들이를 가면 아이들은 선택을 하고 책임까지 지는 것을 배울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이들과 마트에 가는 것은 부모들에게는 모험에 가깝습니다. 분명히 떼를 쓰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고 갔는데 아이들은 약속을 어기기기 일쑤입니다. 약속을 어기고 떼를 쓰는 아이들을 보면 화가 납니다. 겨우 참았다가 집에 와서 혼을 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안아주면서 다시 약속을 합니다. 이런 것들이 반복되는 것이 마트가기입니다. 한번 바꾸어 보면 어떨까요? 이렇게요.

아빠: 오늘 마트에 갈 거야.

아이: 와!! 장난감 사 줄거죠???

아빠: 안돼. 떼쓰지 말라고 했지.

흔한 일상입니다. 한번 바꾸어 볼까요?

아빠: 오늘 엄마랑 태희랑 마트에 갈거야.

태희: 우와 신난다. 장난감 사줄거죠?

아빠: 오늘은 장난감 사러 가는 날은 아니야.

태희: 칫.

아빠: 일주일 동안 먹을 우리집 반찬을 사러가는 건데. 우리는 반찬을 주로 뭘 먹지?

태희: 그럼 고기 사 주세요.

아빠: 하하. 태희가 먹고 싶은거니?

태희: 네.

아빠: 그럼 우리 뭘 사야할지 한번 생각해 볼까?

엄마랑 의논해보자.

아빠랑 엄마랑 아이랑 일주일 동안 필요한 품목을 같이 정해봅니다. 그리고 왜 필요한지, 새롭게 더 구입해야 할 것들을 아이와 함께 찾아보는 겁니다. 아이가 어리더라도 가능합니다. 그렇게 의논을 한 후에 종이에 적어서 아이 손에 들려주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보물찾기 하듯이 아이와 하나씩 찾아가는 거지요.

우리는 마트에 가면 생각한 것들이 많아 아이들에게 동선을 가르쳐 주지 않고 카트에 담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을 그냥 마트에 데리고 가면 목적이 없는 아이들은 너무나 지루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관심사인 인형이나 장난감에 가 있을 수밖에 없답니다. 기왕 아이들과 같이 마트에 간다면 마트 장보기를 아이들과 수수께끼 풀듯이 찾아보거나, 아이들에게 찾는 것을 하나씩 맡겨도 좋을 듯 합니다. 엄마 아빠랑 마트장보기의 목적을 알고 아이들에게 찾도록 하거나. 품목을 아빠팀과 엄마팀으로 나누어서 먼저 찾기를 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마트에 가서도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이야기해 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법을 이야기 해야겠죠.

할 수 있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답니다. 우리는 무심코 던지는 '하지마'에 익숙해서 아이들이 무엇을 해야 할 지 혼란스러워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말투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금지어를 많이 듣고 자란 아이는 무엇인가를 수행할 때 주저하고 머뭇거립니다. 자신이 없어집니다. 누가 또 하지마를 할지, 잘 못했다고 할지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선택을 해서 책임을 지는 것까지 배운 아이들은 어떤 일을 하더라도 눈치를 보지 않습니다. 예의 있게 요구할 줄 알게 되겠지요. 그리고 실수가 있더라도 회피보다는 책임을 지고 다시 시작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칼럼니스트 장성애는 경주의 아담한 한옥에 연구소를 마련해 교육에 몸담고 있는 현장 전문가이다. 전국적으로 부모교육과 교사연수 등 수많은 교육 현장에서 물음과 이야기의 전도사를 자청한다. 저서로는 「영재들의 비밀습관 하브루타」, 「질문과 이야기가 있는 행복한 교실」, 「엄마 질문공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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