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부모가 되면 부모를 이해한다.’
보통의 사람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부모 마음을 이해한다고 했다. 나도 그럴 줄 알았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 나를 낳고 키우신 부모님 은혜에 더욱 감사하고 더욱 효도할 줄 알았다. 그런데 반대였다. 부모가 된 뒤 나쁜 딸이 됐다. 부모에게 더 못되게 굴었다. 매일 같이 하던 전화도 뚝 끊고 잘 찾아가지도 않았다.
왜 그랬을까? 아마도 아이를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내 안의 아이가 자꾸 떠올랐기 때문이리라. 결혼, 출산, 육아를 거치며 나타나는 다양한 감정의 변화 속에서 어릴 때의 나를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이 아려왔다.
부모님은 내가 십대였을 때 각자의 인생을 살기로 하셨다. 성격차이를 비롯한 다양한 이유들. 부모님의 마음을 전부 이해할 순 없었지만, 매일 싸우며 사는 것보단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의 인생이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가야 한다면 그걸 존중해주는 게 자식의 역할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 물론 어딘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외로웠던 건 사실이다. 원가정이 해체되며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무너졌으니 당연했다. 그래도 부모 모두의 손길이 필요했던 시기를 잘 견뎌내 다행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결혼과 출산, 육아를 거치면서 자꾸 내 안의 어린 아이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없이 예쁜 아이를 바라보고 있으면 부모님의 선택이 이해되지 않았다. 어떻게 이렇게 예쁜 아이를 두고 헤어질 수 있었을까? 아이 몸에 열이 조금만 나도 밤을 새며 아이 상태를 살피고 아이가 커갈수록 아이에 대한 책임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가는데, 어떻게 부모님은 자식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줬을까? 어린 시절의 난, 풍족한 경제적인 지원을 바랐던 게 아니었다. “딸~”하며 안아주는 따뜻함이 필요했고 함께 가족사진 찍는 추억이 필요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발견한 내 안의 아이. 엄마와 아빠의 따뜻한 사랑이 그리웠던, 내 안의 아이가 울고 있었다.
부모님의 손길이 그리울 때는 더욱 그랬다. 나도 마음 놓고 갈 수 있는 친정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눈물 흘렸다. 각자의 배우자를 만난 부모님이기에 어느 한 곳 마음 놓고 갈 곳이 없었다. 아이들 기저귀며 물건들 바리바리 싸들고 따뜻하게 반겨주는 친정이 한없이 그리웠다. 부모가 되면 더욱 부모가 필요하단 사실을 깨닫고 부모님의 선택을 원망했다. 그렇게 난 두 아이의 부모가 된지 햇수로 4년 동안 부모님을 그리워하다 다시 미워하길 반복했다.
난 ‘아이들은 내가 자랐던 것처럼 안 키울거야’라고 다짐하며 살았다. 최선을 다해 아이들에게 집중했고 사랑했다. 무엇보다 부모가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는 게 가장 좋은 교육이라고 여기며 살아왔다. 하지만 아무리 아이들에게 잘해줘도 부족한 것만 같았다. 내게 주어진 상황 속에서 잘 한다고 하는데도 미안한 일이 많았다. 혼을 낸 어느 날 밤엔 자는 아이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다 해줘도 해준 것 같지 않아 미안했다. ‘이런 게 부모인가?’라는 생각 끝에 문득 부모님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사셨을까 싶었다. 완전한 가정을 지키지 못한 미안함에 “아이들은 잘 크고 있냐”고 전화를 주셨고, 편히 쉬다갈 친정을 마련해주지 못한 미안함에 “부족하지만...” 돈봉투를 챙겨주셨다. 독박육아하는 딸이 안쓰러운 마음에 이것저것 담은 택배를 부치시며 조금이라도 마음 편해하셨을 것이다. 지금의 나처럼, 아니 나보다 더 부모님은 최선을 다해 사랑하셨을지 모른다. 그 표현 방식이 달랐을 뿐이다. 그래도 늘 부족하고 미안하게 생각하셨을 것이다. 아이가 커갈수록 함께 커지는 책임감에 밤잠 설치는 날도 많으셨을 것이다. 어리석게도 그런 부모님의 마음이 이제야 보이기 시작했다.
가정을 지키지 못한 미안함, 그럼에도 잘 자라준 자식에 대한 고마움으로 늘 무거운 마음을 지녀야했던 부모님에게 난 늘 ‘왜 더 완벽한 부모가 되지 못했냐’고 다그쳤다. 부모가 되고 한참 뒤인 오늘, 이 글을 쓰며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해본다.
*정가영은 베이비뉴스 기자로 아들, 딸 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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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부모가 되어도 그 생각처럼 되진않는것 같아요
곁에 계실 때 잘해야하는데 저도 항상 못나고 나쁜 딸이기만 하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