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안 된 아기에게 견과류·포도·날 당근은 안 돼요
돌 안 된 아기에게 견과류·포도·날 당근은 안 돼요
  • 칼럼니스트 오재원
  • 승인 2018.06.20 10:46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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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튼튼하게] 언제 이유식을 시작할 것인가
생후 4~6개월이면 대부분의 아기는 모유나 분유 이외의 음식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베이비뉴스
생후 4~6개월이면 대부분의 아기는 모유나 분유 이외의 음식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베이비뉴스

이유시기에 대한 많은 연구에서, 너무 이르거나 늦게 이유를 하는 경우 모두 성장지연, 비만, 영양 결핍, 발달문제와 연관이 있다는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문헌마다 약간씩 다른 의미의 해석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이유의 시작 시기가 4~6개월이며, 이 시기에 대부분의 아기는 모유나 분유 이외의 음식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이 시기는 무엇이 특별할까? 대부분의 아기는 4~6개월 사이에 다음과 같이 고형식을 먹을 준비를 한다.

▲발달 변화 : 신생아는 선천적으로 빨고 삼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근육운동의 조절 없이는 엄마 젖을 빨아 먹을 수 없다. 3~6개월의 아기는 음식을 삼키고, 입 주위 근육을 세밀하게 움직일 수 있다. 이 시기의 아기는 세상을 입으로 탐색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발달 과정상 고형식을 먹을 수 있게 준비한다.

▲신체 변화 : 아기의 장기는 태어날 때 성인과 같이 완전한 기능을 하지 못한다. 4개월 전에는 아기의 소화기와 콩팥이 여러 가지 종류의 음식을 소화·배설하지 못하며 과다한 영양분을 처리하지 못한다. 콩팥은 4개월까지 새로운 음식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첫 돌이 되면 크기가 두 배가 되며 다양한 영양소를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영양적 필요 : 생후 6개월이 지나면, 모유나 분유만으로는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해 성장이 지연된다. 아기가 필요로 하는 칼로리뿐만 아니라 철분과 아연이 부족하게 되는데, 이 두 가지 미량의 영양소는 아기의 발달과 건강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원소이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산모는 철분과 아연을 많이 섭취해 아기의 몸에 저장하게 된다. 출생 수개월 후에는 저장된 미량의 영양소가 고갈되며, 아기는 다양한 음식으로 영양소를 섭취해야 한다. 철분과 아연 등의 영양소가 강화된 분유를 먹는 아기에게는 큰 문제가 없으나, 이유기가 시작되면 미량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

◇ 4개월 이전에는 왜 고형식을 먹이지 않을까?

아기에게 음식을 먹이는 것은 단순히 열량을 공급하기 위함이 아니고, 영양과 사랑을 주는 것이며 아기의 새로운 발달과정을 지켜보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아기가 어른과 같아지기를 바라거나 아니면 모유나 분유만이 아기가 원하는 전부일 거라고 믿지는 않는다. 이유가 뭐든 간에, 의료진이 기다리라는 조언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다른 나라의 대부분의 부모는 4개월 이전에 고형식을 먹여본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정확한 연령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4개월 전에 아기에게 고형식을 먹이려고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 우선 아기는 단순히 액체가 아닌 음식을 먹을 준비를 못했을 뿐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질감의 음식에 질식하기가 쉽다.

또 다른 이유로는 일찍 고형식에 많이 노출된 아기일수록 음식을 더 많이 먹는다는 결과가 있다. 전통적으로 부모는 아기가 빨리 자라는 것이 건강의 척도라고 생각했으나, 최근에는 영아기 체중이 지나치게 증가하는 것이 나중에 비만의 위험을 높인다고 인식되고 있다. 좋은 식습관은 어린 시기에 시작돼야 하고, 영아기에 열량을 과잉 섭취하지 않는 습관을 형성해야 한다.

첫 음식으로 시리얼과 같은 영양 강화 곡물은 일반적인 좋은 선택이다. 이것은 아기가 먹기에 편하고 철분과 아연이 보충돼 있으며, 처음에는 모유나 분유로 희석해 묽게 만들어 먹이고 점점 물기를 줄여간다.

희석해 묽게 만든 시리얼은 우유병보다는 수저나 손가락에 묻혀서 주는 것이 좋다. 시리얼을 우유병으로 빨리는 것이 아기를 더 잘 자게 한다는 생각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고 불필요한 열량을 더 주게 될 뿐이다.

고형식을 먹는 것은 아기로서는 아주 새로운 도전과정이다. 어떤 음식, 특히 단단하고 둥근 음식을 잘못 먹으면 사레들리거나 질식하기가 쉽다. ▲핫도그 ▲견과류 ▲포도 ▲건포도 ▲날 당근 ▲팝콘 ▲둥근 사탕은 생후 첫 1년간 아기에게 주지 않아야 한다.

항상 음식을 으깨거나 삶아서 체에 걸러내어 덩어리가 없게 해 사레와 질식을 예방해야 한다. 아기가 너무 뜨겁거나 찬 것을 잘 먹지 못하므로 체온 정도로 미지근하게 주라는 견해도 있지만, 음식은 적당히 차게 또는 따듯하게 줄 수 있다. 음식은 아기 입이 화상을 입지 않을 정도로 따뜻하게 줄 수 있다. 만약 전자레인지를 사용한다면 일부분만 빨리 뜨거워질 수 있으므로 음식을 잘 섞어서 확인한 후 준다.

◇ 새로운 음식은 한 번에 한 가지씩

시리얼을 시작한 후에 새로운 음식을 시도할 때 가장 좋은 원칙은 3~7일 동안 새로운 식품을 한 가지씩 먹여보는 것이다. 새로운 음식은 다른 것과 섞지 말고 하나씩 따로 만들어준다. 이렇게 해야 아기가 새로운 식품에 알레르기가 있는지 알 수 있다.

가족력에서 알레르기가 심하다면 새로운 식품을 더 천천히 시도할 수도 있다. 음식을 먹은 직후 소화기 증상(구토, 설사, 가스)이나 호흡기 증상(숨을 쉬기 힘들다), 얼굴이나 몸에 피부 발진이 생기는지 관찰하자.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그 식품은 주지 말고 소아알레르기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아기가 먹는 것을 싫어해도 걱정하지 말자. 단순히 아직 준비가 안 됐을 뿐이다. 고형식을 먹을 준비가 된 아기는 독립성과 운동조절 기능이 발달된다. 고개를 잘 가누고 의자에 앉을 수 있다. 음식을 향해서 손은 뻗기 시작하며 물건을 입에 집어넣기도 한다. 또한 어른이 먹는 것에 관심을 보이며 어른의 숟가락을 따라 보고 어른이 먹을 때 따라서 먹는 시늉을 하기도 한다.

고형식을 먹을 준비가 된 아기는 수저로 음식을 받아먹고 나서 음식을 혀로 뱉어내지 않는다. 강제로 먹이지는 말자. 아기는 고형식을 먹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며, 한 번에 많은 양을 먹지 않을 것이다. 이 시기에 고형식은 칼로리를 보충하는 것보다는 아이에게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아기가 불필요하게 많이 먹는 습관은 좋지 않으므로 한 번 먹일 때 한 수저 혹은 두 수저 정도로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면 아기는 운동조절 능력이 더 발달하므로 혼자서 잘 먹을 수 있게 된다. 7~8개월경부터 아기는 손바닥보다는 손가락을 잘 사용하게 돼 음식이나 물체를 잘 잡을 수 있고, 손과 눈이 잘 협조하며 한 손에서 다른 손으로 물체를 옮겨 쥘 수 있다.

아기에게 숟가락을 사용해 먹게 하고, 뚜껑에 주둥이가 달린 쮸쮸 컵(spout)을 사용해 물을 마시게 하며, 쉽게 집을 수 있는 음식을 직접 손가락으로 집어 먹게 하면, 아기의 섬세한 운동 능력이 발달하도록 돕는 효과가 있다.

◇ 영양가 있는 음식을 올바르게 선택하자

아기에게 음식을 주는 특별한 순서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새로운 음식은 아기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함유해야 한다. 이유기는 영양적으로 취약한 시기이다. 모유나 분유는 완전한 영양을 공급하도록 설계돼 있지만, 다양한 음식을 첨가할 때 새로 첨가하는 음식이 영양적으로 불완전할 가능성이 있다.

시리얼 다음 음식은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야채를 삶아 거른 것과 과일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특정한 순서대로 이유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과일만 먹인다든가, 한 가지 종류의 야채만 먹이기보다는 영양 균형을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 만약 야채보다 과일을 더 자주 준다면, 일찍 음식의 단맛을 알게 되고 야채의 미묘한 향을 익숙하게 하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초록색 브로콜리, 주황색 당근이나 고구마와 같은 짙은 색 야채는 비타민 A와 C가 풍부해 좋다. 새로운 음식을 한 번에 하나씩 첨가하면서 어떤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는지 확인한다.

이유시기에 중요한 영양소의 공급원이 되는 음식. ©오재원
이유시기에 중요한 영양소의 공급원이 되는 음식. ©오재원

보충식 초기 음식으로 비타민과 단백질뿐만 아니라 철분과 아연이 풍부한 고기가 좋다. 어떤 부모는 성인은 고기를 적게 먹는 것이 좋다는 일반적인 상식으로, 아기에게도 고기 먹이기를 걱정스러워 한다. 또 채식주의자는 종교적 혹은 윤리적인 이유로 아기에게 고기 먹이기를 꺼려한다. 채식주의자가 매우 건강할 수는 있지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서 영아나 소아에게 채식주의 식사를 시키는 것은 말려야 한다.

고기는 중요한 영양소의 효과적인 공급원이기 때문이다. 만약 아기가 고기를 먹지 않는다면, 시리얼과 다른 철분이나 아연이 첨가된 아기 음식을 추가하고 초록색 야채와 함께 감귤류의 과일을 첨가한다. 이는 비타민 C가 야채 안에 있는 철분의 흡수를 도와주기 때문이다. 결핍이 의심될 때, 진찰을 받아 결핍 증상을 확인하고 약으로 철분과 아연의 보충을 고려해야 한다.

그 외 단백질의 중요공급원은 두부, 계란, 땅콩버터 등이다. 그러나 콩을 제외하고 다른 음식은 알레르기의 흔한 원인이므로 처음 먹일 때에 주의해야 한다. 요구르트 역시 단백질이 풍부해 이유식의 초기 음식으로도 좋은데, 이는 단맛이 가미되지 않은 플레인 요구르트나 삶아서 으깬 과일이 첨가된 요구르트를 말한다.

아기에게 새로운 음식을 천천히 시도해야 하므로, 보충식 첫 주에 아기의 음식은 영양 강화 시리얼이나 쌀미음 정도이다. 그러나 시리얼을 먹이고 나면, 야채와 과일,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 다른 곡물류 등을 매일 골고루 조절할 수 있다.

아기에게 고형식을 시작하는 것은 음악을 작곡하는 것과 유사하다. 야채와 과일을 리듬처럼 첨가하고, 단백질 공급원이 멜로디를 형성한다. 결국 이 구성 요소들이 다 같이 조화롭게 되는 것이 목적이다. 이것이 소위 영양균형이 고른 좋은 식사이다.

*칼럼니스트 오재원은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 주임교수로서 현재 한양대학교구리병원 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해외 논문 50여 편과 국내 논문 110여 편 발표했고, 저서로는 '꽃가루와 알레르기', '한국의 알레르기식물' 등 10여 권이 있다. 특히 소아알레르기 면역질환 및 호흡기질환을 전문으로 하고 있으며,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와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에서 학술, 교육, 총무, 국제이사 등을 역임했고, 세계알레르기학회 기후변화위원회, 아시아태평양알레르기학회 화분위원회 위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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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drms**** 2018-07-07 03:34:12
예비맘인데 좋은 정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당〰️
덕분에 곧 출산한 아이에게 좋은 식습관에 이유식을 준비 할 수있을거같네용!!

inlov**** 2018-07-06 20:06:42
정보가 참 중요한데ᆢ 좋은정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db**** 2018-07-02 10:03:57
중요한 영양소 정보 좋으네요 알러지만 잘 관찰하여 봐야겠어요

poren**** 2018-06-26 15:59:05
알러지 유발음식만 잘 챙겨봐도
도움되더라구요~~
식습관에 아주 중요한 이유식ㅜㅜ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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