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말하세요, “엄마도 위로가 필요해”
아이에게 말하세요, “엄마도 위로가 필요해”
  • 칼럼니스트 김경옥
  • 승인 2018.06.21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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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말] 아이에게 위로 받고 칭찬 받는 엄마

아기가 돌쯤 되었을 때다. 그날은 유난히 기분이 울적했고 무기력했다. 어떤 뚜렷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잘하고 사소한 이유들이 뭉쳐 제법 큰 사이즈로 나를 공격해왔다. 아이를 불렀다. 쪼르르 내 앞으로 온 아이에게 말했다.

"오늘 엄마가 기분이 우울해. 왜 그런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냥 울적하고 그렇다? 엄마 좀 위로해주라." 

아이는 내 눈을 빤히 보더니 그 '위로'라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난감해했다. 나는 원하는 것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했다. "엄마 안아주라, 그러면 위로가 될 것 같아." 아이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 나를 안아주었다. 사실 아이가 정말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안아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0.1초 안아주고 '일 다 봤다는 듯' 꽁무니를 빼 버렸으니까. 그래도 정말 놀라운 것은 그 찰나의 포옹으로 위로가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아이는 엄마 마음을 제법 잘 다독이는 4살 꼬마가 됐다.

한 엄마에게 물었다.

"지금 기분이 어때요?"

"그냥, 뭐......좋아요."

"어떻게 좋아요? 지금의 감정을 말로 표현해 볼 수 있나요?"

"어, 그냥......" 

대개는 한참 망설인다. 내 기분이 어떤지, 왜 이런지 들여다보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데다 그걸 구체적으로 말해보는 것은 더욱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오후, 아이와 퍼즐을 맞추고 있었다. 각자 하나씩 자기 몫을 정해 퍼즐 맞추기 시합을 한 것이다. 나는 아이만큼 신나하고 아이만큼 고민하며 아이만큼 신중하게 퍼즐 조각을 맞추었다. '예상대로' 아이가 먼저 퍼즐을 완성했고, 나는 같이 기뻐해 주고 부러워해주었다. 이번에는 나의 차례. 마지막 퍼즐 조각을 들고 나는 망설였다. '이건 나에게 몹시 어려운 일'이라는 듯. 아이는 나를 도와주고 싶어서 안달이 났고, 약간의 잘난 체를 더해 힌트를 주었다. 나는 아이의 힌트를 통해 가까스로 퍼즐 한 조각을 맞춘 라이벌 느낌을 연출한 후, 아이에게 말했다.

"엄마도 잘했지. 나도 칭찬해주라."

아이는 자신보다는 조금 뒤처졌지만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엄마를 성심성의껏 칭찬해주었다. 엄마를 제 품에 안고 토닥이는 아이, 그리고 그 자그마한 품 안에 들어가 좋다고 위로받는 엄마의 모습은 참 꼴사납지만, 아름답다.

아이에게 위로 받고 칭찬 받는 엄마는 행복하다. ⓒ김경옥
아이에게 위로 받고 칭찬 받는 엄마는 행복하다. ⓒ김경옥

엄마를 위로하고 칭찬하고 격려하는 아이의 표현은 날이 갈수록 섬세해졌다. 위로해달라고 하면 "위로해"라고 말하고 칭찬해달라고 하면 "칭찬해"라고 말하던 아이는 어느 순간, 엄마가 속상해보이면 "엄마 속상해요?"라고 물어볼 줄 알게 되었다. 곁에 와 앉아 "엄마 괜찮아요~"라고도 말했다. 이젠 위로해야 할 때 손끝까지 안쓰러움과 애틋함을 담을 줄 안다. 그 손으로 엄마의 볼을 쓰다듬고 등을 토닥인다. 아이의 그 눈빛과 손길에 나는 정말 위로가 되고 기분이 나아진다. 

엄마가 아이의 감정을 잘 읽어주고 제대로 반응해주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그에 못지않게 엄마의 감정을 아이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제법 많은 부모들이 이 부분을 놓친다. 아이의 감정을 살피는 데는 섬세하고 예민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아이에게 표현하는 데는 서툴다. 아이에게 지금의 기분과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연습을 해보자. 단순히 '기분이 좋아, 나빠.'보다는 무엇 때문에 기분이 상했는지, 무엇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얼마만큼 속상하고 어느 정도 행복한지, 아이가 어떻게 위로하고 칭찬해줬으면 좋겠는지 구체적일수록 좋다. 

엄마의 기분을 이해하고 위로해주면서 아이는 공감능력을 키우고 타인과의 감정 소통을 배운다. 나의 기분만 생각하고 나의 감정이 늘 우선이라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엄마의 감정도 살필 줄 알게 된다. 또한 단순히 떼를 쓰거나 우는 것으로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의 감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경옥은 아나운서로, ‘육아는 엄마와 아이가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는 ‘일하는 엄마, 육아하는 방송인’이다. 현재는 경인방송에서 ‘뮤직 인사이드 김경옥입니다’를 제작·진행하고 있다. 또한 ‘북라이크 홍보대사’로서 아이들의 말하기와 책읽기를 지도하는 일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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