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와이프는 안 그렇던데?” 워킹맘에겐 상처입니다
“우리 와이프는 안 그렇던데?” 워킹맘에겐 상처입니다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8.06.22 15: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장] 21일 ‘워라밸 플랜’ 저자 쇼핑호스트 석혜림 강연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21일 서울 목동 예스24 중고서점 목동점에서 ‘워라밸 플랜’ 석혜림 저자의 특강이 열렸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21일 서울 목동 예스24 중고서점 목동점에서 ‘워라밸 플랜’ 석혜림 저자의 특강이 열렸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가족들이 아침의 바쁜 순간에 잘 준비하고 나갈 수 있도록, 출근 뒤 또는 등교 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앞을 내다보면서 조율하는 건 가족에 대한 애정이라는 엔진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 (…) 엄마의 이런 능력은 그저 집에서만 소비되는, 가족들에게만 가치 있는 능력으로 치부되었다. 하지만 비즈니스맨의 관점으로 보면 이 능력은 대단히 섬세하고 멋진 능력이다.” - ‘워라밸 플랜’ 48~49쪽

21일 오후 7시 서울 목동에 있는 예스24 중고서점 목동점에서는 석 작가의 첫 책인 ‘워라밸 플랜’(라온북, 2018년) 출간을 기념한 저자 특강이 열렸다. 현장에는 석 작가의 노하우를 듣기 위해 온 워킹맘·워킹대디 10여 명이 오붓하게 자리했다. 특히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아빠 참가자들도 있어 눈에 띄었다.

NS홈쇼핑의 14년차 쇼핑호스트인 석혜림 작가. 쇼핑호스트 중 최초로 채소소믈리에가 됐고, 양식 조리사와 스피치 지도사 자격증도 갖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그의 ‘스펙’은 바로 엄마. 석 작가는 일곱 살과 생후 6개월 쌍둥이를 키우는 세 아이 엄마다. 그는 “힘들어도 일을 놓을 수 없고, 자신의 행복도 놓치고 싶지 않은 여성들에게 힘이 되고자” 일과 삶에서 얻은 노하우를 담아 ‘워라밸 플랜’을 썼다.

석 작가는 최근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워라밸’, 즉 일-생활 균형(Work-Life Balance)에 관한 신조어들을 소개하면서 강연을 시작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小確幸)’,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행복감을 뜻하는 ‘라곰(lagom)’, 여유롭고 소박한 삶의 방식을 뜻하는 ‘휘게(hygge)’ 등이 그것이다.

워라밸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자기 삶에서 실제로 워라밸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낮다. 석 작가는 한 설문조사에서 78.3%가 ‘우리 회사는 상사 때문에 워라밸이 안 될 것’이라 응답했다는 결과를 소개했다. 석 작가는 “취준생 65.6%가 ‘연봉은 보통이어도 야근이 적은 기업에 가겠다’고 답변할 정도로 우리는 이미 너무나 과하게 일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워라밸이 될까 반신반의하고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의 워라밸은 더 복합적입니다. 일하는 건 즐겁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지만, 집에 왔을 때 벌어지는 2차적인 전쟁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거예요. 주변에서 ‘본인이 못 키울 거면 낳질 말아야지’, ‘자기 아이는 자기가 키워야지’ 그런 말들 하잖아요. 제가 강의를 다니면서도 ‘그런데 지금 이렇게 나와 계시면 애는 누가 봐요?’ 이런 질문을 받아요. 상처도 많이 받고 ‘내 선택이 잘못된 건가?’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강연 현장에는 아이를 데리고 참석한 워킹맘·워킹대디들이 눈에 띄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강연 현장에는 아이를 데리고 참석한 워킹맘·워킹대디들이 눈에 띄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도움 구하는 엄마는 ‘제 아이 하나 책임 못 지는 여자’로 비난”

이어 석 작가는 시인이자 화가인 나혜석 작가가 “아이는 엄마의 살점을 떼어가는 악마”라고 한 말을 인용했다. 또한 운보 김기창 화백의 부인이며 네 아이의 엄마이자, 자신도 화가였던 박래현 화백이 “현실에선 평범한 아내가, 어머니가 되는 것조차도 힘겨운 일 같습니다.”라고 한 말을 소개했다.

석 작가는 “이분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사람들인데도 엄마로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할 때는 너무나 고민스러웠던 것”이라며, “하물며 나 같은 보통의 여성들은 더 고민스럽다. ‘내가 버는 돈 이게 뭐라고…’ 워라밸에서 워크를 포기하고 독박육아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석 작가는 자신의 진솔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2014년과 2015년 2년 연속 최우수 쇼핑호스트상을 수상하면서 ‘역시 나 없으면 이 회사는 안 돼’라는 착각도 들었다. 그러다 2017년 쌍둥이를 임신해 6개월을 쉬는 동안 ‘나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회사는 더 잘됐다. 임신성 당뇨에 비타민D 부족으로 태아보험도 거절당했고, 조산 위험 때문에 밥 먹고 누워 있기만 반복하는 동안 몸무게는 80킬로그램까지 늘었다.

“바닥 끝까지 떨어진 느낌이었죠. 쇼핑호스트로서가 아니라 여자로서도 끝인 것 같은 느낌. 자존감의 1그램, 1퍼센트까지 다 없어졌어요. 저라는 사람을, 너무 고통스럽게 다 버리게 되더라고요. 우울증도 오게 되고.”

석 작가는 ‘나만 이런 건가?’ 하는 생각에 자료를 찾아봤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후우울증 고위험 판정 산모는 모두 5810명. 하지만 그중 정신건강센터 상담까지 이어진 경우는 절반도 안 되는 2623명뿐이었다. 석 작가는 “‘엄마는 원래 힘든 거야’라는 말 때문에 치료를 받지 않는 것”이라며, “도움을 구하는 엄마는 사회로부터 부족한 엄마, 자신의 아이 하나 책임지지 못하는 여자로 비난받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힘든 고민 끝에 석 작가가 선택한 것은 ‘인정’이었다. ‘나는 완벽하지 않다’, ‘엄마는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며 일어나는 문제들이 모두 자신의 잘못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실수하면 사과하고 고치고 또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터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석 작가는 ▲당당하게 자신의 역량과 성과를 이야기하라 ▲진심 어린 조력자를 만들라 ▲떠나야 할 때까지 떠니지 말라는 세 가지 조언을 전했다.

“첫째는 많은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돋보이고 싶은 데 주저하고 겸손을 미덕으로 생각하는데 이제는 당당히 자신의 역량이나 성과를 이야기하라는 것, 그래서 회의를 할 때에도 당당하게 회의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자리에 앉으라고 권한다. 둘째는 진심 어린 조력자를 만들라는 것. 가장 가까운 배우자와 가족의 지지를 받는 환경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셋째는 떠나야 할 때까지 떠나지 말라는 것. 자기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 날이 오기 전까지는 그것에 대해 미리 걱정하거나 업무에서 한 발 물러서 스스로 뒤로 가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 ‘워라밸 플랜’ 56~57쪽

석혜림 작가는 “자기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 날이 오기 전까지는 그것에 대해 미리 걱정하거나 업무에서 한 발 물러서 스스로 뒤로 가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석혜림 작가는 “자기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 날이 오기 전까지는 그것에 대해 미리 걱정하거나 업무에서 한 발 물러서 스스로 뒤로 가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워킹맘에게 겸손은 미덕 아니다… 당당히 성과 이야기해야”

아울러 석 작가는 “조직 안에서 살아남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직만이 답은 아니다”라는 견해를 전했다. “독립적인 한 명의 비즈니스맨으로서 존재하는 여성이 각광받고 있다”는 것. 석 작가는 “‘독립적인 비즈니스맨’이라는 표현은 무조건 조직에서 나와 창업하는 사업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회사 내에서도 그런 마인드로 일하며 스펙보다 더 넓은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사람”이라고 책 머리말에 설명했다.

한편 석 작가는 아이 키우는 일에 대한 어려움만 걱정할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얻는 삶의 에너지를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가족들로부터 정서적 응원을 받는다는 게 내가 일하는 데 있어서 훨씬 큰 에너지원이 되고 있다”며, “세 아이를 낳아 키워보니 아이가 많아진다는 건 역으로 내가 더 많은 에너지를 받는다는 말이기도 하더라”고 자신의 경험을 통해 확언했다.

마지막으로 석 작가는 워킹맘의 롤모델로 방송인 송은이 씨를 추천했다. 하루아침에 방송 프로그램에서 밀려난 동료 방송인 김숙 씨를 위해 직접 만든 방송이 바로 인기 팟캐스트인 ‘비밀보장’이라며, 송은이 씨는 이후에도 여러 가지 작은 실패를 거듭하면서 최근에 성공한 ‘셀럽파이브’까지 왔다는 것이다.

“한 번에 성공-실패를 판단하지 말고 조금씩 실패를 거듭하다 보면 마지막 걸음은 성공이 될 겁니다. 당장에 목표로 바로 가려고 하면 안 되고 중간에 다른 걸음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좋겠어요.”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직장 안에서 워킹맘을 대하는 남성 직원들의 태도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석 작가는 남성 직원들에게 세 가지를 당부했다. 우선 “비교하지 말라”는 것. 자신만의 “각색된 기억”을 가지고 ‘우리 와이프는 안 그렇던데’, ‘우리 엄마는 안 그랬어요’라는 말을 워킹맘들에게 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세상이 하루하루 예전과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 세 번째는 “농담으로라도 ‘아줌마’, ‘누구 엄마’라는 호칭으로 동료들을 불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석 작가는 “호칭과 같은 작은 단어 하나에도 듣는 사람은 위축될 수 있다”며, “워킹맘들은 누구 엄마나 동네 아줌마로 일터에 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호칭부터 파트너로서 존중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